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목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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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김응선 목사의 갈팡질팡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시리즈의 첫 번째로 타인종목회에 첫 발을 디딘 목회자들에게 보내는 글이다.)

타인종교회로 첫 파송을 받아 가는 분들에게

김응선 목사가 지난 1월 22-24일 내쉬빌에서 열린 2020총회에서 사회/정의 분야 입법안 보고 세션에서 사회를 보는 모습. 사진, 케이트 베리, 연합감리교뉴스. 김응선 목사가 지난 1월 22-24일 내쉬빌에서 열린 2020 총회 오리엔테이션에서 사회/정의 분야 입법안 보고 세션에서 사회를 보는 모습. 사진, 케이트 베리, 연합감리교뉴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산만하고 덜렁댄단다. 내가 봐도 그렇다. 말하고 걷는 모습뿐 아니라 행동마저 덜렁댄다. 게다가 경건한 목사의 모습 대신 영성의 분위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더없이 착한(?) 얼굴을 가진 나를 두고, 어떤 사람은 김 목사가 혹시 조폭 출신은 아닌지 은근히 물어봤다는 후문도 있을 만큼,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내가 목사라는 사실을 “절대로”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서 가끔 이 “착한” 첫인상으로 인한 불이익도 적지 않은 나는 걸음걸이나 말투를 고쳐보려는 노력도 했었다. 하지만 어쩌랴!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문제는 바로 말투나 걸음걸이를 바꾼다고 속 사람이 바뀌겠느냐는 것이다.

타인종 목회 17년, 한인 교회 8년, 기관 목회 4년 등 갈팡질팡 천방지축으로 보낸 지난 29년을 되돌아보니, 나의 목회에도 나의 덜렁대고 허둥대는 모습이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삶이야 나 혼자 덜렁대는 것으로 끝나지만, 목회는 여러 사람의 영혼과 관련된 일이 아닌가?

정말 내가 여기까지 목회하며 올 수 있었던 건 오직 하나님의 은혜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리고 이렇게 나의 목회에 그분의 섭리와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저 그 손길에 감사할 뿐이다.

나는 별로 신학적인 깊이가 깊지 못 한 사람이라, 신학적인 내용을 나누는 대신 덜렁대는 습관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애쓰며 깨달은 나의 현장 체험을 담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내용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신학교를 다니며 제대로 배우지 못해 목회 현장에서 곤혹스러웠던 내용, 특히 타인종 목회를 하면서 겪은 경험담이어서 어떤 내용은 한인 목회와 동떨어진 내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새롭게 타인종 목회지로 파송 받은 목회자들이나 타인종 목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나처럼 실수하거나 실패하는 경험을 하지 않기는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글을 올린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어쩌면 이 글은 타인종 목회 경험이 많은 목사님들이 읽기에는 유치한 기록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눔의 내용을 부족한 사람이 목회 현장에서 얻은 경험이라 여겨주셨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행여 달을 보라고 했더니, 달은 보지 못하고 못생긴 내 손가락만 보는 사람은 없었으면 한다.

지난 7월에 처음으로 타인종 목회지로 파송 받은 목사님은 이제 막 첫 달을 넘겼을 것이다. 기도하며, 꿈과 기대로 가득 찬 목사님들의 마음 한켠에는 그 교회가 백인 혹은 타인종/다인종 교회라 두려운 마음도 있었을 거로 생각한다.

그분들을 이해한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나는 나의 고백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 영어를 사용해본 적이 없는 나는 27살의 나이에 도미해, 시카고 근처의 게렛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내가 33살이 되던 해인 1993년 집사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첫 목회지로 파송받았다.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집사 목사로 안수를 받고 2년 후에 정회원 목사인 장로 목사가 되는 과정이었다. 편집자 주)

지금이나 그때나 한국에서부터 영어를 준비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영어를 곧잘 하는 목회자들도 많았지만, 그 당시 나의 영어 수준은 정말로 형편이 없어서, 내가 영어를 읽거나 말을 하면, 한인 동료 학생들마저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당연히 첫 파송이 결정되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했던 걱정은 바로 “교인들이 과연 나의 영어를 알아듣기나 할까?”였다.

당시 혹시라도 내가 영어 회중을 섬긴다는 이유로 나의 영어 실력을 오해할까봐, “나는 영어를 못해서 한인교회 부목사로도 못 가고, 미국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하곤 했다.

안타깝지만 이것은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다.

지난 세월을 경험한 바를 되돌아보니 영어는 필요 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었다. 물론 잘하면 더 좋겠지만, 이민 1세 영어가 좋으면 얼마나 좋을 것이고, 발음이 좋으면 또 얼마나 좋을 것인가? 게다가 나의 영어 실력은 그중에서도 특별히 더 떨어진다.

내 영어는 500단어 영어다. 그러니 당연히 내 설교도 500 단어 영어로 이루어진다. 500단어 수준으로 목회하는 나를 보고, 자신도 용기를 가지고 자신 있게 목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던 한 후배 목사님의 말이 생각난다.

다시 말하지만 이글을 읽다 보면, 영어는 잘 하면 좋겠지만 영어 때문에 영어 회중 목회를 못 할 것 같다고 미리 기가 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나친 영어 걱정은 붙들어 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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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04년에서 2009년까지 로젤에서 사역하던 당시 이웃 동네인 샴버그 살렘교회에서 불철주야 물불 가리지 않고 열심히 목회하던 1.5세 목회자인 김태준 목사는 "김응선 목사님의 영어로 목회하는 것을 보면 목회가 정말 사람의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도우셔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김 목사님의 영어 목회는 하나님의 은혜요, 기적 중의 기적”이라고 했는데 옳은 말이다.

목회의 어려움이 어찌 언어뿐이겠는가? 그렇다면 한인 목회를 하는 한국 목사님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분명한 것은 언어와 상관없이 나같이 부족한 목사는 한인 목회를 하든 타인종 목회를 하든 하나님의 도우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는 예배를 앞두고 긴장의 끈을 놓지를 못해 예배 전에는 물도 제대로 못 마신다. 처음엔 영어 예배여서 그런가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긴장의 이유가 영어로 드리는 예배라서라기보다 그냥 예배 자체에서 오는 중압감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로젤에서 목회할 때 나는 한동안 두 분의 부 목사님과 함께 사역했는데, 공교롭게 두 분 모두 미국 남부 출신이었다. 나중에 남편을 따라 남쪽으로 돌아간 부 목사님은 켄터키 출신이었고, 교육과 선교를 담당하던 젊은 목사님은 미시시피 출신이었다. 두 분 모두 남부 출신답게 남부 억양(Southern accent)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남한(“South” Korea) 출신인 담임 목사만큼이야 했겠는가? 당연히 내 영어 억양이 가장 억세고 거칠어서 알아듣기 힘들다. 그럼에도 담임 목회를 할 수 있었으니, 하나님의 은혜밖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또한 타인종 목회를 하는 한인 목회자들의 장점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우선 나처럼 짧은(?) 500단어 설교는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설교가 된다.

중, 고등학생뿐 아니라 초등학생들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500단어 설교에는 어찌 돌려 말할 여유나 생각이 없기 때문에, 하기 어려운 말을 빙빙 돌려 할 수가 없어, 오히려 대화할 때, "예" 혹은 "아니오"를 분명하게 말하는 목회자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교인들에게 신뢰도 받을 수도 있다.

거기에 교인들은 코리아 프리미엄까지 얹어서 한국인 목사가 분명히 한국적인 영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부족함까지 영성과 은혜로 믿어주기도 한다.

형편없는 영어 실력은 감출 수도 없고, 감춘다고 감춰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다시 말하지만 영어 때문에 기죽고 겁먹을 필요 없다. 오히려 부족한 영어로 전해지는 설교에 귀를 기울이고 은혜받는 우리 교인들을 더 사랑하고 감사하게 되니, 교인들 역시 목사의 노력과 마음을 느끼게 되고, 종국에는 서로 통하지 않겠는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이 사랑하는 성도들을 사랑하는 것은 목회자의 기본이다. 그것은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거나 어눌하게 하는 것보다 중요하며, 목회를 이끌어 가는 힘이 된다.

나는 이래저래 복 받은 목사다. 분명 누군가가 나를 위해 많은 기도를 드리는 것이 틀림없다. 나는 지금도 나처럼 죄 많고 부족함이 차고 넘치는 목사에게 하나님을 사랑하고, 성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신 것은 하나님이 은혜로 주신 기적이라고 믿으며, 목회하고 있다.

2편에 계속…

시리즈 보기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목회 2

 

김응선 목사는 연합감리교뉴스의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입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email protected]로 이메일 또는 전화 630-797-6848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더 읽기 원하시면,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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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커스(편집자 주: 이른 봄에 노랑, 자주, 흰색의 작은 튤립 같은 꽃이 피는 식물)는 추운 겨울을 지낸 후 맞이하는 봄처럼, 새로운 삶과 희망을 상징한다. 이미지 제공: 픽사베이.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목회 2

김응선 목사의 갈팡질팡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시리즈의 두 번째로 주보와 예배 준비 그리고 경황없이 집례한 첫 “장례 예배”에 관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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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인연합감리교회 선교협의회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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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5일동안  제1회 <사모를 위한 영성형성 아카데미>를 마치고, 리더십 팀의 일원이었던 이초향 사모의 글이다. 사진은 5일간 진행된 아카데미의 주제와 강의 모습을 콜라주한 것이다. 제공, 이초향 사모.

사모를 위한 첫 영성형성 아카데미를 마치고

제1회 <사모를 위한 영성형성 아카데미>를 마치고, 리더십 팀의 일원이었던 이초향 사모가 감사의 소감을 적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