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11: 결혼식 주례도 할 줄 모르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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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김응선 목사가 타인종목회에 첫발을 디딘 목회자들에게 보내는 갈팡질팡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시리즈의 열한 번째로, “목회자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는 대신 교인들의 문화를 배우고 섬기며, 교인들로 인해 진정한 목사로 세워진 일화를 소개하는 글이다.”)

사진 제공, 김응선 목사가 주례한 결혼식의 신랑 신부.사진 제공, 김응선 목사가 주례한 결혼식의 신랑 신부.

한 조그만 시골 교회의 벽에 교단의 감독과 신학교 총장을 비롯한 교단의 총회장 등 여러 유명한 목사님의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그 교회에 새로 부임하게 된 목사가 그 사진을 보고 놀라며 교인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렇게 훌륭한 분들이 이 교회를 섬겼다구요? 이 교회는 정말 복 받은 교회로군요!”

그러자 그 이야기를 들은 교인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아뇨. 우리가 그들을 훌륭한 목사로 키웠습니다! (We made them great!)”

정해진 절차에 따라 목사 안수를 받고, 직분을 받겠지만, 나를 보면 그런다고 다 목사 노릇을 잘 감당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대단한 목사는 아니지만, 그나마 내가 목사 역할을 감당했던 것은 탐슨과 아고페이 교회에서 나를 목사로 키웠고, 성장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경험에 비추어 목회 초보자들에게 소위 세상적으로 좋은 교회 또는 서버브 교회를 너무 선호하지 말라고 말한다.

탐슨과 아고페이 교인들은 도시 깍쟁이들처럼 까칠하지 않고, 인심도 넉넉하며, 웬만한 실수도 참아주고, 성장하기를 기다려 주면서, 나의 투박하고 강하고 축복받은 한국인 악센트 영어를 이해하려 노력해 줬다. 초보 운전사가 운전대를 잡은 것 같이 불안불안한 젊은 목사를 도우면서, 또 가르치면서 나를 목사로 설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기에 나의 첫 파송지가 시골의 작은 교회였던 것이 나에게는 큰 축복이자 기회였다고 믿는다. 나의 신학교 시절 나를 전도사로 받아준 김정호 목사님은 종종 이렇게 말했다. “장수는 변방에서 나온다.” 시골에서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칼을 갈고 닦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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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이 두 교회에 파송 받았을 때만 해도 나는 결혼식도 장례식도 세례식도 견신례도 제대로 집례할 줄 몰랐다. 심지어 성만찬도 절기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인도할 줄 몰라 주야장천 찬송가 12페이지에 나오는 “A Service Of Word and Table II”만 사용했다.

여기서 약간 변명하자면, 당시 실천신학을 별로 중시하지 않았던 기조에 따라 신학교에서는 결혼, 장례, 세례, 견신례 등을 가르치는 수업이 없었다. 미국 학생들이야 자신이 자라온 교회에서 예배 절차와 예전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웠기 때문에 그런 수업을 받아야 할 큰 필요를 못 느꼈을지 모르나, 나는 전도사로 섬겼던 한인 교회에서도, 결혼, 장례, 세례, 견신례 등과 같이 미국 교회와 사회에서 중요시하는 예전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물론 목사가 예식을 주례할 줄 모르는 것이 자랑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변명도 될 수 없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미국인들의 장례 집례는커녕 장례식에 참석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장례 예배 절차에 관한 지식은 전무했고, 그것들이 연합감리교 찬송가(United Methodist Hymnal)와 예배서(Book of Worship)에 나오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생각해 보면, 그런 수준이었던 내가 목사가 되었다는 것이 기적이다.

결혼식 또한 내 결혼식과 한국인들의 결혼식에만 참석해 봤을 뿐, 미국인들의 결혼식엔 참석해 본 적도 주례해 본 적도 없었던 터라 나는 결혼 주례 요청이 있으면, 매번 찬송가 864번에 나오는 예문만 사용했었다.   

그런 내가 쫓겨나지 않고 교인들의 사랑을 받았으니, 은혜 아니면 설명할 방도가 없다.

하루는 한 교인이 자기 아들 결혼에 주례를 부탁하면서, “목사님, 목사님의 전통과 신학교에서 어떻게 배우셨는지 저는 잘 모르지만, 우리 동네에는 우리 동네만의 결혼 예식 방법이 있습니다. 목사님만 괜찮으시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라고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식상으론 그 교인이 예배 방식을 나에게 묻고 허락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초보 목사인 나를 마음 상하지 않게 배려하며 조심스럽게 하나씩 가르쳐준 것이었다. 여기서 내가 목사임네 하고 똥폼을 잡았으면, 망가지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불필요할 수도 있지만 이해를 위해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자면, 미국식 결혼에서는 신부가 입장한 후 반드시 신부의 아버지에게 물어야 할 전통적인 질문이 있다.

“누가 이 여인이 이 남자와 결혼하도록 허락했습니까? (Who gives this woman to be married to this man?)”라는 질문인데, 우리 예배서에 나오지 않고, 한국인들은 이런 절차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그러면 아버지는 “신부의 어머니와 내가 허락했습니다. (Her mother and I do.)”라고 답을 한 후 신부를 신랑에게 인계하면, 목사는 하객(또는 회중)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말한다.

또 결혼식 말미에 성혼 선언이나 축도 후 신부와 신랑이 행진하기 전에 꼭 주례자가 해야 할 말이 있는데, 이 또한 예배서에는 나오지 않는다.

“신랑, 신부에게 키스하세요! (Groom, you may kiss your bride!)”

이 키스(kiss) 부분을 빼먹으면, 결혼식이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내가 아는 미국인들은 이 부분을 중요시했다. 미국인들에게는 이 부분이 자연스럽게 몸에 녹아들어 있어 일부러 신경 써서 예배 순서에 넣지 않아도 될 만큼 자연스러운 질문이지만, 나같은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부분이라 일부러 노트를 해 놓지 않으면 빼먹을 수도 있는 내용이다.

아빙돈 출판사에서 편찬한 포켓 사이즈 책 “Abingdon Marriage Manual”.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아빙돈 출판사에서 편찬한 포켓 사이즈 책 “Abingdon Marriage Manual”.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그렇게 나는 내가 섬기던 교회의 미국인 교인들에게서 결혼 예식 절차를 배우고, 더불어 크리스천의 정신과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아빙돈 출판사에서 편찬한 포켓 사이즈 책 “Abingdon Marriage Manual”을 발견하고 사용했는데, 이 책은 그 어느 책보다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는 리허설을 어떻게 인도하고, 결혼식에 적절한 음악과 리허설 그리고 피로연은 어떻게 하는지, 또 결혼을 앞두었을 때나 결혼식 이후에 어떻게 사역하면 좋은지 등 결혼식과 관련한 상세한 내용이 실려 있다. 또한 여러 교단과 교파별 예식은 물론 비종교적 결혼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예식까지 포함되어 있어, 목사라면 한 권쯤 가지고 있으면, 나처럼 맨 땅에 헤딩하는 일은 줄어들게 만들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책과 함께 연합감리교 출판부에서 목사들을 위해 포켓용으로 출판한 “The United Methodist Book of Worship Pastor’s Pocket Edition”은 휴대가 편하면서도 많은 내용이 담겨있어, 연합감리교회 목사라면 반드시 한 권 구비하라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이 책에는 연합감리교회 예배서답게 결혼 예식뿐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로 외출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성만찬 예식, 성인과 유아 세례 및 장례 예식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여러 종류의 기도회와 예배에 관한 절차와 내용들도 상세히 담겨 있다.

연합감리교예배서와 포켓용 예배서.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연합감리교예배서와 포켓용 예배서.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지금은 교회를 직접 섬기지 않고, 글 쓰는 노동자가 되어 교단 신문인 연합감리교뉴스의 편집자로 섬기기 때문에, 그간 소장했던 책들 대부분은 나눠주고 기증하여 현재는 몇 권의 책만 소장하고 있지만, 이 두 권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지상 최고의 목사(?)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훌륭한 목사 대신 지난날 나같은 초보 목사를 키워준 미국인 회중과 같은 사랑이 우리 한인 회중에게도 있다면, 초보 목사들뿐만 아니라, 교인들 특히 젊은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별 볼 일 없는 나도 자랑할 만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나의 약점을 기꺼이 인정하고 배울 용기가 있다는 것이다. 목사가 전지전능하던 시대는 지났다. 솔직히 목사라고 다 아는 것도 아니다. 정말 무능한 것은 자신의 부족을 인정하지 않고, 배우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글을 쓴다. 내가 뻔뻔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나처럼 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행여 나같이 부족한 점이 있다면, 부끄럽겠지만, 감추지 말고 정직하고 겸손하게 인정하고 배우면, 교인들도 그 초보 목사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세워주고 도우려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이 글을 쓰고 있다.

나 같은 초보 목사를 목사 노릇 제대로 하도록 세워주고 성장시키는 교인들이 정말로 아름답고, 찬란하다. 그들이 예수의 정신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12편에 계속…

시리즈 보기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1: 타인종교회로 첫 파송을 받아 가는 분들에게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2: 축하하고 축복하는 장례 예배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3: 성경, 성만찬 그리고 기름 - 심방에 꼭 준비해야 할 것 세 가지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4: 김 목사는 스포츠광(?)이다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5: 연약함을 드러내는 목회(Ministry of Vulnerability)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6: 교인을 불안하게 하는 목사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7: 푸른 눈의 수녀님과 3년 동안 나눈 사랑 이야기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8: 검은 머리 휘날리며

덜렁이 목사 김응선의 천방지축 목회 9: 전임 그리고 후임 목사님과의 관계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10: 영어도 못 하는 목사가 미국인 교회를 부흥시켰다고?

 

김응선 목사는 연합감리교뉴스의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입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이메일 [email protected]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더 읽기 원하시면,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하세요.   

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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