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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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김응선 목사가 타인종목회에 첫발을 디딘 목회자들에게 보내는 갈팡질팡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시리즈의 다섯 번째로,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낸 후, 하나님의 은혜와 기적 그리고 교인들의 사랑을 체험한 목회 이야기”를 나눈다.)

연약함을 드러내는 목회(Ministry of Vulnerability)

김응선 목사가 지난 1월 22-24일 내쉬빌에서 열린 2020총회에서 사회/정의 분야 입법안 보고 세션에서 사회를 보는 모습. 사진, 케이트 베리, 연합감리교뉴스. 김응선 목사가 지난 1월 22-24일 내쉬빌에서 열린 2020 총회 오리엔테이션에서 사회/정의 분야 입법안 보고 세션에서 사회를 보는 모습. 사진, 케이트 베리, 연합감리교뉴스.

1993년 11월 초, 목회협력위원회(Pastor Parish Relations Committee) 위원장이 자신의 집에서 점심을 함께하자고 했다. 그리고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목사님이 과로로 쓰러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앞으로 일하는 시간을 일주일에 50시간 이하로 줄이고, 목사님이 가정을 소홀히 하거나 지쳐 쓰러지면 안 되니. 휴가도 꼭 가십시오. 만일 목사님이 일하는 시간을 줄이지 않으면, 감독님과 감리사님에게 편지를 쓰겠습니다. 우리는 목사님이 필요하고, 목사님을 사랑합니다.”

나는 아직도 그분이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른다. 아마도 덜렁거리는 나의 모습이, 천방지축으로 목회하는 내가 안쓰럽게 보여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나는 동네에 있는 교회들이 함께 모여 드리는 추수감사절 공동 예배를 마친 후, 파송 받은 지 5개월 만에 휴가를 얻어 시카고로 휴가를 떠났다. 사실 목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휴가를 갈 염치도 없었고, 휴가 계획도 전혀 없었지만, 그러나 어쩌랴, 내가 간이 좀 크긴 하지만 교인들의 완곡한 충고를 무시할 정도로 간이 크지는 못한지라 등 떠밀리는 심정으로 2주간의 휴가를 받아, 당시 친구들이 있던 시카고에서 첫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우선, 시카고 다운타운에 있는 유명한 여러 박물관과 수족관도 구경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가족들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휴가가 끝나가는 토요일 새벽, 임신 중이던 아이 엄마가 몸이 불편하단다. 한밤중에 시카고 근교의 에반스톤에 있던 노스웨스턴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니, 보자마자 산모를 바로 침대에 눕히고는 분만실로 부리나케 달려간다. 어리둥절 했지만, 그렇게 분만 예정일이 3월 9일이었던 딸아이는 12월 5일 주일날 출산일을 16주 반이나 앞당겨 태어났다. 체중은 1,040그램, 2파운드 4온스였던 그 작은 아이를 병원에 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길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도 그 상태면 위험하다고 말할 정도인데, 30년 전에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참으로 절망스러웠다.

하지만, 그 일은 더 큰 문제의 시작에 불과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예배 준비를 위해 교회에 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에게 뇌출혈 증상이 있고, 그로 인해 뇌수가 순환되지 않고 머리 한 부분에 모여 뇌를 압박하고 있어, 호흡과 심장 박동이 제대로 안 된단다. 그냥 두면 위험한 상황이니, 당장 머리에 구멍을 뚫고 오마야(Omaya)라는 공을 넣는 수술을 할 수 있게 동의해 달란다.

아이 엄마는 그 소식을 전해 듣자 울며 당장 시카고로 가자고 했지만, 그 당시의 나는 예배를 놓치면 큰일이 나는 줄 알고 감히 예배를 취소하거나 남에게 부탁하고 간다는 생각을 못 하던 때라, 우울한 크리스마스와 주일 예배를 마치고 에반스톤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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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3월 초쯤이면 아이가 약 4.5파운드 정도 될 텐데, 그때 가서 머리에 호스를 끼우고 몸속에 아주 작은 펌프를 달아, 물이 머리에 찰 때마다 자동으로 그 뇌수가 창자로 흘러나가는 수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약 2년에 한 번씩 아이가 클 때마다 재수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 수술 안 하면 안 되나요?"라고 묻는 우리에게, 담당 의사는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위험해집니다. 머리에 공을 넣은 아이 중 약 3퍼센트가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의학 전문지에 발표되어 있지만, 나는 아직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얼마 후 딸아이에게 또 뇌출혈이 있었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와 150여 마일(240킬로미터)이나 떨어져 있어, 바로바로 찾아갈 수도 없고, 절망스러웠다. 의사는 아이가 어쩌면 평생 시각과 청각 그리고 언어 장애를 지닌 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화기를 통해 전해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해가 시작된 1월 중순에, 아이의 왼쪽 뇌에 또다시 출혈이 있었고, 의사는 또다시 딸아이의 오른쪽 손과 발에 이상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절망하고 절망하면서도, 끊임없이 기도하며, 여러 곳에 기도를 요청했다. 나에겐 여기저기서 딸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한국에서, 미주에서, 시카고 지역 한인연합감리교회 연합회를 비롯한 내가 속해 있는 북일리노이 연회(Northern Illinois Conference), 락포드 지방(Rockford District) 교회들, 탐슨 지역의 모든 교회와 사람들이 우리 가족과 딸아이를 위해 기도를 참 많이 해주었다.

이 기도의 능력과 하나님의 긍휼하심이었으리라… 1월 말이 되자, 딸의 머리에서 물이 줄고 있다는 소식을 들렸고, 2월이 되자 더 이상 머리에 물이 고이지 않고, 심장과 호흡에 이상이 없다는 의학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간호사들은 미라클(Miracle) 베이비라고 수군대기 시작했지만, 담당 의사는 아직 뭐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딸아이는 꾸준히 자랐고, 마침내 2월 10일 퇴원했다.

아이가 집에 오자 탐슨 교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베이비샤워를 해줬다. 케이크와 아이를 위한 옷가지 그리고 이불과 담요 등 풍성한 선물을 가지고 왔다. 사진 제공, 탐슨 연합감리교회. 아이가 집에 오자 탐슨 교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베이비샤워를 해줬다. 케이크와 아이를 위한 옷가지 그리고 이불과 담요 등 풍성한 선물을 가지고 왔다. 사진 제공, 탐슨 연합감리교회. 

나는 사람들의 기도의 힘이 현대 의학의 벽을 뛰어넘고, 절망을 넘어, 딸아이를 살렸다고 고백한다. 이제 그 아이는 어느덧 서른 살을 바라본다.

자라면서 오빠와 싸우기도 하고, 아래 동생을 괴롭히고 울리기도 했으며, 청소년부 찬양대에 들어가 활동도 했다. 공부는 뛰어나게 잘하지 못했고, 운동 신경도 조금 뒤졌으며, 체력이 약해서 힘들어했지만, 맹세코 나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을 가진 적이 없다. 오히려 두 손과 두 발, 두 눈과 두 귀, 입이 모두 불구가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던 의사를 말을 기억하면, 그저 감사가 넘친다.   

가끔이지만 나는 그때 탐슨 교회의 목회협력위원장이 내게 휴가를 강요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탐슨 같은 외딴곳에서 그런 위급한 상황을 당했더라면 딸아이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또 무심코 응급실이 필요해서 갔던 에반스톤 병원에 심각한 조산아 특별병동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헬기로 조산아들을 위한 특별병동이 있는 병원으로 날랐을까? 이런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를 때면, 나는 하나님의 예비하시는 손길과 그 은혜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딸아이가 병원에 있는 동안 섬기던 교회는 매주 3일씩 시카고에서 딸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고, 함께 울면서 기도해주었다. 베이비 샤워를 해주고 싶어했지만 행여 아이가 잘못된 후에 목사 가정이 더 큰 상처를 받을까 봐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있다가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베이비샤워를 해줬다. 그간 교인들은 모여서 나도 모르게 퀼트 이불을 만들었고, 다양한 옷과 선물 그리고 케이크를 만들어 베이비샤워를 해줬는데 그 자리에는 교회에 속하지 않은 마을 사람들도 끼어 있었다.

언어와 문화의 벽을 경험하는 타인종/다문화목회는 연약함을 드러내는 목회(Ministry of Vulnerability)이고, 피 흘림의 목회이다. 나의 약함을 통해 하나님의 위대하심이 드러나고, 하나님께 의지함으로 하나님의 사람들이 힘을 입는 곳이다. 목회자가 사랑을 베풀기만 하거나 능력을 드러내는 것 보다 오히려 자신의 약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낼 때,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한다.

내가 경험한 타인종/다문화목회 현장은 자신의 나약함을 정직하고 겸손하게 나눌 때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가 풍성하게 드러나는 곳이었다. 목사에게 위기가 닥쳐왔을 때, 오히려 은혜가 풍성해지고, 교인들의 사랑의 손길이 멈추지 않았으며, 그 사랑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았을 때, 그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그뿐만 아니라, 나는 온몸에 바늘을 꽂은 채 병원에 누워있던 핏덩이 아이를 통해,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경험했다. 딸아이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던 내 눈길이 혹시 우리 인간들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눈길과 비슷하지는 않았을까? 또 나와 내 가족을 사랑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던 교인들의 손길이 바로 하나님의 손길은 아니었을까?

그런 사랑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타인종목회를 포함한 모든 목회는 목숨 걸어볼 만하지 않을까?

시리즈 보기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1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2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3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4

 

김응선 목사는 연합감리교뉴스의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입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email protected]이메일 또는 전화 615-742-5109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읽기 원하시면,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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