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감리교 청년들, 한국 분단의 역사와 화해의 길을 함께 걷다

2025년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6대륙 15개국에서 온 45명의 세계감리교청년평화순례 참가자들이 ‘평화를 향한 청년 순례(Young Adult Pilgrimage of Peace, 이하 YAPP)'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번 순례는 한반도 군사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오랜 분단의 아픔 속에서도 이어지는 화해의 노력에 동참하며, 세계 평화를 위해 감리교 청년들을 조직하고 교육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YAPP는 기독교대한감리회(KMC), 연합감리교회(UMC), 그리고 세계감리교협의회(WMC)가 함께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해 노력해 온 감리교원탁회의제22차 세계감리교협의회 '한국 평화의 밤' 정신을 계승한 세계감리교 청년들의 노력을 조직화한 것으로, 순례자들은 역사적 상처와 불의를 평화의 길로 전환하고, 연합을 기념하며, 각자의 공동체에서 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영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들은 또한 이번 순례를 통해 정의, 평화, 그리스도 안에서의 생명 원칙에 따라 평화 구축, 화해, 연대를 향한 감리교의 헌신을 재확인했다.

역사의 현장을 걷다: 80분단의 증언

2025년 한국 해방 80주년과 한국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아, 이념적·지역적·세대 간 갈등으로 점철된 80년 분단의 역사를 기념하는 뜻깊은 시기에 진행된 이번 순례에 참가자들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 역사적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그 의미를 깊이 되새겼다.

6월 24일, 광주에서 순례자들은 5·18 민주묘지와 기념관을 방문하여 1980년 군사 독재에 맞선 민주화 운동의 희생을 성찰했다. 광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매튜 우틀리(Matthew Utley)는 이사야 2장 4절 말씀을 인용해 첫 묵상을 인도했다. 그는 기도회에서 “이번 순례가 세상의 아픈 곳을 치유하는 쟁기날이 되기를" 염원하며, “다만, 평화는 기도에만 온전히 의존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평화 순례자들은 5·18 민주묘지 기념관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잔혹한 진압과 시민들의 회복력 있는 윤리적 저항을 생생하게 담은 영상을 관람했다.

보스턴 대학교 신학대학원의 브리아나 N. 테일러(Briana N. Taylor)는 광주 방문 후 연합감리교뉴스에 “광주의 역사는 여전히 살아 있고, 그 영향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았다.”라고 전했다. 그녀는 “광주의 비극은 '성토요일(Holy Saturday)의 태도'로 죽음과 슬픔을 마주하게 했으며, 지금도 살아있는 상처로서 우리에게 증언하는 역사적 현실이다.”라고 자신이 느낀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전했다.

브리아나는 이어 광주 시민 공동체의 협력적인 저항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하며, 시위 과정에서 약탈이나 공격이 없었던 점은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평화는 단순히 폭력의 부재가 아닌, 서로의 인간성과 존엄성을 진정으로 인정하는 것임을 깨달았다.”라며 평화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했다.  

2025년 6월 25일, 노르웨이에서 참가한 스페인 시네스(Svein Sinnes)가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인 골령골 평화공원에서 기도를 쓰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2025년 6월 25일, 노르웨이에서 참가한 스페인 시네스(Svein Sinnes)가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인 골령골 평화공원에서 기도를 쓰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6월 25일, 한국 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아 순례자들은 한국전쟁 중 가장 비극적인 민간인 학살 현장 중 하나인 골령골 평화공원을 찾았다. 평화통일교육문화원의 임재근 박사는 “1950년 대전 인근 골령골에서 7,000명 이상이 처형돼 매장되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세 살이었던 78세의 희생자 유족 여성은 “여러분이 이곳을 찾아와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셨기에, 오늘은 제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날로 남을 것입니다.”라고 말해 순례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스라엘 나사렛 출신의 팔레스타인인인 L.M.은 골령골 학살 현장을 자신의 현실과 연결 지어 바라보았다. 그녀는 연합감리교뉴스에 “골령골에서 투쟁과 억압, 그리고 연대의 연결성을 느꼈다… 이는 우리가 가자지구에서 매일 목격하는 모습이다. 가족들은 사랑하는 이들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라고 전하며, 가자지구의 일상과 골령골 학살 현장이 서로 닮아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폭력 종식과 더불어 중동과 한반도에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6월 26일, 순례단은 파주 비무장지대(DMZ)로 향했다. 연합감리교회 사회부의 정의평화사역 담당자인 콜린 무어(Colleen Moore)는 “6대륙에서 온 순례자들이 DMZ에서 갈등과 평화에 대한 경험을 나눌 수 있었던 점이 특히 의미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녀는 한국전쟁 종식과 미-북한 관계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광주민주화운동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민주주의 탄압” 사이의 유사점을 지적하고, “비극적인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억과 역사가 너무나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국경 인근에 거주하는 윤설현 씨는 세계 15개국에서 온 청년 평화 순례단 앞에서 남북 관계에 대해 강력한 증언을 했다. 그는 분단과 전쟁의 공포가 가져온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언급하며, “6월 12일 이후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면서 수개월간 지속되었던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고… 다시 평화로운 화해의 기운을 절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평화는 말이 아닌 삶의 현실에서 체감되는 것임을 강조했다.

2025년 6월 24일, 6대륙 15개국에서 모인 세계감리교청년평화순례 참가자 45명이 파주 비무장지대를 찾아 참관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2025년 6월 24일, 6대륙 15개국에서 모인 세계감리교청년평화순례 참가자 45명이 파주 비무장지대를 찾아 참관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평화순례단은 프로그램 전반에 걸친 현장 방문과 당사자들의 증언 및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고통받는 이들과의 연대, 옹호, 교육, 신학적 성찰을 통한 평화 구축 노력과 역사적 기억의 변화시키는 힘을 심도 있게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워크숍을 진행하며, 예술이 연대와 화해, 그리고 평화 구축에 기여하는 역할도 깊이 탐구했다.

세계감리교협의회 청년 및 청년지도자위원회 의장인 스테파니 가부요(Stefanie Gabuyo)는 진실과 화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녀는 골령골 생존자와 국경 지역 주민의 증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자연, 사람, 주변 환경과의 연결을 끊으면, 우리는 인간성을 잃고 상황에 무감각해진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비자 문제나 인원 제한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 젊은이들을 위한 온라인 평화 구축 세션을 연중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가부요 의장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 용사였음을 언급하며, 한 할머니의 "전에는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기 위해 총을 들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는 성경을 들고 있다."라는 말씀을 인용하며, 이번 한국 방문이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고 전했다.

제22차 세계감리교협의회 '한국 평화의 밤' 참가자이자 이번 평화 순례 기획팀원인 콜로라도 출신의 매기 테일러(Maggie Taylor)는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와 평화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배우는 기회였다.”라고 말하며, “한국전쟁과 그 여파,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투쟁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이번 순례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 옹호에 큰 열정을 갖게 되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또한 “인간의 경험이 얼마나 상호 연결되어 있고 얽혀 있는지 깨달았다.”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그녀는 “미국 시민으로서 한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미국의 역할을 배우면서, 죄책감을 넘어 책임감을 느꼈다. 신앙이 나를 '안락지대' 밖으로 나아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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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이자 캘리포니아-태평양 연회 목회자 후보인 하나 장(Hana Jang)은 광주와 골령골 방문은 단순한 역사책 속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깊은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골령골에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아픔을 느끼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라며, 현장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앞으로 그리스도인이자 감리교인으로서 “해를 끼치지 않고, 세상에 정의를 증진하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첫날 기도회를 인도했던 매튜 우틀리는 행사를 마치며 “한국에서 보낸 일주일이 나의 일주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025 세계감리교청년평화순례는 6월 27일, 서울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지 방문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그곳에서 박정찬 박사(직전 세계감리교협의회 회장)와 황병배 박사(기독교대한감리회 선교국 총무)는 순례자들의 세계 평화를 향한 여정을 축하하고 격려했다.

박정찬 박사는 순례자들에게 "우리가 세상에서 죽음의 법 가운데 살고 있지만, 생명의 법을 따르라."라고 촉구했고, 황병배 박사는 "한국에서 우리가 목격한 평화의 정신과 연대의 유대는 계속 살아 숨 쉴 것"이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2025 세계감리교청년평화순례를 마친 청년 순례자들은 “우리는 폭력과 잔혹 행위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전쟁으로 고통받은 모든 이의 정의를 향한 외침을 지지한다.”라고 선언하며, 행동과 실천을 촉구했다.

세계감리교협의회 내 감리교, 웨슬리안, 연합 및 통합 교회에 보내는 공동 메시지에서 젊은 순례자들은 이번 여정을 “75년간 지속된 한반도의 전쟁과 정치적 긴장이 남긴 황폐함을 듣고 목격한 시간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순례를 통해 분단의 현실이 남긴 깊은 상처에 마주하고, 민주화 운동에서 비롯된 한반도 재통일에 대한 갈망과 희망을 직면하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서로의 짐을 지며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여정을 함께 할 것을 다짐하고, 교회들이 불의에 맞서며 그리스도의 치유의 임재를 구현하고, 우리 모두를 연합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증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또한 “사회적, 지정학적 도전이 우리 공동체 내 불신과 급진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라며 상호 경청의 프로세스를 통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젊은 평화 순례자들은 “세대 간 경청을 향해 하나님을 신뢰하고, 과거의 유령(냉전, 강제된 공공의 적, 모든 타자성의 악마화)을 뒤로하며, 모든 인간과의 만남 속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고 증언하겠다.”라고 서약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우리가 평화를 만드는 때..."라는 강력한 공동 시로 메시지를 마무리하고, 자신들의 실천적 다짐을 시어로 표현했다.

"우리가 함께 이야기할 때 평화를 이룬다… 서로에게 열정적으로 헌신할 때… 특권을 다른 이의 유익을 위해 사용할 때… 우리가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할 때 평화를 이룬다… 진실이 드러나고 모든 목소리가 말할 공간을 가질 때 평화를 이룬다… 테이블에 함께 앉아 식사할 때, 힘이 없는 이들의 인간성이 회복될 때... 급진적인 환대, 봉사, 모든 이를 위한 사랑... 사랑은 묶는 실, 평화는 우리가 함께 걷는 길. 함께—그것들은 항상 축복이다."라고 노래했다.

세계감리교협의회 감리교, 웨슬리안, 연합 통합 교회에 보내는 공동 메시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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