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의 교회 2

가한나 목사님

편집자 주: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연합감리교뉴스는 전염병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하여 예배, 역사, 윤리, 성서, 신학, 목회, 상담학적인 관점에서 소개하려 한다. 오늘은 그 시리즈의 여섯 번째로 희망연합감리교회를 섬기는 가한나 목사의 윤리적 관점의 2부를 소개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전에는 개인의 삶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저마다 원하는 대로 시간과 공간을 사용하고, 자신이 만나고 싶은 친구들과 이웃을 만나 인간관계를 맺으며, 각자의 필요를 채우며 살아왔습니다. 내가 잘 살고, 내 가족이 잘 살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고, 자녀들에게 최선의 교육을 제공하며, 돈을 아끼기 위해 세일하는 물품들 위주로 구입하고, 집과 자동차 융자금을 갚으며, 저축과 연금을 부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을 즐기며 살았지만, 내일도 준비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렇게 개인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세상은 많이 배우고, 경제력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그렇지 못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위계질서로 줄 세워졌습니다. 고소득자인 전문직종 종사자와 사업가들은 그 위계질서의 가장 윗부분을 차지했고, 몸을 써서 청소하고, 주유소에서 점원을 하고, 식료품점에서 최소 임금을 벌면서 근근이 생활하는 대부분의 소시민은 그 위계질서 피라미드의 가장 밑바닥에 있었습니다. 일용직 근로자들은 종종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 여겨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또 다른 방법으로 사회에 꼭 필요한(essential) 기관과 꼭 필요하지 않은(non-essential) 업체가 구분 지어지게 되었고, 본질적인 것과 부차적인 것의 구별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꼭 필요한 기관에는 정부 기관과 병원뿐만 아니라, 날마다 세상 뉴스를 전해주는 방송 매체, 우리 집에 꼬박꼬박 우편물을 배달해 주시는 집배원, 식료품점에서 소비자들의 불평을 받아 가며 물건을 받아 정리하고 계산해 주는 사람들,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다닐 수 있도록 밤을 새워 주유소를 지켜주시고 정비를 해 주시는 정비공들 그리고 뙤약볕에서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을 참고 우리에게 먹거리를 제공해 주시는 농부들도 포함이 됩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보니, 세상은 경제적 피라미드의 가장 위에 앉아 있는 지도자들만이 아니라, 항상 서서 종종걸음을 하며 우리 삶의 밑바탕을 책임져 주는 일용직 노동자들도 있어야 유지됨을 더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지금까지 피라미드의 위계질서에 익숙해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사회 구성원들이 사실은 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데 꼭 필요한 존재였음을 코로나19로 알게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  BC(코로나 이전 시대) 세상의 지배와 종속 구조를 벗어나, 서로가 서로에게 빚진(mutually indebted and multiply interconnected) 인생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의료인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위협을 무릅쓰고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하고 있습니다.

그저 의료인들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의료활동을 위해서는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병원의 한 켠, 좁은 공간에서 전화를 받으며 의료활동을 돕는 사무실 행정직원들, 의료진과 환자들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병원 식당에서 일하시는 직원들, 또 그들에게 식료품을 대주고 설거지를 해 주는 일용직 근로자들을 비롯해 환자들이 다녀간 후 진료실과 병실을 소독해 주는 직원들 및 병원의 쓰레기를 수거해 주는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수고하고 있음도 생각하게 됩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통해 세상은 돈으로 뭐든 해결할 수 있는 기계적인 사회가 아닌 모든 구성원이 하나하나 소중한 유기적인 공동체였음을 배우게 됩니다. 내 맘에 드는 사람이나 탐탁지 않았던 사람들도 우리의 유기적인 삶을 지탱해 주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삶이 상호 의존적이었음을 깨닫게 될 때, 선입견으로 만들어진 확진자와 건강한 자, 가진 자와 어려운 자, 권력이 있는 자와 아무 힘이 없어 보이는 자들에 대한 경계를 허물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으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기에, 차별(discrimination)은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이렇게 서로 돕고 존중하며 공동체로 거듭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동양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내가 그 차별의 피해자가 될까 염려하는 교인들도 있습니다. 두려움과 공포는 살면서 겪는 지옥입니다. 지금의 우리 모두에게,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리스도의 연민(compassion)이 필요합니다. 서로 차별하고 경계하기보다, 서로 돕고 존중하는 시대를 열어야겠습니다.

코로나19를 겪는 지금과 이후의 사명에 대해 고민하는 교회가 됩시다. 우선 지금의 이 위기에 우리는 각자 생존해야 하는 분리된 사람들이 아니라, 모두 연결되어 서로를 돌보며 공생하는 사람들로서, 하나님을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경천애인”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교회들은 헌금 액수의 감소보다, 교회 내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그들의 눈길이 닿기를 바랍니다.

교회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만큼 절약하여 어려움을 겪는 교인들을 돕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교회의 형편이 어렵다면, 교회 내에서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계신 분들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연결하여 이 위기를 잘 지나갈 수 있도록 연결의 통로가 되길 원합니다. 마음을 열어 우리가 섬기고 있는 교회를 넘어, 교회 밖에 이웃들의 삶도 돌아볼 수 있게 되길 바라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어린이, 청소년, 청년, 장년, 노년들 모두 만남과 연결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의 교회가 주일 예배를 위한 건물이 아닌 하나님 나라를 날마다 살아내기 위한 관계의 중심(hub)되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을 공경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마음과 눈길이 닿아 있는 이웃을 사랑하는 삶이야말로 구원 여정의 첫걸음이며, 우리 가운데 있는 하나님 나라의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고, 높이 올라가기 위해 바벨탑을 쌓아왔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공들여 쌓은 그 탑을 단숨에 무너뜨렸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이룩했던 것들이 무너져,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는”(창세기 1:2) 시기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불안하고, 혼란스러우며, 허무하고, 캄캄한 시기에도 “하나님의 영이 우리 위에 운행하고”(창세기 1:2) 계십니다.

2020년 5월을 사는 우리 중에 누구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에 대해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무너진 세상에 하나님께서는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고 계십니다. 질서가 없는 세상 가운데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지금 우리의 생각과 마음, 삶과 가치관, 세계의 질서를 새롭게 창조하고 계십니다.

그 누구도 한 달 뒤, 석 달 뒤, 일 년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지만, 우리를 창조하시고, 고통 가운데서 우리를 구원하셨던 하나님, 인간이 철학과 과학을 발달시키며 하나님처럼 되려고 하던 오만한 시절에도 우리를 지탱해 주셨던 그 하나님께서 현재 우리의 고통 가운데 우리와 함께 울며, 걸어 주고 계십니다.

자택대피령에서의 삶을 사느라 함께 모여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하지 못하는 지금도, 하나님의 사랑은 그치지 않고, 우리를 위한 일을 멈추지 않고 계십니다. 그 사랑과 은혜를 믿으며, 다시 한번 용기 내어 오늘을 잘 살아내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라고, 원하고, 기도합니다.

 

<코로나19와 교회시리즈보기

 

가한나 목사는 한국의 감리교신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도미하여, 보스톤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를, 클레어몬트대학원 종교학부에서 윤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합감리교회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email protected]로 이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회뉴스를 더 읽기 원하시면, 격주 e-뉴스레터인 두루 알리미를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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