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인총회에서 한인목회강화협의회는 참석자들에게 예수의 비유를 다룬 소그룹 교재 <비유를 들어 말씀하시니…>를 선물로 나눠 주었다.
그런데 이 책을 받아본 다른 인종의 목회자들이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우리 교회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영어로 번역해 출판할 수 있나요?”
이들의 요청은 안명훈 목사의 <비유를 들어 말씀하시니…>를 He Spoke to Them Using Parables: The Parables of Jesus라는 이름으로 번역·출판하는 계기가 됐다.
영어판 교재도 한국어판과 마찬가지로 예수의 비유를 20과로 나누어 다룬다.
감리교회의 전통적인 소그룹인 ‘속회’를 위한 영문 교재 <He Spoke to Them Using Parables: The Parables of Jesus>는 Lulu.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각 과는 성경 본문과 해석, 삶의 적용에 이어 묵상과 나눔을 위한 질문, 공동 기도 제목, 마침 기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 13장 44절의 감추인 보화를 다룬 첫 과에서는 참가자들이 성경 말씀을 통해 자신이 발견한 ‘보화’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신앙이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를 서로 나누도록 한다.
연합감리교회 한인선교회가 발행하고 한인목회강화협의회, Small Group Academy-UMC, 한인연합감리교회총회가 후원한 한국어판은 2025년 8월 1일 출간됐다. 영문판은 이후 1년여의 번역 과정을 거쳐 2026년 출간됐다.
한국어 원본은 2025년 감리교회의 전통적인 소그룹인 ‘속회’를 위한 교재로 소개됐다. 소그룹 인도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도 말씀과 묵상, 토론, 기도와 교제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구성한 교재다.
영어판도 이러한 감리교의 속회 전통을 이어간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속회를 ‘교회 안의 작은 교회’로 설명한다. 속회는 속회원들이 말씀을 나누고 서로의 영적 성장을 격려하며, 교제를 통해 공동체를 세우고 그 사역을 선교로 확장해 가는 곳이다.
오랫동안 개체교회를 섬겨왔으며 보스턴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은 안 목사는 교재를 집필하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안 목사는 “집필하는 내내 어떻게 하면 예수님의 비유를 가장 쉽게 풀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라며, “예수님께서 비유를 사용하신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심오한 천국의 진리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책의 서문에서도 안 목사는 예수님이 심오한 천국의 진리를 듣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비유로 쉽게 설명하셨다고 짚는다. 복음서 역시 예수님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고 기록한다.
안 목사는 “이 교재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예수님의 비유를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며 “이 교재를 통해 한국어권과 영어권 그리스도인 모두가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국어 교재를 영어로 옮긴 이푸르메 목사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신학적 깊이를 잃지 않았다는 점을 이 책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 목사는 “저자인 안명훈 목사가 성서에 대한 지식과 오랜 목회 경험을 함께 녹여낸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라며, “성경공부가 복잡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통찰에는 깊이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어쩌면 이 책 자체가 예수님의 비유와도 같다. 신학과 심오한 진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이푸르메 목사가 번역 과정에서 한국어 교재에 담긴 한국적 요소를 영어권 문화에 맞춰 없애거나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 목사는 번역 과정에서 한국 찬송가와 노래, 문화적 배경을 영어권 독자에게 더 익숙한 내용으로 바꾸어도 좋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영어로 번역한다고 해서 이 교재를 형성한 한국적 신앙의 배경까지 지워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 목사는 “아름다운 한국 찬송과 노래를 영어로 번역하면서,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도 한국인의 영성과 신앙고백을 읽고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어떤 면에서는 매우 한국적인 노래이지만, 번역된 가사를 통해 읽는 사람이 문화와 언어의 경계를 넘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안 목사의 글에 등장하는 한국의 역사적 사례들도 그대로 살렸다.
이 목사는 “그러한 사례들이 안 목사의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맥락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영화 <미나리>를 한 예로 들었다. 구체적인 한인 이민자의 경험을 다룬 이야기라도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이 성경공부 교재는 한인 기독교의 뿌리를 숨기거나 약화하지 않으면서도 어떤 문화와 언어권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천 년 전 팔레스타인의 구체적인 삶과 문화 속에서 전해진 예수님의 가르침과 비유가 오늘날 전 세계 그리스도인에게 여전히 의미를 주는 것처럼, 한국적 경험을 담은 신앙 이야기도 문화와 언어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인목회강화협의회 사무총장 장학순 목사는 영어판 출간의 의미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한인목회강화협의회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소그룹 사역을 위한 자료라는 점이고, 둘째는 북미 한인 공동체가 점점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언어 공동체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영어로 된 신앙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영어 신앙 자료의 필요성은 한인 목회자들의 다양한 목회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장 목사에 따르면 2024년 연합감리교회와 특수 목회에서 사역하는 한인 목회자는 약 850명이며, 이 가운데 570명이 타인종·타문화 목회지를 섬기고 있었다.
이 통계는 상당수의 한인 목회자가 이미 한인교회를 넘어 타인종·타문화 목회 현장에서 사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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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종목회자전국연합회 회장 박미소 목사는 “우리 가운데 많은 목회자가 영어권 교회를 섬기고 있기 때문에 교인들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성경공부 자료가 필요하다.”라며 “이 책은 예수님의 비유를 20과로 나누어 배경 설명과 해석, 묵상과 토론 질문을 제공하고 각 과를 기도로 마무리하도록 구성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영어판에 담긴 한국과 한인 문화의 관점이 타문화 목회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며, “문화 간 대화에 새로운 시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이 책은 한인 목회자뿐 아니라 예수님의 비유를 함께 의미 있게 공부하기를 원하는 어떤 목회자나 교회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푸르메 목사는 시중에 다양한 성경공부 교재가 있지만, 연합감리교회 소그룹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교재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책은 연합감리교회의 소그룹 사역을 염두에 두고 쓰였다. 그래서 각 장의 토론과 진행 방식이 자연스럽고, 구조적으로나 신학적으로도 연합감리교회의 소그룹 사역에 잘 맞는다.”라고 말했다.
장학순 목사는 이 교재가 소그룹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소그룹 교재뿐 아니라 성경공부, 개인 묵상(QT), 설교 준비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이푸르메 목사에게 영어판 출간은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 목사와 남편은 모두 목회자이지만, 다른 많은 기독교인 부모들처럼 자녀들의 신앙 성장을 위해 자신들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지 고민할 때가 있다. 두 사람의 자녀는 한인 3세로, 한국어를 유창하게 읽거나 쓰지 못한다. 이 목사는 이번 영어 번역을 통해 한인 기독교 신앙 자료에 담긴 신앙과 영적 지혜가 자녀 세대에도 전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 목사는 "이 책을 매주 드리는 가족 경건의 시간에 사용하고 싶다."라며, "이번 번역을 통해 우리 아이들도 아름답게 쓰인 이 한인 성경공부 교재에서 영적인 인도와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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