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 기사는 영혼 구원과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감당하고, 사역의 지평을 넓혀가는 교회들을 소개하는 <이 교회를 소개합니다> 시리즈입니다. 이번에는 이현민 목사가 섬기는 위슨컨신 하트포드 제일 연합감리교회를 소개합니다.)
위스콘신주 하트포드 제일 연합감리교회(First United Methodist Church of Hartford)의 문은 일요일 예배 시간에만 열리는 교회가 아니다.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이웃의 삶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간 이 교회는 지역사회를 섬기는 다양한 나눔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본래 교회는 예배와 교육의 장소를 넘어, 사람들이 만나 삶을 나누고 서로를 돌보는 지역사회의 사랑방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오늘날의 교회는 새로운 질문과 마주한다.
"과연 지역 주민들에게 교회는 어떤 공간으로 존재하는가?"
하트포드교회는 거창한 프로젝트 대신 옷가지가 놓인 옷장과 식탁, 그리고 소박한 텃밭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 시작에는 무료의류나눔(Clothes Closet) 사역이 있다. 지역 주민들은 이곳에서 필요한 의류와 신발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하트포드 제일 연합감리교회의 지하실에는 깨끗하게 정돈된 의류들이 지역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제공, 이현민 목사, 하트포드 제일 연합감리교회. 이 사역은 2008년에 시작됐다. 당시 교회 직원이었던 베키 스웬슨(Becki Swenson)과 패티 버트링(Patti Bertling)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 주민들이 필요한 옷을 부담 없이 가져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교회는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교회의 사역을 시작하기로 하고, 지하실에 옷가지를 나눌 공간을 마련했다.
사역이 시작되자 교인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상태가 좋은 옷과 신발을 아낌없이 기부하고 있다. 기부받은 물품은 계절이 바뀌거나 자녀가 성장하면서 옷이 필요한 가정에 전달된다.
무료 의류 나눔 사역의 의미는 옷가지를 나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교회를 찾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교회 공간을 경험하고,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교회가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이웃의 필요가 있는 곳에 문을 열어두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나눔은 식탁에서도 이어진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하트포드 제일 연합감리교회 친교실에서 지역공동체 점심 사역(Community Lunch)이 열린다. 이 사역은 2012년에 시작됐으며, 음식은 교회 부엌에서 직접 준비한다. 식사는 오전 11시 30분에 시작되지만, 봉사자들은 이른 오전 8시경부터 교회에 모여 그날의 식사를 준비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는 이들의 수고가 따뜻한 한 끼를 만들고, 지역 주민들이 함께 만나 교제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간다.
지역공동체 점심 사역은 하트포드에 있는 5개 교회가 협력해 지역 주민들에게 공동 식사를 제공하는 사역이다. 하지만 실제 참여자와 자원봉사자는 이 다섯 교회 교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회의 문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를 향해 열려 있는 사역이기 때문이다.
참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5년에는 모두 1,132명이 식사를 했고 1,522끼의 식사가 준비됐다. 월평균 참여자는 약 94명으로, 2022년에 비해 25% 증가한 수치다. 따뜻한 식사뿐 아니라 편안하게 이웃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참여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매달 평균 20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하며, 봉사자의 연령도 17세부터 90세까지 다양하다.
이 식탁에서 나누는 것은 음식만이 아니다. 생일과 결혼기념일 같은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축하하며, 처음 만난 이웃들도 이곳에서 관계를 만들어간다.
지역공동체 점심 사역의 부디렉터인 하트포드 제일 연합감리교회의 코린 필스베리(Corinn Pillsbury)는 이 사역을 통해 “작은 친절도 멀리 퍼질 수 있고, 누구나 새로운 만남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공동체 점심 사역은 단순히 한 끼의 식사를 제공하는 자리를 넘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삶을 나누는 ‘밥상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식탁은 예수께서 보여주신 환대처럼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이웃을 맞이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 나누는 자리로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이 교회를 담임하면서 교회의 역할이 단순히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도움을 제공하는 데 그친다고 생각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이 교회를 부담 없이 찾아와 필요한 도움을 얻고, 사람을 만나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간으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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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생각은 지역공동체 텃밭(Community Garden) 사역으로도 이어졌다. 이 사역은 2014년부터 계획을 시작해 2015년 18개 구역으로 처음 문을 열었고, 2016년에는 27개 구역을 추가했다.
지역 주민들은 교회가 제공한 텃밭에서 채소와 농작물을 직접 기른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수확을 기다린다. 무엇을 심었는지 묻고, 재배 방법을 나누며, 수확물을 나누기도 한다.
이렇게 텃밭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이웃을 알아가고 관계를 맺는다. 텃밭은 단순히 공간을 나누는 것을 넘어, 교회가 가진 공간을 지역 주민들의 삶의 일부로 내어주는 일이다.
25년 넘게 이어져 온 우리 교회의 기도숄사역(Prayer Shawl Ministry)도 빼놓을 수 없다.
교회의 뜨개질과 코바늘 뜨개질 봉사자들은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을 전하기 위해 숄과 무릎담요를 만든다. 각 숄에는 받는 사람을 위한 축복의 기도가 함께 담긴다. 이 사역에 참여하고 있는 쉐리 퍼먼(Shari Purman)은 “숄 하나를 만들 때마다 그 숄을 받게 될 사람을 생각하며 기도한다.”라고 전했다. 한 땀 한 땀 뜨개질한 숄에 기도를 담고, 그 기도가 다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 전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750개가 넘는 숄이 지역사회와 그 밖의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매 분기 이 지역 병원인 빈스롬바디 암센터(Vince Lombardi Cancer Center)에도 숄을 전달하며, 청소년과 교인들이 선교 여행을 떠날 때는 선교지의 사람들에게도 숄을 전한다.
하트포드 제일 연합감리교회의 지역사회를 향한 사역은 어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Falloween’(할로윈 대체 행사)은 매년 10월 열리는 무료 지역사회 행사로, 가족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마련된 축제이다. 무료 칠리 저녁 식사와 간식, 따뜻한 핫초콜릿, 라이브 음악과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마련된다.
교회 교인들은 자동차 트렁크를 장식해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는 트렁커트릿(Trunk-or-Treat)에 참여한다. 최근에는 트랙터를 타고 작은 호박밭으로 가서 직접 호박을 고르는 활동과 라이브 음악도 마련해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더했다.
부활절에도 지역사회를 향한 교회의 문은 열렸다. 하트포드 제일 연합감리교회는 지역 청소년 단체인 톰슨아이리시세틀러스 4-H(Thompson Irish Settlers 4-H) 클럽과 함께 부활절 달걀 찾기 행사를 진행했다. 2026년 부활절 행사에는 약 100명이 참석했으며, 풍선 아트와 페이스 페인팅, 부활절 토끼와 사진 찍기, 달걀 찾기, 토끼와 염소를 직접 만져보는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 행사는 단순히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만들고, 연합감리교회가 추구하는 환대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여름철 매주 수요일 저녁, 하트포드 제일 연합감리교회 주차장에서 편안하고 열린 분위기의 예배가 이어진다. 교회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예배에 참여하며 교회와 만나는 기회가 된다. 사진 제공, 이현민 목사, 하트포드 제일 연합감리교회. 한 달에 한 번, 매주 첫째 수요일에 열리는 ‘메시 처치(Messy Church)’는 젊은 가족들이 더욱 편안한 분위기에서 교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시작된 세대 통합형 예배 사역이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모여 식사하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말씀을 나눈다. ‘주차장 예배(Parking Lot Worship)’ 역시 교회 안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와 만나는 접점을 넓혀가기 위한 시도의 하나다.
하트포드 제일 연합감리교회의 여러 사역은 서로 다른 모습처럼 보이지만, 그 중심에는 공통된 지향점이 있다. 사람들이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서로의 삶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은 거창한 구호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옷 한 벌을 나누고, 따뜻한 한 끼를 함께 나누고, 텃밭을 내어주고 그곳에서 자란 채소를 나누며, 기도가 담긴 숄 한 장을 건네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작은 만남이 쌓이면서 교회는 다시 지역사회의 일상으로 조금씩 들어간다. 하트포드 제일 연합감리교회가 활짝 열어둔 문은 이제 담장 너머 지역사회와 교회를 이어주는 아름다운 다리가 되고 있다.
(필자인 이현민 목사는 2025년 7월 1일부터 하트포드 제일 연합감리교회 담임으로 섬기고 있으며, 2026년 위스컨신 연회에서 정회원 안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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