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의 탕자 이야기 1: 둘째 아들 이야기

누가복음 15:11-24

(이 글은 연합감리교뉴스의 <영화와 설교> 시리즈 번외 편인 <성화와 설교> 시리즈다. 강혜성 목사는 렘브란트의 그림 돌아온 탕자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하나님께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가 그분의 아들과 딸임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1. 탕자 이야기  

강혜성 목사, 사진 제공, 강혜성 목사.강혜성 목사, 사진 제공, 강혜성 목사.

제가 북가주에 있는 버클리 GTU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기독교 성화(Christian Iconography)’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성경과 관련된 그림을 보면서 공부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지금은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만, 당시에는 교수님이 직접 찍은 사진 필름을 슬라이드로 만들어서 한 장씩 보여주곤 했습니다.

저녁 시간 슬라이드로 그림을 보면서 그림 내용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재미있게 듣다가 교실을 나오면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내 마음속에 뭔가 모르게 은혜스러운 여운이 남곤 했습니다. 마치 저녁 안개나 아침이슬이 살포시 내리는 듯한 그런 은혜였는데, 그래서 그 후로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설교에 자주 활용하곤 했습니다. 오늘은 몇 년 전 제가 아마존에서 구입해 제 책상 위에 걸어 놓고 들여다보면서 여전히 은혜를 받는 ‘돌아온 탕자(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라는 그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그림은 유명해서 보신 분이 많을 텐데, 누가복음 15장 11~32절에 나오는 ‘탕자 이야기’를 소재로 한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입니다.

누가복음 15장에는 잃어버린 양, 잃어버린 동전, 잃어버린 아들 등 잃어버린 것에 관한 3개의 비유가 나오는데, 오늘의 그림은 바로 그 세 번째 비유에 관한 이야기, ‘돌아온 탕자’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탕자와 그를 감싸는 아버지, 첫째 아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관망하고 있는 하인들이 나옵니다.

오늘은 탕자에 대해서, 다음에는 첫째 아들에 관해서, 그다음에는 아버지에 대해서 말씀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탕자의 이야기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둘째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와 자기에게 줄 유산을 미리 달라고 합니다. 유산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자녀가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산을 미리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일이며, 일부 문화권에서는 “아버지! 제가 유산을 받을 수 있도록 빨리 죽으세요”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고 합니다.i 아버지는 둘째 아들의 요구가 당연히 못마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 아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며칠 후 둘째 아들은 자신이 받은 유산을 정리해서 먼 나라로 떠났습니다. 그는 유산으로 받은 돈을 지혜롭게 투자하거나 사업을 하는 대신, 사치스럽고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모두 낭비해 버렸습니다. 그는 결국 파산했으며, 돈도, 친구도, 집도 없는 노숙자가 신세가 되어, 돼지우리의 돼지들이 먹는 쥐엄 열매로 배를 채우다가 아버지의 집을 그리워합니다. 따뜻하고 먹을 것이 많은 아버지의 집! 작은아들은 이방인의 땅에서 노숙자가 되는 것보다 아버지 집에서 종으로 사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으로 돌아온 둘째 아들은 아버지에게 자신은 ‘아들’ 자격이 없으니 품꾼으로 써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죽었던 아들이 살아서 돌아왔다며 껴안고 기뻐하면서 그에게 좋은 옷과 반지와 신발을 신기고는 잔치를 베풉니다. 이 둘째 아들의 이야기는 탕자와 같은 우리가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가면, 우리 하나님은 모든 것을 용서하시고 기쁜 마음으로 품어준다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합니다.

2.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

기독교 성화를 보다 보면 “그림은 설교다”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느끼게 됩니다. 목사님이 성경 이야기를 읽고 받은 감명을 설교로 준비하듯이, 렘브란트는 성경의 탕자 이야기를 읽으면서 하나님 아버지의 집에 돌아가고자 하는 소망을 담아 ‘돌아온 탕자’라는 그림을 그렸을 것입니다.

렘브란트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활동한 유명한 화가입니다. 그는 유럽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화가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으며, 네덜란드 예술계의 황금시대를 이끄는 데 큰 공헌을 한 인물입니다. 그의 그림의 특징은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빛의 화가’라고도 불립니다. 그런데 그의 생애에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역사 속 많은 화가는 살아생전 열심히 그림을 그리지만 사후에야 유명해져, 정작 화가 본인은 궁핍하게 살다가 죽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렘브란트는 젊은 나이에 유명해져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었습니다.

렘브란트의 “사스키아와 함께 있는 돌아온 탕자의 모습을 한 자화상”. 이 그림은 현재 독일 드레스덴 국립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 출처, WikiArt.렘브란트의 “사스키아와 함께 있는 돌아온 탕자의 모습을 한 자화상”. 이 그림은 현재 독일 드레스덴 국립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 출처, WikiArt.

젊은 나이에 성공한 렘브란트는 자신의 천재성에 자만하면서 방탕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습니다. 다음 그림은 렘브란트가 30세에 그린 ‘유산을 탕진하는 탕자(1635년)’로 탕자인 둘째 아들이 자신이 받은 유산을 탕진하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그림의 배경은 술집이며, 탕자는 과장되게 큰 유리컵을 들고 있고, 메인 요리는 왕의 식탁에나 어울리는 공작새 파이이며, 허리에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은 큰 칼을 차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은 탕자의 사치와 허세와 교만함을 보여줍니다. 탕자는 여자의 허리를 만지면서 독자들을 향하여 탐욕스러우면서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이 탕자인 둘째 아들의 방탕한 모습을 그린 것이지만, 사실 그림 속 탕자는 바로 렘브란트 자신이라고 합니다. 렘브란트는 탕자의 얼굴에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었고, 그림 속 여자도 자기 아내인 사스키아를 그려 넣었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에는 또 다른 제목이 붙어 있는데, 바로 ‘탕자인 렘브란트’입니다.ii 아주 젊은 나이에 막대한 부와 명예를 거머쥔 렘브란트는 탕자 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마치 당당하다는 듯이 사치스러운 삶을 즐겼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조각가이자 미술 평론가인 장 바티스트 데샹(Jean-Baptiste Deschamps)은 이러한 렘브란트를 가리켜, "그는 자유와 그림과 돈만을 사랑했다"라고 혹평했으며, 젊은 시절 렘브란트는 무례하고, 교만하며, 낭비벽이 심하고 거만했다고 적었습니다.   

렘브란트는 젊어서 그림으로 크게 성공했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듯, 그의 성공과 인기와 부의 기간은 한밤의 꿈처럼 짧고 허망했으며, 그는 곧이어 슬픔과 불행, 비탄의 음침한 골짜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렘브란트는 29세가 된 1635년 어린 아들 룸바르투스를 잃습니다. 1638년에는 첫째 딸 코르넬리아를, 그리고 1640년에는 둘째 딸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냅니다. 그러다 렘브란트가 36세인 1642년에는 사랑하는 아내 사스키아마저 이 세상을 떠납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1668년에는 마지막으로 남은 사랑하는 아들 티투스마저 죽지요. 렘브란트는 홀로 남겨진 가운데 가난하고 외롭게 살다가 1년 뒤 세상을 떠납니다. 사랑하는 아들이 죽은 후 홀로 남겨진 렘브란트는 자신이 죽기 전에 하나님께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마치 유언처럼 ‘돌아온 탕자’를 그립니다.

노년이 되어서야 렘브란트는 젊어서 누린 모든 영광이 헛된 것임을 깨닫습니다. 가난한 노년의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마치 둘째 아들이 돼지우리에서 아버지의 집을 그리워했듯이, 그는 하나님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하나님 품에 안겨 평안과 위로를 구하고자 합니다.

‘돌아온 탕자’에는 둘째 아들이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렘브란트가 죽기 직전인 1668~1669경에 그린 것으로 추측되는 “돌아온 탕자(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의 일부분. 이 그림은 렘브란트의 마지막 유작으로 미완성 작품이며, 현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Hermitage Museum)에 전시되어 있다. 글에서 인용하는 손과 신발 그리고 검의 모습을 더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그림의 밝기를 조정했다. 그림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렘브란트가 죽기 직전인 1668~1669경에 그린 것으로 추측되는 “돌아온 탕자(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의 일부분. 이 그림은 렘브란트의 마지막 유작으로 미완성 작품이며, 현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Hermitage Museum)에 전시되어 있다. 글에서 인용하는 손과 신발 그리고 검의 모습을 더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그림의 밝기를 조정했다. 그림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그는 허름하다 못해 비참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한쪽 발에는 신발조차 없습니다. 그의 머리를 보면 이가 많아서 머리카락을 다 잘라야 했을 정도입니다. 위엄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냥 피곤하고 지치고 외롭고 배고프고 불쌍하고 비참하게 망가진 사람의 모습입니다. 아버지는 허름하고 지친 모습으로 돌아온 작은아들을 껴안습니다. 그리고 마치 작은아들이 겪어야 했던 그 모든 아픔과 좌절과 괴로움을 다 이해한다는 듯 부드러운 표정으로 돌아온 아들을 내려다봅니다.

그림 속에 있는 아버지의 두 손을 자세히 보면 손의 크기가 다릅니다. 왼손이 오른손보다 큰데, 왼손은 아버지의 손으로 자녀를 위한 아버지의 ‘보호(protection)’를 상징합니다. 반면, 오른손은 어머니의 손으로 자녀를 위한 어머니의 다정한 ‘보살핌(care)’을 의미합니다.iii 아버지는 돌아온 작은아들을 두 손으로 보호하고 보살피면서, 마치 “괜찮다. 괜찮아, 아들아. 나는 네가 집에 돌아와서 너무 기쁘단다.”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3. 헨리 나우웬(Henri Nouwen, 1932-1996)

헨리 나우웬, 사진 출처, 위키백과.헨리 나우웬, 사진 출처, 위키백과. 

많은 사람이 렘브란트의 작품 ‘돌아온 탕자’를 좋아하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헨리 나우웬입니다. 그는 네덜란드 가톨릭 사제이자 교수이며, 신학자이자, 명성 높은 영성가입니다. 그분이 쓴 <상처 입은 치유자(The Wounded Healer)>라는 책은 신학생들의 필독서이기도 하지요.

헨리 나우웬은 20년 가까이 미국 노트르담 대학교, 예일 신학대학원, 하버드 신학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어느 날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직을 사임하고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는 ‘데이브레이크 공동체(Daybreak Community)’로 옮겨가, 많은 사람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데이브레이크 공동체는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집을 제공하는 ‘라르슈(L'Arche)’ 공동체입니다. '라르슈’는 프랑스어로 '방주'를 의미하는데, 1964년 가톨릭 신부인 장 바니에(Jean Vanier)가 장애가 있는 두 남자를 자신이 살던 집에서 함께 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라르슈 공동체는 ‘Changing the world, one heart at a time!(이 세상을 변화시키자, 한 번에 한 영혼씩!)’이라는 모토 아래, 현재 35개국에서 147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국제적인 비영리 단체입니다.iv 각 지역의 라르슈 공동체는 일반인이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서로 도우면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곳입니다.  

1985년 53세였던 헨리 나우웬은 하버드 신학대학원의 교수직을 사임하고 프랑스 트로슬리(Trosly)에 있는 라르슈 공동체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꼬박 1년을 살면서 그는 신부로서 라르슈 공동체 중 한 곳에서 지적 장애자들과 함께 사는 것이 하나님의 부르심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하나님의 소명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하는 와중에, 그는 렘브란트가 그린 '돌아온 탕자'라는 이 그림을 만났습니다. 

헨리는 이 그림을 보고 또 보면서, 방탕한 아들을 안아주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하나님이 마치 지친 자신을 품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또한 라르슈 공동체에 머물면서 그들이 보여준 따뜻한 사랑에 마치 자신이 영적인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헨리는 하나님이 자신을 지적 장애인들과 함께 살도록 부르셨다는 확신을 가지고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는 데이브레이크 공동체로 갔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목회자로서 지적 장애인들과 함께 섬기는 삶을 살다가 1996년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헨리 나우웬은 렘브란트의 그림, ‘돌아온 탕자’와 성경 말씀을 묵상하면서 그의 삶의 전환기에 경험한 자신의 영적 여정을 <탕자의 귀향(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이라는 책에 기록했습니다. 그는 책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그 사랑을 찾고 있는 우리가 바로 그 탕자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힘들고 지쳤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었을 때, 낙담하고 좌절할 때,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탕자입니다.

우리도 살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때가 많이 있습니다. 실망할 때도 많고, 이 길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고,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쓰라린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아내나 남편이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 같고, 자녀도 나의 맘을 몰라주어 외롭기도 합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하루가 다르게 불편하고 때로는 고통스럽습니다. 이처럼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고통과 외로움의 순간에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품이 필요한 탕자입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께로 나아가 그분의 품 안에서 보호와 위로를 받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림을 보면 아버지와 탕자 주위로 밝은 빛이 감싸고 있습니다. 앞서 렘브란트를 빛의 화가라고 했는데, 그는 이러한 빛을 통해 아버지와 탕자가 천국 잔치에 함께 있음을 보여줍니다. 렘브란트는 빛을 사용하여서, 우리가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때, 하나님은 우리를 천국 잔치에 초대하시며, 우리를 회복시켜 주시고 우리를 다시 일으켜 주실 것이라는 소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4. 집으로 돌아가기

올해 봄 저는 교회성장 컨퍼런스 GCC(Growing Church Conference)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에 갔었습니다. 라스베이거스는 아무리 봐도 둘째 아들 탕자가 방탕한 생활을 하며 전 재산을 탕진했을 것 같은 도시입니다. 매년 새로운 카지노가 생기면서 나날이 커지고, 어디를 가도 수많은 사람과 도박, 호화로운 엔터테인먼트로 가득 찬, 환락의 도시의 대명사 같은 곳입니다.

GCC 기간 저녁 시간에 친구와 함께 바람도 쐴 겸 벨라지오 호텔에서 하는 그 유명하다는 ‘O Show’를 관람하러 갔습니다. 비싼 돈을 주고 티켓을 구입한 저는 큰 기대를 품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는 순식간에 호수로 변하고, 배가 떠다니고, 공중에서 서커스를 하는 사람들이 곡예를 부리면서 무대의 호수로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정말 고난도의 곡예와 물과 불과 다양한 시각적인 장치들이 쉴 새 없이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했습니다. 그러나 보는 내내 “야 대단하다!”라고 박수를 치면서도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지, 스토리텔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눈과 귀를 사로잡는 화려함은 있지만, 마음을 감동시키는 스토리가 없었기에, 쇼는 환상이요 꿈이지, 마음의 위안을 받는 안식처는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나왔습니다.

둘째 아들은 환락의 도시에서 방탕한 생활에 화려함을 좇다가 망하고는 결국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와 평안과 위안을 찾습니다. 이 그림에는 탕자인 둘째 아들이 환락의 도시를 떠나 아버지께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를 담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둘째 아들은 유산을 다 탕진했으니, 아버지를 뵐 면목도 없고 또 자존심 상해서, 실패와 좌절 가운데 자포자기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처럼, 이방인의 땅에서 생을 마감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탕자는 마지막 순간에 아버지를 기억했으며,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면서 새로운 삶을 얻게 됩니다.

그림에서 작은아들을 자세히 보면 그의 오른쪽 허리에는 단검처럼 생긴 검이 있는데, 이 검은 자신이 속한 가문의 상징으로, 자신이 그 가문의 아들임을 보여줍니다. 작은아들은 타락하고 방탕한 와중에도 자신이 여전히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춥고 배가 고팠을 때 그 귀중한 검을 팔았을 겁니다. 작은아들은 자신이 아버지의 아들임을 잊지 않고 기억했기에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가 그분의 아들과 딸임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작은아들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가문의 상징인 칼은 반드시 간직하고 있었듯이,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상기시켜주는 그리스도인의 상징을 마음속에 간직해야 합니다. 우리가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야 할 가문의 상징은 바로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주신 십자가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하나님이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자녀 삼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님 가족의 상징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독생자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심으로 우리의 죄를 사하시고, 우리에게 하나님의 자녀 되는 권세를 주셨으며,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의 삶을 허락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기억한다면, 우리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때론 길을 잃고 헤매며, 좌절하고 상처를 받을지라도, 우리는 하나님께로 돌아올 수 있으며, 하나님의 품에서 위로를 받고 온전히 회복되리라 믿습니다.

(이 글을 다 읽으신 분은 Youtube에 있는 NEW Breathe Worship의 “탕자의 노래”를 들어보시길 권유합니다.) 

) i. 헨리 나우웬, p.66

ii. 렘브란트, 유산을 탕진하는 탕자

iii. 헨리 나우웬, p.177

iv. 위키피디아, L’arche  

참고 자료

1. 미국 교회 목회를 할 때 여름이면 책 한 권을 선정해서 교인들에게 읽기를 권유하고, 그 책을 바탕으로 본문과 묵상으로 설교를 하곤 했습니다. 이 글은 누가복음 15장, 헨리 나우웬의 책 <탕자의 귀환>, 렘브란트의 그림 ‘돌아온 탕자’를 바탕으로 쓴 설교문입니다.

2. 주요 참고서적: 헨리 나우웬의 <탕자의 귀환>, 포이에마 2009

3. 서성록, ‘렘브란트, 유산을 탕진하는 탕자’

4. 위키피디아, 렘브란트  

5. 위키피디아, L’arche   

6. 탕자의 비유와 관련된 Youtube 추천 찬양 음악

a) New Breathe Worship, ’탕자의 노래’, 조유진 원곡

b) Eternal Sunshine, ‘먼발치에서(탕자의 노래)’  

c) 한웅재 ‘탕자의 노래’

관련 기사 시리즈 보기

렘브란트의 탕자 이야기 2: 첫째 아들 이야기

렘브란트의 탕자 이야기 3: 아버지 이야기

강혜성 목사는 연합감리교회 캘리포니아-네바다 연회 소속으로 캘리포니아주 링컨에 소재한 사랑의교회 담임으로 섬기고 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이메일 [email protected]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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