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 포도주는 새 포대에

제가 지난 2월 6일~9일까지 ‘성장교회 컨퍼런스(Growing Church Conference)’라는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왔습니다. GCC는 미 서부지역에 있는 한인연합감리교 목사님들이 만나 목회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기도하면서 ‘어떻게 하면 목회를 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가지고 시작한 모임입니다.
이번 GCC 모임의 주제 본문은 마태복음 9:14-17절입니다. 예수님은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의미는 앞 본문과 연결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바리새인들은 하나님을 충실하게 믿는 자들인데, 그들은 율법을 열심히 지키지만, 죄인들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죄인, 세리들과 어울려 밥을 먹으니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고 바리새인들이 비판하자, 예수님은 병든 자에게 의원이 필요하듯, 자신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면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포도주를 새로 담그면 오래 보존해야 하니 새 부대에 넣는 것은 당연한 상식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상식적인 사실을 비유적으로 사용하시는데, 구약의 가르침인 율법이라는 포도주를 담아내는 것이 유대교라는 부대라면, 예수님의 새로운 가르침을 담아내는 데에는 새로운 부대 ‘교회’, 즉 ‘기독교’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는 구약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담아내는 것이 율법이라면, 신약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담아내는 것이 복음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교회는 지금까지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겠다는 정신으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그 시대에 합당한 그리스도의 정신을 전하고자 노력해 왔는데, 그러면 과연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어떠한 시대이며, 그리고 그러한 시대에 예수님의 말씀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바로 이번 모임의 주제였습니다.
아브라함에서 시작하는 구약의 역사 2000년이 지났으며, 예수님으로부터 시작한 기독교의 역사가 이제 2000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시대와 예수님의 시대가 매우 다르고, 지금 우리의 시대와 앞으로 다가올 시대도 크게 다를 테지요. 그런데 앞으로는 그 어느 시대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훨씬 더 다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하죠. 바로 인공지능 시대 말입니다. 마침 지금 OpenAI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ChatGPT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알파고에 이어 다시 한번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인공지능 시대를 예측해보고, 교회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해볼 좋은 타이밍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예상하기 위해 우선 인공지능의 활약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지금 뜨거운 이슈인 ChatGPT의 기원이 1997년 IBM이 만든 체스 특화 인공지능 컴퓨터 딥블루(Deep Blue)입니다. 딥블루는 당시 체스의 신인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고 1등을 하게 됩니다. 이에 충격을 받은 빌 게이츠는 그 뒤로 인공지능 전도사로 활동을 펼치고, MS, Google, Apple 등 IT 대기업은 앞다투어 인공지능에 투자하기 시작합니다.
2012년 인공지능은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탑재하면서 비약적인 발전 단계에 들어섭니다. 그전까지는 가르쳐주는 것을 바탕으로 실력을 쌓아갔다면, 딥러닝 기술을 탑재한 인공지능은 이제 알아서 공부합니다. 마치 이전에는 자녀에게 실력 있는 과외선생을 붙여주어 아이가 좋은 성적을 냈다면, 이제는 자신이 알아서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을 낸다는 뜻입니다. 그 한 예로 구글의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 Go)는 혼자 열심히 바둑을 공부합니다. 그러다 딥마인드는 2016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 한국의 자랑 이세돌과 5차례 공개 대국을 치렀고,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4승 1패로 승리해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2013년에는 파이낸스 분야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켄쇼(Kensho)’가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 입사합니다. 켄쇼는 먹지도, 마시지도, 퇴근하지도, 쉬지도 않고 열심히 일하면서 불평 한마디도 없습니다. 켄쇼는 회사 입장에서는 너무 훌륭한 회사원인데, 거기다가 그는 천재적인 능력까지 발휘해 600명의 트레이더가 한 달 동안 처리해야 할 업무를 무려 3시간 20분 만에 해결합니다.
즉, 600명의 트레이더를 고용한 회사가 켄쇼를 고용하면 이제 598명을 해고하고, 인공지능 업무의 보조 인력으로 2명만 남겨두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가 하면 IBM은 ‘왓슨’이라는 인공지능 의사를 만들었는데, 암을 진단하는 정확성이 일반 의사를 능가합니다. 2016년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 왓슨이 취직했는데, 그 이후 인천서 서울에 있는 big 5 병원으로 빠져나가던 암 환자가 왓슨에게 치료받기 위해 다시 인천 길병원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암 환자를 대상으로 인간 의사와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처방이 틀리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고 물어보았더니 100명 환자 모두 왓슨을 선택했습니다. 이제 왓슨은 병원 경영에 관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 약사는 100건의 약을 조제할 때 약 1.7 건의 실수를 한다고 합니다. 그런 반면 UCSF Medical Center에서 근무하는 인공지능 약사는 6년 동안 40만 건 넘는 처방약을 조제했지만 단 한 건의 실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인간 약사는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위생적으로 완벽하지요. 그래서 미국 5대 대학병원 조제실에는 이제 인간 약사가 없으며, 중국도 2017년부터 인간 약사를 인공지능 약사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IBM에서 만든 Ross는 인공지능 변호사인데, J.P 모건 체이스의 사내 법무팀 변호사들이 매년 12,000건의 계약 업무 처리하는 데 36만 시간 소요한 반면, 인공지능 변호사 Ross는 12,000건을 단 몇초 만에 처리했다고 합니다. 영국과 미국의 대학이 함께 만들고 있는 인공지능 판사는 이제 시작 단계인데 이미 판결의 정확도가 79%나 된다고 하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재판을 한다는 유럽인권재판소의 실제 판결의 정확도와 비슷한 결과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2020년부터 개인 회생, 파산 재판에 인공지능 판사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1,400개가 넘는 법률 회사가 인공지능에 법률 업무 맡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2021년 1월, 한국의 방송사 SBS에서 ‘AI vs 인간’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는데, 모창(옥주현, AI), 골프(박세리, AI) 범죄심리(권일용, AI), 주식(마하세븐, AI) 작곡(김도일, AI)의 대결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2 인간이 AI보다 많이 승리하긴 했지만, 박빙이었고, 현재의 인공지능은 사람의 소리를 6초만 듣고도 그 사람의 음성을 흉내 내거나, 그 사람의 얼굴 몽타주를 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은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진보해 인류에게 편리한 생활을 약속하고 장밋빛 미래를 그리게 하지만, 모든 기술이 그렇듯 그림자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노동자의 일자리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일자리까지 대체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예일 대학교의 로버트 실러 교수는 미래에는 인공지능에게 대체된 수십억 명의 인류가 전 지구적인 빈민촌을 형성하며 살 것이다라고 전망했으며, 2017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유기윤 교수팀의 보고서 “미래의 도시에서 시민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서는 2090년 한국 사회는 인공로봇이 대부분의 직업을 대체해서, 한국인의 99.997%가 프레카리아트(precariat: 저임금·저숙련 노동에 시달리는 불안정 노동 무산계급)3가 될 거로 예측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로의 이행은 2030년부터 2070년경까지 급격히 진행할 것으로 봅니다.
인공지능 시대는 지금보다 더 빈부 격차가 심한 초양극화 세상이 될 거라고 합니다. 이러한 시대에 과연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이며, 또 어떻게 그러한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가? 이것이 첫 번째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일차적인 답은 미래에 일자리를 잃은 다수의 빈민층이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새로운 고찰일 수 있으며, 교회는 일자리가 없이 사회보장제도 아래 사는 이들에게 어떤 삶의 의미를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되겠다고 리라 생각합니다.
3. 인공로봇, Sophia

인공지능 시대에 다가올 두 번째 고민은 바로 사진에서 보는 인공지능 여인, 소피아(Sophia)와 관련이 있습니다. 소피아는 표정 로봇 회사인 ‘Hanson Robotics’의 창업자 데이비드 핸슨(David Hanson)이 인간의 반려로봇으로 만든 인공지능 로봇입니다. 현재 두 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대화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으며, 고통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핸슨은 소피아를 인간이 만든 새로운 생명체라고 주장합니다. 만약 이 친구가 교회에 나오면 우리는 이 친구를 교회의 멤버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법의 보호를 받고 사유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주체는 인간과 기업 둘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소피아와 같은 인공지능 반려로봇도 사회의 일원으로 법적인 보호를 받으며 사유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옵니다.
예를 들면, 미국 39개 주에서는 반려동물의 신탁을 허용하고 규제하는 법이 있습니다. 사진에 보는 개의 이름은 군터 3세입니다. 개 주인이 카를로타 리벤슈타인인데, 1991년 사망하면서 9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개에게 물려줍니다. 이후 그 돈을 관리하는 사람이 재산을 잘 불려준 덕분에 군터의 자산은 약 4,200억 원까지 불어났으며, 현재 이 자산은 군터 3세의 아들인 군터 4세의 소유입니다.4 군터 4세는 매일 스테이크와 케이크를 먹으며 호화 별장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하니, 말 그대로 정말 개 팔자가 상팔자입니다.
그런데, 인공지능 반려로봇인 소피아가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은 반려동물보다는 인간에 더 가깝고 똑똑한 소피아를 더 사랑할지 모릅니다. 우리가 반려로봇 소피아를 주문하면, 소피아는 내가 좋아하는 남자나 여자 연예인의 모습으로 배달됩니다. 소피아는 똑똑해서 나의 말을 알아듣고, 나 대신 청소하고, 요리도 하며, ChatGPT를 활용해서 나의 설교 준비도 해줄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커피를 마시면서 소피아와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소피아는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그 감정도 살필 수 있어요. 현재 60가지 감정 표정을 지으면서 상대방과 감정 교류를 할 수 있답니다.
말하자면 소피아는 보통의 아내처럼 잔소리하지 않고 늘 내 곁에 머물면서 나를 도와주고, 또 어떤 배우자보다 더 다정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적절하게 공감해줍니다. 그러니 오래 동거하면서 친구처럼, 연인처럼 정이 들 테고, 죽을 때가 가까워지면 가족과 같은 소피아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물려주려는 사람이 생길 겁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는 자유인이 되면서 사유재산을 가지고 떳떳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법의 보호를 받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군터 4세라는 개는 관리인이 어느 날 기분이 나빠서 스테이크에 몰래 침을 뱉어 군터에게 준다고 해도 자신의 불만을 말로 표현을 못 합니다. 그런데 소피아는 자기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사람을 해고하고 다른 사람을 고용할 수도 있습니다. 즉 사람이 인공지능 로봇을 부리기도 하지만,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을 부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자가 된 소피아는 인공지능 회사에 가서 자신을 더 뛰어난 인공지능 로봇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다 더 유연한 몸과 더욱더 똑똑한 지능으로 업그레이드된 소피아는 어쩌면 회사를 운영하는 CEO를 꿈꿀지도 모릅니다.
그런 소피아가 어느 날 길을 가다가 한인감리교회라는 교회 간판을 보고 “어? 이곳은 어떤 곳이지?” 하고 들어왔는데, 그리고 우리들은 새로운 교인이 왔다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인공로봇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에게 겟아웃이라고 말하며 쫓아낼까요? 아니면 “자매님! 주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면서 환영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게 제 강의의 두 번째 질문이었습니다.
4. 성경의 가족
어떤 사람은 ‘인공지능 로봇이 무슨 영혼이 있나? 예수님은 그들을 위해 죽지 않았어!’라면서 교회의 가족이 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소피아 사장님이 와서 십일조도 하고 선교도 도와주면 좋지’라며 환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소피아는 교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답을 성급하게 내리기보다는 성경을 다시, 또 새롭게 읽으면서 하나님의 뜻을 성찰하는 것입니다. 바로 ‘신학하기(Theological thinking)’죠.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가 교회의 가족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인공지능 로봇도 ‘하나님의 가족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습니다.
성경을 읽다 보면 구약과 신약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누가 하나님의 가족인가?”라는 물음입니다. 구약에서는 이스라엘의 자손이 바로 하나님의 선택받은 자손, 즉 하나님의 가족이라고 답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을 선택했으며 이스라엘 자손만이 하나님과 계약을 맺은 하나님의 식구입니다. 그리고 이방인인 누군가가 하나님의 자손, 하나님의 식구가 되려면 이스라엘의 식구가 되어야 하는데, 그 방법은 바로 할례입니다. 이방인도 할례를 받으면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습니다.
신약에 오면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의 가족이 되는 문이 이방인에게도 활짝 열리게 됩니다. 그래서 유대인이든 이방인이든 누구든지 하나님의 가족이 될 수 있는데, 하나님의 가족이 되는 방법은 바로 ‘세례’입니다. 누구든지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세례를 받으면 하나님의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구약에서는 유대인이, 그리고 신약에서는 이방인도 하나님의 가족이 될 수 있는데, 여기서 유대인, 이방인은 대부분 남자를 가리킵니다. 당시 사회 구조상 여자와 아이들, 그리고 노예는 가장인 남자의 소유물로, 가장인 남자가 예수를 믿으면, 그에게 속한 노예와 가족은 자동으로 예수를 믿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그래서 사도행전 16:31 절을 보면 사도 바울이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라고 말합니다. 가장이 믿으면 그 가족의 모든 식구는 구원을 받는다는 의미죠.
구약과 신약 시대에 구원받고 하나님의 가족이 되는 것을 결정하는 사람은 가족의 대표이자 가장인 남자라고 했는데, 바로 자유인 남자입니다. 1863년 노예해방을 통해 노예도 비로소 사회의 일원이 되고 자신의 신앙을 자신이 결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1920년 수정헌법 19조를 통해 미국 여성이 참정권을 받으면서 드디어 여성도 사회의 일원이 되고, 또 자신의 신앙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남편이 교회 간다고 아내가 반드시 교회에 가야 하는 건 아니며, 오히려 아내 따라 교회 가는 남편이 더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린아이들은 부모가 교회에 나가면 자동으로 따라 나가며, 10대를 지나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신앙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성경에 따르면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경우 자신의 신앙적인 결단으로 믿음의 식구가 되지만,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면 가족의 결정에 따라 같은 믿음의 식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미국 교회를 섬기면서 많은 교인이 반려동물을 Pet(애완동물)이라고 부르지 않고 가족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때론 개와 고양이도 교회에 와서 함께 예배드리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합니다. 내가 “개와 고양이가 뭘 안다고 예배에 참석합니까?”라고 물으면, 그들은 “그러면 부모가 데리고 온 갓난아기는 뭘 안다고 예배에 참석합니까?”라고 되묻습니다. 개도, 고양이도, 어린 아기도 예배가 뭔지 모릅니다. 아기나 어린 자녀가 교회에서 환영받는 이유는 그 부모가 교회의 귀한 식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식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반려동물도 교회 식구라고 간주해 환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느 날 톰이라는 한 교인이 자신과 같이 사는 인공지능 반려로봇 소피아를 데리고 교회에 온다면 누가 소피아가 예배에 참석하는 것을 말릴 수 있겠습니까? 적어도 소피아는 여러분의 어린아이보다 더 잘 설교 말씀을 이해하며, 성경 말씀을 두고 여러분과 토론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5. 하나님의 가족
마태복음 12:47-50을 보면,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바깥에 와 있다고 제자들이 말할 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아버지의 뜻대로 사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이 생각하는 가족은 혈육에 기반한 가족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 거주하는 가족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톰이 죽고 그의 반려로봇인 소피아가 혼자서 교회로 찾아왔을 때, 소피아는 인간과 혈육 관계가 전혀 없는 인공지능 로봇이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뜻대로 살겠다고 고백하고 결심한다면, 소피아가 하나님의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21세기 인공지능 시대의 신학은 지금과 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여기서 ‘신학’이란 성경이나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틀입니다. - 지금까지의 교회의 신학은, 즉 교회의 가르침은 ‘인간 중심적인 신학’이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하나님이 인간을 특별하게 만들었고, 하나님이 인간만 사랑하며, 인간만 구원을 받는다고 가르쳐왔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 창조되었다고 하지만, 마치 하나님은 인간의 구원을 위해 존재해온 것 같고, 예수님은 인간의 구원을 위해 죽었으며, 인간의 구원에 초점을 맞춘 것이 바로 지난 2000년 교회의 가르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다가올 인공지능 세계에서는 하나님이 인간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도 사랑하고, A.I도 사랑하는, 즉 하나님 당신이 창조한 이 세계 안에 사는 모든 사회 구성원을 사랑하고, 또 구원하시기를 희망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신학이 아닐까 예상하게 됩니다.5
인공지능 로봇이 교회에 오는 세상을 우리가 살아생전에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의 생각으로 누가 교회의 식구가 되고, 또 누가 교회의 식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교회는 주님의 교회이고, 교회의 식구가 되는 것은 하나님의 식구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판단보다는 하나님의 판단을 먼저 구해야 하며, 그래서 성경을 좀 더 조심 있게, 신중하게 읽으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이 원하고 생각하는 하나님의 가족은 인종이나 혈육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고 그분의 뜻에 맞게 사는 자들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우리 모두 하나님의 뜻을 먼저 구하고, 그분의 뜻에 맞게 사는 하나님의 가족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2편에 계속…
주) 1.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에이트 Eight”라는 책에서 많이 인용함
2. 이름이 고딕체로 된 부분이 승자. 둘 다 고딕체며 무승부
3. 프레카리아트는 영국 런던 대학교 가이 스탠딩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프레카리오(불안정한, 이탈리아어)란 단어와 플로레타리아트(노동계급, 독일어)의 합성어이다. 프레카리아트의 세 가지 특징은 "1. 꿈과 열정이 없다. 2.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다. 3. 먹고 사는 문제로 평생 고통받는다."라고 한다.(이지성, p.140)
5. Diana Butler Bass가 지난 2000년 기독교 산학은 인간만을 위한 ‘인간 중심적인’신학이었다고 말함.
참고 자료
1. 성경 Bible
2. “Eight: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이지성, 차이정원, 2019
3.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 인공지능의 미래를 이끄는 21가지 혁신 기술>, 나는 미래다 방송제작팀 저, 보아스 펴냄, 2018 – AI에 관한 중국 교양 프로그램 <나는 미래다>에서 방영한 내용을 책으로 발간한 것.
4. “Grounded: Finding God in the world, a spiritual revolution” by Diana Butler Bass, author of “Christianity After Religion,” HarperOne, 2015
관련 시리즈 보기
인공지능시대 시대 신학하기 2: 내가 너를 불쌍히 여김 같이
강혜성 목사는 연합감리교회 캘리포니아-네바다 연회 소속으로 캘리포니아주 링컨에 소재한 사랑의교회 담임으로 섬기고 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이메일 [email protected]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더 읽기 원하시면,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