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시대 시대 신학하기 3: 새 하늘과 새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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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계시록 21:1-4

1. 새 하늘과 새 땅

강혜성 목사, 사진 제공, 강혜성 목사.강혜성 목사, 사진 제공, 강혜성 목사.

요한계시록 21:1에서 사도 요한은 환상 가운데 미래에 다가올 ‘새 하늘과 새 땅’을 목격한 일을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또 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전에 있던 하늘과 땅은 사라지고 바다도 없어졌습니다.” 이어지는 2-4절에서 요한은 새 예루살렘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하나님이 사람들과 함께 있어 더는 죽음도 슬픔도 아픔도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셔서 더는 죽음도 슬픔도 아픔도 없는 세상, 우리가 꿈꾸는 지상낙원이요 천국인 그곳을 요한은 “새 하늘과 새 땅” 두 글자로 표현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땅’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부르면서 ‘자손’과 ‘땅’을 약속하셨고, 모세가 이스라엘 자손을 이끌고 출애굽을 할 때 그들의 목표도 약속의 땅이었습니다. 땅은 우리의 삶의 기반으로, 우리는 땅 위에 집을 짓고, 땅을 밟고 돌아다니며, 땅의 소출에 의지해 생활을 영위합니다. 땅은 사회과학에서 이야기하는 하부 토대로 물질에 관한 것이고, 경제에 관한 것이며 과학기술에 관한 것입니다. ‘땅’이 중요하기에, 인류 역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땅을 더 많이 가지려는 집단 간에 벌어진 전쟁의 역사이기도 했습니다. 1차, 2차 세계대전도 식민지라는 땅을 더 많이 차지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했고, 지금도 진행 중인 러·우 전쟁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땅을 탐내면서 벌어진 것입니다.    

반면, 하늘은 땅에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다스리는 권력이요, 상부구조에 해당합니다. 권력이, 정부가 하늘의 뜻에 맞게 국민을 다스리고 섬기느냐, 아니면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그들을 부리고 억압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이스라엘이 왕을 원했을 때 선지자는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왕이시기에 인간 왕을 세우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하나님만이 진정한 왕이요, 하늘이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이스라엘도 왕을 두게 됩니다. 열왕기와 역대기에서 선지자들은 왕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있는지 없는지를 선한 왕과 악한 왕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인간은 능력 있는 왕을 원하지만, 하나님은 그분의 뜻에 합당한 왕을 원합니다. 인류 역사에 출현한 무수한 왕은 하나님을 대리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왕의 통치 형태는 상부구조, 즉 법과 윤리와 종교를 통해 드러납니다. 왕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다스리면 성군이요 천자(하늘의 아들)라고 칭송받지만,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면 폭군으로 비난받고, 저항을 불러일으키다 결국 역성혁명을 통해 새로운 왕이 나타납니다.1 왕은 하나님을 대신해 땅을 다스리는 사람이며, 왕은 백성의 하늘이지만, 진정한 하늘은 바로 하나님입니다.

요한계시록에서 새 하늘과 새 땅이란 공의로우신 하나님이 우리의 왕이 되어 다스리는 곳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이 다스리는 곳이 천국인데, 그 천국이 이 땅에 임한다니, 결국 “하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지신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는 예수님의 기도가 응답되는 순간입니다.

 

2. 유토피아(Utopia)냐 디스토피아(Dystopia)냐

사도 요한이 본 “새 하늘과 새 땅”이 이곳에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사는 이 땅이 과연 사도 요한이 꿈꾼 “새 하늘과 새 땅”일 수 있을지 고민해봅니다. 우리의 미래가 사도 요한이 본 새 하늘과 새 땅에 가까워진다면 우리는 그것을 유토피아(Utopia)라 부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것을 디스토피아(Dystopia)라 부를 겁니다.

잠시 이 시대가 그려내는 유토피아를 상상해볼까요?

모든 가정에 있는 인공지능 로봇이 집 안의 온갖 허드렛일을 다 해주고, 자율주행 차를 타고 직장에 가서 인공지능 비서 로봇의 도움으로 업무를 처리한 후, 인공지능 주방사가 요리하는 곳에서 친구와 점심을 먹으면서 수다를 떱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주 20시간 정도만 일해도 생활하는데 충분하기에 일과 가정, 여가, 건강, 자기 계발, 사회활동 등의 자신의 삶을 조화롭게 꾸리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인생을 즐깁니다.2 인공지능 의사가 나의 건강을 미리 진단해주며,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은 120세까지 늘어나고, 유전자 조작이나 사이보그 신체로 업그레이드하면 불멸에 가까운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유토피아 세계에서 우리는 넉넉한 경제적 생활과 여유를 즐기며, 나름 영적인 의미를 찾아 명상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여전히 열심히 교회에 나오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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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미래에 대해 무척 낙관적이고 희망적인(Utopia) 기대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가 별로 유토피아적이지 않을 수 있겠다는 염려가 커졌습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빈부 격차의 문제입니다. 금융위기나 팬데믹 같은 비상 상황에 부자는 더 큰 부자가 되지만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집니다. 상층이 소수인 것처럼, 하층도 소수여야 하며, 허리에 해당하는 중산층이 든든해야 그 사회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년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는 점점 더 극심해졌으며, 이는 곳곳에서 사회 불안과 긴장을 야기해 급기야 세상은 아노미 상태에 빠졌습니다. 낙관과 희망은커녕 개인과 사회의 존속 가능성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일 정도로요.

다가올 미래 사회는 극소수의 상류층, 그리고 다수의 하류층으로 나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보았듯이 상류층은 자기들만의 도시를 만들어 봉쇄하고, 다수의 하류층은 비참한 곳에서 사는 그러한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바로 강대국 간의 갈등입니다. 강대국이 머리를 맞대고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데, 현재는 미국과 EU 대 러시아와 중국의 갈등과 대결이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갈등 상황은 예상치 못한 위기나 파국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1970년대에 소련의 한 간부가 미국에서 소련으로 핵을 발사했다는 컴퓨터의 경고를 받습니다. 그러면 그 간부는 그것을 상부에 보고해야 하며, 상부는 그 대응으로 미국으로 핵을 보복 발사하는 단계를 밟게 됩니다. 핵전쟁이 현실화할 위기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는 미국과 소련이 화해 무드에 있었기 때문에 그 간부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는 상부에 보고하는 대신 컴퓨터를 조사해 컴퓨터가 어떤 물체를 핵미사일로 잘못 인식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당시에 미국과 소련이 좋은 관계였기에 이러한 컴퓨터의 오류가 끔찍한 핵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미국과 러시아가,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적대 관계를 이어간다면, 순간적인 잘못된 정보가 끔찍한 핵전쟁으로 이어져 우리 모두는 아마겟돈 전쟁의 불길 가운데 휩싸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예측하는 지구의 종말 시나리오는 대체로 3가지입니다. 핵전쟁으로 모두 죽든지, 심각한 기후 위기로 죽든지, 아니면 치명적인 전염병이 급속히 퍼져서 죽든지···. 그런데 사실, 종말은 종말이 아닙니다. 핵전쟁이 전 세계적으로 번져도 살아남는 사람은 있을 것이고, 극심한 기후 변화가 일어나도 지구 어딘가에는 여전히 생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전염병을 피해 어느 외딴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종말은 문명의 종말일지는 몰라도 인간의 멸종은 아닐 것입니다. 빙하 시대에 살아남은 인류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갔듯이, 핵전쟁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도 있겠죠. 그런데 우리가 꿈꾸는 새 하늘과 새 땅은 이러한 지구의 종말 이후에 나타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이 아니기를 기도합니다.

 

3. 화성이 새 하늘과 새 땅?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이상 지속하면서 수많은 사람의 죽음과 고통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군수업체들은 러·우 전쟁을 보면서 속으로 웃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반 회사들은 전쟁보다는 평화를 선호하며, 자신들이 생산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부를 축적하기를 원합니다. 그들은 늘 뒤숭숭한 이 세상을 보면서, 좀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들 중 누군가는 천재적인 엉뚱함으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는데, 바로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그렇습니다. 콜럼버스가 새로운 식민지를 찾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여행했듯이,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새로운 식민지를 개척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회사를 설립하는데, 모두 화성으로 가기 위한 그의 꿈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테슬라에서 출시할 픽업트럭, 사이버트럭(Cybertruck).

일론 머스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전기차 회사 테슬라(Tesla)입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전기차입니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며 또 원격 조정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테슬라에서는 사이버트럭(Cybertruck)이라는 픽업트럭도 곧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 사이버트럭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일반적인 픽업트럭과 모양이 매우 다른데, 그 이유는 사이버트럭이 화성에서 운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차나 도시는 전기라는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가면 전기를 생산해야 하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운 것이 태양열 회사인 솔라시티(SolarCity)입니다. 이 회사는 지금 미국에 있는 각 가정과 회사에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주면서 태양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기술을 계속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화성에 가서 식민지 도시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데 쓰입니다.

또, 화성에 가면 표면이 척박하니 우선 땅 위보다는 땅 밑으로 지하 도시를 건설해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입니다. 이 회사는 도시 밑에 고속도로와 같은 역할을 하는 큰 터널을 뚫는 기술을 축적하고 있으며, 라스베이거스(Las Vegas) 지하에 차가 다닐 수 있는 고속 터널을 만들어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땅 밑에 굴을 파는 특화된 기술은 화성에서 지하 도시를 건설하는 데 쓰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으로 가기 위해 설립한 우주 탐사 기업 Space X. 

일론 머스크가 화성으로 가기 위해 설립한 회사 또 있습니다. 바로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Space X)입니다. 이 회사의 목표는 화성으로 이주할 우주선을 만드는 것입니다.3 이 회사는 위성을 쏘아 올리는 사업과 우주여행 상품을 개발하면서 회사를 유지하고, 그 이윤을 기반으로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나사(NASA)의 중요한 파트너이며, 우주선 개발과 관련된 기술은 지금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가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화성 식민지 개척에 유용한 2가지 기술이 있습니다.

하나는 3D프린터 기술입니다. 3D프린터 기술은 재료만 집어넣으면 원하는 것을 뭐든지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화성에서 필요한 모든 물품을 지구에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3D프린터를 통해 화성에서 직접 찍어내면 됩니다. 현재 이 기술로 집을 짓는 회사가 있는데, 3D프린터 기술을 활용하면 3일 만에 튼튼한 집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비영리(NGO) 기관들은 이 기술로 가난한 이들의 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식량 문제 해결 기술입니다. 화성으로 가려면 먹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곳에는 지구처럼 수많은 닭과 소, 돼지를 기를 공간이 없으니까요. 소는 음식물을 소화하면서 방귀나 트림을 통해 메탄가스를 배출하는데,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21배나 높기 때문에, 소에 방귀세를 물리는 나라가 있을 지경입니다.4

환경을 위해 육류 섭취를 줄이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임파서블푸즈(Impossible Foods)와 비욘드미트(Beyond Meat) 같은 회사에서 식물성 대체육류를 개발해 지난 몇 년간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육류 고기가 주는 식감을 따라가지 못해 지금은 환경적인 가치를 생각하고 ‘가치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체육류 연구 중 가장 활발한 분야가 세포배양 고기입니다. 세포를 배양해서 고기를 만들면 육류 고기가 주는 식감은 그대로 살릴 수 있고, 또 친환경적입니다. 아직은 단가가 높아서 상용화까지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세포배양 고기가 상용화되어 더는 소와 돼지와 닭을 키우는 농가가 필요하지 않으며5, 이러한 기술은 화성에 갈 때 반드시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모든 기술과 더불어, 화성에 가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인간의 능력치는 무엇일지도 연구 대상이죠. 그래서 일론 머스크는 앞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OpenAI나 Neuralink 같은 뉴로테크놀로지 기업을 통해 인간을 업그레이드해줄 연구를 하고 있으니, 화성으로 간다는 꿈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어쨌든, 일론 머스크는 이제 화성에서의 정치 구조를 생각하면서 트위터를 인수해 그만의 또 다른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계획을 들으면 아주 그럴싸합니다. 그래, 지구가 이렇게 난장판인데, 우리가 화성에 가서 식민지를 개척하고 새롭게 시작하면 그곳을 유토피아로 만들 수 있을 거야! 그곳이 바로 사도 요한이 이야기한 새 하늘과 새 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그러나, 아름다운 강가를 따라 산책하다 보면 그런 꿈은 5분도 안 되어 깨지고 맙니다. 화성보다 100배, 1,000배나 더 아름다운 지구도 제대로 관리 못 하는 인간이 더 척박한 화성에 가서 잘 살 수 있을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권력 싸움이 나고, 전쟁을 벌이면서 화성까지 난장판으로 만들지 않을까요? 그래서 빌 게이츠(Bill Gates)는 일론 머스크에게 제발 화성 갈 생각일랑 하지 말고 지구에서 백신 문제에나 신경 쓰라고 조용히 타이릅니다.   

 

4. 문제는 ‘하늘’이다

그러나 문제는 ‘땅’이 아니라 하늘’입니다. 사도 요한이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다’라고 하면서 뒤이어 나오는 내용은 하늘에 있는 새 예루살렘이 이 땅에 내려오는 환상입니다. 땅은 여전히 같은 땅입니다. 그 땅을 다스리기 위해 새 예루살렘이 내려옵니다. 즉, 땅의 문제가 아니라 하늘의 문제며,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다스리느냐의 문제입니다.

산업사회 이후 과학의 발달과 생산력의 증가로 우리 사회의 물질 구조인 하부 토대는 아주 발달했습니다. 세계적인 빈곤과 식량 문제는 인류가 먹을 생산량이 적은 것이 아니라 분배의 문제라고 합니다. 즉 땅의 문제가 아니라 하늘의 문제입니다. 하부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상부구조의 문제입니다.

트롤리 딜레마 상황과 관련한 3가지 질문. 

자율주행 차가 나오기 위해서는 트롤리 딜레마라는 윤리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합니다. 트롤리 딜레마 상황과 관련한 3가지 질문 가운데 하나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율주행 차가 직진을 하면 여러 명의 보행자를 치게 되고, 방향을 꺾으면 자동차 탑승자가 위험하다.”6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떤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모두 같은 답을 한다면 우리는 그 답에 맞게 자율주행 차를 프로그램하면 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보행자를 살려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운전자가 죽으면 왜 그 차를 사겠느냐고 한다면 자율주행 차를 프로그램할 수 없습니다. 현재 자율주행 차는 마지막 5단계를 실험하고 있으니, 조만간 일반인도 자율주행 차를 소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율주행 기술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윤리적인 문제입니다. 윤리 문제가 해결되어야 그것에 맞게 법제화가 이루어지며, 또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단속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기술이 빨리 발달하는 반면 이를 받쳐줄 법과 윤리는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면, 예수님은 왜 노예 해방을 말하지 않았을까? 예수님은 분명히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노예는 없어야 한다고 믿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노예 해방 같은 말은 하지 않았는데, 당시 사회가 노예제를 기반으로 한 경제구조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사회는 노예가 없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사회였으며, 노예가 필요해 전쟁을 하던 사회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과 사도 바울은 노예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그러한 제도 속에서 서로 인간적인 대우를 하면서 가족같이 지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 설교를 했습니다.  

노예 해방은 경제구조가 바뀌어서 노예가 필요 없고 노동자가 필요한 19세기에 와서야 실현됩니다. 그리고 그때도 노예가 필요한 농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유지한 남부에서는 교회들이 노예 제도를 지지했고, 공업화가 일어나 노동자가 필요한 북부 지역 교회에서는 노예 제도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즉, 노예 해방이라는 고상한 이상(상부구조)은 그것을 받쳐주는 경제구조(하부구조)가 나타날 때 비로소 현실화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해방과 여성권의 증가도 세탁기와 피임약이 발명되고 난 다음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서 비로소 실현되었습니다.

그런데 트롤리 딜레마는 반대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자율주행이라는 하부구조가 있는데, 이를 받쳐줄 상부구조인 윤리적 합의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롤리 딜레마와 같은 상황은 목회하는 우리에게는 좋은 소식입니다. 과학 기술이 무섭게 발달하는 사회에서 종교는 점차 움츠러들다 사라지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는데, 사실 아무리 인공지능 시대가 오고 과학 문명이 발달해도, 윤리와 종교가 없으면 그 사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되어야 하고, 법제화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윤리 위에 있는 것이 ‘종교’인데, 종교는 한 개인에게 삶의 의미를 주고, 한 사회를 통합하며, 꿈과 이상을 심어줍니다.

 

5. 새 하늘과 새 땅

그런데 우리의 고민은 인공지능이 현실화되는 시대에 종교가 존재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가 살아남느냐 아니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복음에서 시작한 초대교회는 로마 제국 시대를 통해 공교회(Universal Church)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동서 로마로 갈라지면서 가톨릭(Catholic)과 그리스정교(Greece Orthodox Church)로 나뉩니다. 그래도 두 개밖에 안 되니 세계를 종교적으로 아우르는 데는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근대에 와서 지역별로 국가와 민족 이념이 대두하면서, 각 민족과 각 나라의 관심을 최대한 반영하는 개신교가 등장합니다. 개신교의 수많은 종파와 종교운동은 사람들의 다양한 영적 필요를 만족시키는 긍정성이 있지만, 반면 교리 싸움과 종파 싸움이라는 지저분한 모습으로 인해 사회를 통합하기보다는 분열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한국이든 미국이든 유럽이든, 정치도 종교도 분열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정치가 분열되면 시민들이 싸우고, 종교가 분열되면 교인들이 싸우며, 상부구조가 분열되어 있으면 하부구조가 싸웁니다. 한국에서 GPT(ChatGPT)의 초기 형태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을 개발해서 시험한 적이 있는데, 욕을 해서 곧 중단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욕을 먼저 배운 거죠. 인공지능은 인간의 의식을 반영합니다. 인간 세계가 분열되어 있으면 인공지능도 분열되며, 인간들이 싸우면 인공지능 로봇도 싸웁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디스토피아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유토피아적인 새 하늘과 새 땅이 되기 위해서는 동양과 서양, 백인과 흑인, 부자와 가난한 사람,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이슬람과 기독교,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사회 구성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윤리와 종교가 나와야 합니다.7 그러한 종교가 나왔을 때 인류 사회는 통합된 가운데 보다 나은 새 땅과 새 하늘을 꿈꿀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만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도 요한의 말을 빌리면, 우리는 새 예루살렘이 필요합니다. 우리 기독교가 모두를 품을 수 있는 넉넉한 하나님의 마음, 그분의 사랑이 있어야 사회 구성원 모두를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기독교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이애나 버틀러(Diana Butler)는 지난 2000년 기독교는 (또 모든 종교는) 여기 이곳의 세상보다는 저세상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합니다. 기독교는 지금까지 죽고 나면 저세상에 있는 천국으로 입성하는 구원에 초점을 맞춘 수직적 신학(Vertical Theology)을 강조해왔는데, 앞으로 우리는 저세상보다는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에 더욱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수평적 신학(Horizontal Theology)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의 이웃에 대한 관심과 폭을 넓히고, 하나님이 주신 창조 세계를 더욱 세심하게 보살피며, 새 예루살렘이 이 땅에 임하기를 바라는,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 그것이 바로 수평적 신학입니다.

십자가가 세로축(Vertical)과 수평축(Horizontal)이 있듯이, 우리가 이 땅과 하늘의 조화를 잘 이루면서, 과거 2000년의 전통 신학을 뛰어넘어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보다 폭넓은 신학적인 틀을 담보해낼 때 앞으로도 기독교 교회가 여전히 살아남아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 1. 제가 쓴 석사논문이 ‘태몽’ 내용인데, 고대부터 왕은 신의 뜻으로 선출되며, 왕의 자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왕이 될 경우(역성혁명) 반드시 신의 선택이 있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태몽’입니다. 예수님의 아버지 요셉의 태몽이나 왕들의 태몽은 신이 이 아이를 선택했으며 어떤 운명인지를 보여줍니다.

2. 스페인에서 일주일 근무 시간을 30시간으로 줄이면서 같은 임금을 지급했을 때 회사는 같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일자리가 줄기에 정부와 기업의 협조 아래 같은 임금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고용을 창출합니다. 그럼에도 인공지능 기술의 도움으로 기업은 여전히 이익을 창출합니다.

3. “It was founded in 2002 by Elon Musk with the stated goal of reducing space transportation costs to enable the colonization of Mars.” From Wikipedia

4. 경향신문, 2022.02.12 “방귀에 세금을 물리는 나라가 있다?” 양다영 PD 윤기은 기자

5.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보면, 인류가 가축을 키우면서 도시를 만들기 시작했고, 가축을 통해 전염병이 인류 사회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6. Eight: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이지성 씀, 차이정원 펴냄, 2019

7. 혹 저의 이 말을 종교다원주의라고 해석하는 분들이 계실까봐… 미국의 다문화를 melting pot, 비빔밥으로 이해하는 것이 ‘종교다원주의적’이라면, 저는 미국 문화를 모자이크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자료

1. 성경 Bible

2.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이지성 씀, 차이 정원 펴냄, 2019

3. “Grounded: Finding God in the world, a spiritual revolution” by Diana Butler Bass, author of “Christianity After Religion,” HarperOne, 2015

 

관련 시리즈 보기

인공지능 시대에 신학하기1: 누가 하나님의 가족인가?

인공지능시대 시대 신학하기 2: 내가 너를 불쌍히 여김 같이

 

강혜성 목사는 연합감리교회 캘리포니아-네바다 연회 소속으로 캘리포니아주 링컨에 소재한 사랑의교회 담임으로 섬기고 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이메일 [email protected]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더 읽기 원하시면,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하세요.

교단
지난 6월 2일 한인목회강화협의회가 화상으로 열렸다. 사진은 한인총회 준비위원회 회의 모습으로 장학순 목사가 준비위원회 소집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가 10월 2‒5일 시카고에서 개최된다

한인목회강화협의회 회장인 정희수 감독이 소집한 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 준비위원회는 6월 2일 오후 4시(동부 시간 기준) 화상으로 모임을 갖고, 연합감리교회 내 한인 공동체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인 한인총회를 10월 2일부터 5일까지 시카고 제일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다문화 섬김
연합감리교회 타인종목회자전국연합회와 한인여교역자전국연합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연합 집회가 7월 31일부터 나흘간 와싱톤 DC에 있는 사귐의교회에서 열린다. 사진은 대회의 제목인 “눈으로가 아니라 믿음으로 걸어라: 영적 생명력과 연대주의(Walk by Faith, Not by Sight: Spiritual Vitality and Connectionalism).” 그래픽 제공, 타인종목회자전국연합회.

타인종목회자회와 여성교역자회가 연합하여 2019년 이후 첫 대면 대회를 연다

연합감리교회 타인종목회자전국연합회와 한인여교역자전국연합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연차 대회가 7월 31일부터 나흘간 와싱톤 DC에 있는 사귐의교회에서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의 안에 거하시느니라”라는 주제로 열린다.
개체교회
지난 2021년 6월 27일, 북일리노이 연회의 정회원 목사이자 연합감리교뉴스의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로 섬기는 김응선(Thomas Kim) 목사가 테네시 웨스트엔드 연합감리교회의 설교자로 초청받아 설교에 앞서 담임목사인 캐롤 캐빈-딜론 목사가 집례하는 유아 세례를 돕고 있다. 사진 출처, WEUMC 예배 동영상 갈무리.

덜렁이 목사의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11: 결혼식 주례도 할 줄 모르던 목사?

김응선 목사가 타인종목회에 첫발을 디딘 목회자들에게 보내는 갈팡질팡 천방지축 타인종목회 시리즈의 열한 번째로, 결혼식 주례조차도 제대로 집례할 줄 모르던 자신을 도와 목사로 서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교인들과의 일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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