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미국인의 “순례” 역사: 기여, 차별, 그리고 희망

김영동 목사, 사진, 필자 제공.김영동 목사, 사진, 필자 제공

한인목회강화협의회 인종정의태스크포스는 5월 아시안 유산의 달을 맞아,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공유하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인종 정의와 사회적 연대를 위한 실천을 모색하는 2차 웨비나를 개최했다.

지난 5월 1일에 열린 첫 번째 웨비나에서는 뉴욕 연회의 김영동 목사가 "아시아계 미국인의 자화상"을 주제로 발표한 후, 평신도와 목회자들이 각자의 삶과 신앙 속에서 형성된 자화상을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5월 19일에 열린 두 번째 웨비나에서는 뉴잉글랜드 연회의 김자경(Sandra Bonnette-Kim) 목사가 “미국 내 아시아계 미국인의 역사"를 주제로 발표하고, 미국 내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신앙과 공동체의 의미를 함께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글은 지난 19일 열린 두 번째 세미나에 관한 내용이며, 첫 번째 웨비나에 대한 내용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김자경 목사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초기 이민부터 현대 사회에서의 도전에 이르기까지 그 복합적인 역사와 기여를 신앙적 시각에서 조명했다.

김 목사는 아시아계 이민의 시작을 1765년 필리핀 선원들의 미국 정착에서 찾았다. 이어 19세기에는 중국, 일본, 한국, 인도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 서부에 정착해 광산, 철도,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며 미국 사회에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1903년 인천 내리감리교회를 통해 하와이로 이주한 한국인들은 감리교 신앙을 품은 초기 이민자이자 순례자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의 여정에는 기여만큼이나 깊은 차별과 억압의 상처도 뒤따랐다. 김 목사는 1882년 제정된 중국인 배제법과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의 강제 수용 사례를 언급하며,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인종과 출신 국가를 이유로 법적·사회적 배제를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계 이민자들 역시 저임금 노동력으로 소비되며 제도적 보호 없이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러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학문, 교통, 예술,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사회에 지속적인 기여를 해왔다. 김 목사는 프리덤 라이더스(Freedom Riders)로 참여한 UC버클리 출신 한국계 대학생 다니엘 뱍을 인종 정의를 위한 여정에 동참한 대표적 인물 중 하나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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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유산 주간을 선포한 데 이어, 1992년에는 5월이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유산의 달로 공식 지정되었다. 김 목사는 이 기념이 단순한 역사 회고를 넘어, 혐오와 편견에 맞서고 상처를 기억하며 더 나은 내일을 함께 그려가는 ‘희망의 선언’임을 강조했다.

“나는 한국인인가, 한국계 미국인인가?”, “이 역사의 일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 발표는 참석자들에게 한인 교회와 신앙 공동체에 깊은 울림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어진 소그룹 토론에서는 아시안계 미국인으로 살아온 우리의 경험을 나누며, 정체성의 한계와 모호함에 관한 성찰에 깊이를 더했다.

참석자들은 영어와 문화의 장벽으로 인해 상대방의 발언이나 행동이 인종차별적이었음을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기독교인으로서의 삶과, 유교적 가치관에서 비롯된 ‘참아야 한다’는 강박은 종종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암묵적 편견(implicit bias)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경계를 제대로 인식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인종차별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백인 우월주의에 기반하여 겉으로는 친절하게 포장된 태도 속에 자신들이 사회 제도의 상위에 있음을 암시하는 자세를 인지해야만 인간으로서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백인 회중을 대상으로 목회하는 한인 목회자들의 현실은 더욱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상황에 놓이기 쉽기에, 인종 정의 태스크포스는 더 많은 대화의 장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정체성의 한계를 배움을 통해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저항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공동체로서 함께 고민했다.

참여하신 한 참석자의 말이 마음을 크게 울렸다. “나는 이 땅의 순례자(pilgrim)다. 그동안 살아온 이곳도 저곳도 단지 ‘살고 있는 공간(living space)’일 뿐, 내 집(home)은 아니다. 미국 안에 존재하는 정체성의 정치(identity politics)를 고려해 볼 때 “우리는 순례자(sojourner)다.“라는 이 선언은 우리가 되찾아야 하는 “우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연합감리교인으로서 이 질문들 속에서 정의와 화해, 그리고 공존을 위한 신앙적 여정을 함께 걸어온 분들을 기억해 본다. 그리고 그 걸음을 이어갈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Quo Vad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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