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왜 부정에 눈을 감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보기 위해 행한 한가지 실험이 있습니다. 피실험자를 제외한 모든 실험 참가자들과 상황을 미리 연출한 뒤에, 마치 실제 상황인 것처럼 부정한 일을 모의합니다. 분명 옳은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리 입을 맞춘 참가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부정한 일을 같이 공모하고 행합니다. 그리고 나서 피실험자에게도 동참할 것을 암묵적으로 묻습니다. 그러자 대부분의 피실험자들은 커다란 죄의식 없이 함께 부정한 일에 직접 참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양심에 찔리는 일인 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렇듯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주변 대다수 사람의 것에 맞추려는 심리적 현상을 ‘동조효과’라고 합니다. 부정한 일인 줄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 모두가 묵인하고 오히려 아무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일 때, 그것에 자기자신도 동조하게 되는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합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그 자체 보다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이나 시선, 그리고 다수의 의사에 동조하려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이는 스스로 자기 자신의 의사결정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만든 결과이기도 합니다. 함께 하면 부정한 일을 벌이고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 가운데 ‘멘탈갑’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멘탈은 말뜻 그대로 정신이란 영어단어에서 온 것이고, 갑은 한자어로 최상이란 의미를 갖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정신력이 매우 강한 상태라는 것이죠. 반대로 유리멘탈은 깨질 듯 연약한 정신상태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러한 신조어들이 등장하게 된 데에는 요즘의 세태가 한몫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자기 의지대로 살기 어려운 냉엄한 현실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만의 꿈과 가치를 따르기보다는 주어진 현실에 따라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아직 꿈과 비전을 좇아야 할 젊은이들이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제대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가 전반적으로 거대한 현실의 힘에 주눅들어서 다른 사람의 눈치나 보고 어떻게든 거기에 맞추어 살아보겠노라고 동조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생존을 위해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부정한 일들에도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나타나게 된 겁니다. 그렇다면 거대한 세상의 압력에 못 이겨 동조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현실 속에서 진정한 멘탈갑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눈 딱 감고 거대한 현실에 동조하여 그 속에서 오히려 성공하는 모습이 멘탈갑일까요? 아니면 그런 현실에 맞설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추구하는 모습이 멘탈갑일까요?
예수께서는 이 땅의 멘탈갑이 되고자 하는 제자들에게 그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첫째는 자기를 부인하는 겁니다. 사람의 일에 속한 것에서 벗어나라는 뜻입니다. 껍데기 같은 현실을 깨라는 것이죠. 도전의 말씀이자 비전입니다. 지금 여러분을 둘러싼 현실에서 자유함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하면 현실의 거대한 힘에 동조할 것인가만을 삶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지 마십시오. 지금 여러분의 꿈과 비전에 대해 내면에서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현실의 벽을 넘어서 비상할 비전의 나래를 펼쳐 보십시오. 무엇보다 ‘나’라는 벽에서 나와 하나님의 나라와 공의에 대해 시선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둘째는 제 십자가를 지라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우리 모두에게 도전을 줍니다. 세상의 거대한 힘에 동조하지 않으면, 누구나 현실 속에서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행하다 보면 사람의 일로 인해 부당한 댓가를 치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자기의 십자가입니다. 그런데 이 십자가를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십니다. 지금의 고난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주저앉지 말고 힘내서 이겨내라는 격려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를 따르는 제자가 되라는 말씀입니다. 예수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예수가 우리 삶의 방향이자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이 시대의 풍조를 본받지 말고, 그리스도 안에 살아계신 하나님의 선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가를 분별하여야 합니다(롬12:2). 내 안에 주님이 살아계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진정한 멘탈갑은 내 정신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정신이 내 안에 새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때 비로소 세상의 부정에 눈을 떠 어둠을 몰아내고 새로운 꿈과 비전을 실현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게 될 줄 믿습니다.
글쓴이: 권혁인 목사, 버클리한인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5년 2월05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