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회와 한반도 평화 3

(편집자 주: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지난 지금도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회가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관해 위스컨신 연회의 정희수 감독이 2020년 11월 19일 한국기독교연구소(CKSC)가 주최한 <세계교회와 한반도 평화>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저자의 허락을 얻어 3회에 걸쳐 싣는다. 이글은 그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평화를 위한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관한 글이다.)

 

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사진 제공, 정희수 감독.사진 제공, 정희수 감독.   

평화와 정의를 실현하는 일은 응답적 윤리, 즉 책임적인 존재인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신앙고백의 근원이 된다. 또한 분단 현실이 주는 사회정치적이고 심리적인 부분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한반도는 정전과 휴전이라는 전쟁의 연속 선상에 너무 오랜 기간 머물러 있다.

한국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은 현재의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18년 11월 11일 정전협정이 서약 되고, 이듬해 1919년 6월 28일에 평화협정을 완성하면서 1차 세계대전이 명백히 종식되었다. 이런 역사적인 전례를 이유로, 한국전쟁이 끝난 후 제네바 회담을 통해 전쟁을 종결하고 평화를 이루려는 시도가 있었고, 마침내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Armistice Agreement)이 체결되었다.

이는 영구적 평화 실현을 위해 정치적 합의를 하기 위한 국제법상에 규정된 부차적 단계의 조치였으며, 군사적 행동의 중단과 전쟁 포로의 후속 조치가 주된 논의거리였다.

그러나 이후 남과 북 그리고 북과 미국의 대결 구도로 인해 대안적인 정치 협정을 초래하지 못한 채70여 년 간 분단된 상태로 남아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1)

세계교회협의회가 함께 기도하며 추진하는 평화협정(Peace Treaty)을 공식화하여, 중국, 러시아, 미국 그리고 일본 등이 함께 협의하고 후원하는 공식적인 협정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하고자 했던 평화선언(Peace declaration)의 협정이 이루어지고, 북미 간의 외교적 관계가 정상화 되는 순서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군사협정에서 정치적인 협의로 완성되어야 할 평화협정의 지체는 섭정과 전시작전통제권의 이양을 지연시키고, 남과 북(북과 남)의 자율적인 교류와 협력의 경계를 좁게 만드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따라서 평화협정이 평화 관계를 유지하고 우정을 나누는 상호존중의 관계로 변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남과 북(북과 남)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들과 상생의 관계를 이루어가는 미래적인 대안이자 주요한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군사적인 대결과 핵무기 경쟁으로 인한 반평화적인 현실을 반대하며, 영구적인 평화협정을 기초로 다양한 교류와 우정 관계 및 한민족 공동체의 연대를 통한 인권과 생명 그리고 생태적인 평화의 양육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1962년과 1974년, 북한에 의해 제안된 평화협정은 그 의도의 순수성을 묻는 정치적 태도와 이데올로기적 반응으로 인해 멸망과 흡수의 대결적인 싸움판 속에서 큰 화두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 보유와 한반도 평화가 동북아 전반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함에 따라 대화와 협정을 통한 평화 정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

원수를 사랑하라” 하신 예수의 복음적인 선포는 남과 북이 화해하고 대화와 협력의 상호관계와 그 기초를 확보함으로써만 통해 가능해지기에, 우리는 책임감을 느끼고 기도하며 평화협정을 현실화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나는 남과 북이 자주적인 두 개의 국가로서 권위를 극대화하고, 협력과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긴급성과 당위성을 지닌 선교적 환경으로 한반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의 성취, 그것은 믿음의 실재인가

놈 촘스키가 자신의 강연 막바지에 “여러분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하면, 강연의 참석자들은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한 채 그대로 자리에 남곤 한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촘스키는 다음과 같이 이유를 말했다.

“외부의 그 누구도 당신에게 이래라저래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기가 처한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선택지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에요. 내가 누군지, 어떤 일까지 감당할 용의가 있는지 아는 것도 자기 자신이고요, 정치적 사회운동에 자기 시간을 100% 바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자기가 결정을 해야만 하는 거예요. 이런 딜레마를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바깥에서 온 구세주가 바로 ‘이런 일을 할지어다.’라고 말해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과거에도 항상 그랬고,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지요.”(2)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촘스키의 권고를 받아들인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다자간 협력과 공동의 평화 추구도 필요하지만 이를 주체적으로 감당해야 할 사람들은 결국 국내외에 사는 우리 한국사람들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그와 함께, 평화 추구에 많은 힘이 되어 준 여성주의 리더십을 생각해 본다.

동북아시아여성평화컨퍼런스(Northeast Asian Women’s Peace Conference)는 그동안 한반도 평화 성취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과 강렬한 기도를 더해왔다. 2002년에는 금강산에서 남북 여성 700명이 함께 모여 6·15선언을 기억하는 평화 대회를 진행했고, 이를 기폭제로 삼아 2015년에는 휴전선을걷너는여성들(Women Cross DMZ) 운동을 통해 국제 사회와 동참하여 한국의 분단 현실의 극복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호소했다. 그뿐만 아니라, 2019년에는 한국평화연대(Korea Peace Now) 캠페인에 세계시민기구들도 연합하여 여성의 연대를 통한 평화 성취의 바람을 강하게 불러일으켰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 1325의 20주년을 맞이하여 한반도의 분단과 대결과 갈등을 해소하는 국제적인 의제가 되도록 하고 있다.(3)

이러한 한반도 평화를 향한 국제적 열망과 더불어, 교회가 믿음을 가지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며, 우리의 분단 현실이 세계의 생태 평화 문화를 구성하는 일에 핵심적인 사안임을 인식하고 분단 현실의 아픔을 자신의 내면적인 아픔으로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분단이 주는 아픔과 상처 그리고 해악에 대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동일화를 위해서는 우리의 의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Move toward pain, injury, and harm).

이산가족의 설움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또한 열강들의 힘의 대결로 인한 경제 제재 및 고립의 아픔 그리고 군사문화 중심의 폭력과 파괴적인 현실, 불신과 대적의 흑백론적인 심판주의의 가혹함도 잘 알고 있다. 분단의 가위눌림으로 인해 참된 자유를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불구의 현실을 희망과 믿음으로 극복해 가야 할 것이며, 이 현실을 교회는 신학적인 담론을 통해 바로 껴안고, 부활의 경험으로 치유하게 하는 은총의 도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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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로 교회는 분단과 두려움이 주는 이질감과 거부의 현실을 진리와 화해의 담론으로 바꿀 공간과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그리고 인종차별주의를 거부하고 복음을 통해 시민단체 및 NGO들과 연대하여 평화를 위한 역할을 위험하지만 겸손히 감당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현실을 믿음으로 보고 (히 11:1),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가 누리는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제자도일 것이라 믿는다.

지난 70여년 간 교회가 예언자적인 역할을 감당했던 자랑스러운 역사가 세계 교회 속에 그리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생명의 담론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십자가 고난의 자리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평화 담론의 주체가 된 경험을 기억하면서, 이제 기도운동을 통해 평화가 그리스도인들의 바닥운동이 되도록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를 성령께서 하나 되게 하셔서 서로 다른 이해 속에서도 평화를 위한 우리의 소명이 선명해지기를 기도한다.

우리는 평화와 화해가 마땅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희망과 확신의 백성이 되어야 한다. 어둠의 때에 하나님은 늘 함께하셨고,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어려운 시절에도 하나님은 늘 우리와 함께하셨다. 우리가 부활의 약속을 믿고 살아가듯, 아직 눈으로 볼 수 없는 화해와 평화의 현실을 소망하고 지속적으로 연대하며, 강한 희망을 품고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맺는말

나는 그리스도인들이 자발적으로 평화의 담론을 만들어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우리 스스로 제거해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대화와 동의를 얻어야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우리가 스스로 풀어가려 노력하지 않는 것을 누가 와서 새로운 해법을 알려줄 수 있겠는가.

이미 남남갈등이니 세대 간 이해 갈등과 이해관계에 따라 역사를 달리 해석하고, 한가지 뜻도 공유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분단 현실에 맞는 해법이 획일적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사명은 오직 평화의 도구가 되는 일이다.

우리는 세계 교회가 평화의 매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분화된 정치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성령 가운데 하나 됨과 협력 그리고 정의를 실현하는 사역에 공통의 관심을 쏟아야 한다.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반에 안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에, 이 문제가 상호 신뢰와 외교적인 협의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나는 바란다. 신뢰는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창구가 되지만, 이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고, 어떤 위험도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자기희생적인 노력 끝에 얻어지는 결과물라고 생각한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은 남북문제를 스스로 풀어가려는 우리의 일치된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비핵화를 향한 단계적인 노력과 협력을 남북이 동의한 것은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다.

우리 스스로 이념과 차별의 벽을 넘어,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점진적으로 쌓아가면, 북미 관계의 고리도 풀리고, 더 나아가 평화협정과 외교 정상화도 이루어지는 날이 속히 오리라고 나는 고대한다. 그리스도인의 사랑을 한반도 평화운동의 핵심으로 실천하는 일은, 남북 모두가 바라는 평화를 그 판도라 상자에서 꺼내는 일이 될 것이다.

 

(1) Patrick M. Norton, Ending The Korean Armistice Agreement: The Legal Issues, 1997

(2) Noam Chomsky, Global Discontents, Henry Holt and Co, New York, 49

(3) Christin Ahn, Why Women Must Lead at All Levels of the Peace process, in The Light of Peace, 61-64

 

관련 기사 보기

세계 교회와 한반도 평화 1

세계 교회와 한반도 평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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