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저는 2000년도에 교회를 개척하면서 목회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신학교 졸업을 6개월 앞둔 시기였고, 첫째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 반 되었을 때였습니다. 멋모르고 시작한 개척교회였지만 하나님은 그 교회를 통해 많은 은혜를 부어주셨습니다. 좋은 성도님들을 만나게 하셨고, 함께 울고 웃으며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많이 들어오면 감사하고, 조금 들어오면 조금 쓰면서 나날이 교회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위에 있는 교회와 선배 목사님들과 친하게 지내는데 돌아보면 혼자였습니다. 모두 저마다의 목회 상황에서 옆을 돌아볼 겨를 없이 분주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성탄절을 맞아 다른 주에 있는 교회에서 보낸 카드를 한 장 받았습니다. 카드에는 개척교회 목사를 위로하는 말과 함께 여선교회 회원들이 정성으로 마련한 선교비가 담겨 있었습니다. 수백 불의 선교비가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 나를 잊지 않고 있다. 내가 하는 목회를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깊은 산 속에 홀로 버려져 외로움의 세상에 갇혀 있던 마음이 한순간 세상과 연결되는 감동을 누렸습니다. 그 교회는 그리 큰 교회도 아니었습니다. 한인들이 많이 있는 지역에 있는 교회도 아니었습니다. 애리조나 투산이라는 곳에 있던 교회였습니다. 다른 교회를 돕기보다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교회였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는 알고 있었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라는 말씀을 말입니다.

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Partners In Ministry"라는 프로그램이 LA 동부지역에서 열렸습니다. 연합감리교회 서부지역에 속한 한인 교회 중 도움이 필요한 교회와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회를 파트너로 묶어 교회의 사명을 함께 감당하는 언약공동체를 만드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콜로라도,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워싱턴, 오리건, 하와이 등 서부지역에 속한 각 지역에서 목회하시는 목회자들 20여 명이 모였습니다. 저희 교회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회로 초대되었습니다. 이날 도움이 필요한 13개 교회와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회 13개 교회가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파트너 교회는 앞으로 3년 동안 매월 $1,000씩 선교비를 지원하고, 파트너 교회를 위해 기도하며, 프로그램을 함께 나누며, 목회자의 멘토가 되어 주며, 단기선교나 여름성경학교, 찬양팀 등이 방문하여 지원하는 등의 실질적인 도움을 주게 됩니다. 이런 도움은 일방적인 도움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역이 될 것입니다.

저희 교회가 도움을 주고받을 파트너 교회로 선정된 교회는 애리조나의 투산한인연합감리교회였습니다. 10여 년 전 제가 개척교회를 섬길 때 여선교회를 통해 선교비를 보내온 바로 그 교회였습니다. 더구나 지금 투산 한인연합감리교회를 담임하시는 폴 조 목사님은 저희 교회에서 주일학교 사역과 EM 사역을 하셨던 분이십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손길이 돕는 손길이 되고, 그 도움의 손길이 또 누군가를 돕는 손길이 되는 이 사랑의 순환을 바울은 "사랑의 빚"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바울의 표현을 빌리면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로마서 13:8)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랑의 빚은 져도 되는가?'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바울의 말은 사랑의 빚은 져도 된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사랑의 빚은 계속 생기는 것이기에 "계속지는 사랑의 빚 (Continuing debt to love one another)"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사랑의 빚은 빌려준 사람에게 갚을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에게 진 사랑의 빚을 어떻게 다 갚을 수 있습니까? 그 사랑의 빚은 자식을 키우면서 갚게 됩니다. 그렇기에 사랑의 빚은 다른 사람에게 갚게 되고, 그 사랑을 받은 사람은 그 사랑의 빚을 또 다른 사람에게 갚게 되면서 사랑의 순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서로가 사랑의 빚을 지고 또 갚는 모습이야말로 사랑으로 이루어져 가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에게 사랑의 빚을 진 사람들입니다. 아무리 갚아도 갚을 수 없는 빚을 졌습니다. 그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세상을 사랑으로 섬겨야 합니다. 그 사랑을 주는 자들에게 성경은 이렇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 이 말씀을 마음에 품고 세상을 사랑하므로 하나님의 사명을 잘 감당케 되기를 바랍니다.

글쓴이: 이창민 목사, 로스엔젤레스한인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5년 11월 20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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