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1대 대통령 선거가 우리에게 주는 도전과 깨달음

(편집자 주: 대한민국 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연합감리교뉴스가 ‘기독교와 대선’이라는 주제로 3명의 필자에게 원고를 의뢰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뉴욕 후러싱 제일 연합감리교회의 김정호 목사에게 의뢰한 글을 게재한다. 연합감리교뉴스는 교단과 사회 각 전반의 이슈에 대한 다양한 논평을 게재하고 있다. 논평은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며, 연합감리교뉴스의 의견이 아닌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연합감리교뉴스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을 담은 글을 환영한다.)    

김정호 목사가 설교 중 십자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김정호 목사.김정호 목사. 사진, 필자 제공.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계엄과 탄핵정국에서 벌어진 것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큰 혼란 없이 선거가 끝났고, 곧바로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국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듯해 다행이고 감사하다. 이번 선거는 여러 면에서 오늘날의 교회, 특별히 교단 분리라는 큰 어려움을 겪은 연합감리교회와 한인교회에 도전과 가르침을 준다.  

대한민국 국민은 편향된 이념이 아니라 실용적 정책을 펼칠 지도자를 선택했다. 반복되는 잘못을 성찰하지 않는 폐쇄적 정당이 아니라 진보적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중도·보수까지 포용하려는 정당, 분열이 아니라 단결을 이루려는 정당을 선택했다.

이를 교회에 적용해 본다면, 이 시대 교인들이 선호하는 교회는 삶의 현장과 세상 현실에 무관심하면서 편향된 교리 논쟁에 집착하는 교회가 아니라 복음으로 실제 삶에 변화를 이루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려는 교회일 것이다. 신앙은 복음적이고 실천은 진취적인 교회를 선호하고, 차이점을 찾아내어 분열을 일삼는 교회가 아니라 포용과 화합,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교회를 추구한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절반을 넘지 못하고 49.42%로 당선되었다. 이번 선거 역시 한국 정치의 깊은 분열의 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 키워드는 국민통합, 민생 회복, 경제성장이었고, 오랜 분열의 정치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선거는 종래의 정치적 선택을 넘어,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이념적 갈등과 종교의 역할, 그리고 민주주의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이민교회는 이번 선거 결과를 숙고하고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구현하는 일에 쓰임 받지 못하고, 진영 논리와 가짜 뉴스에 깊이 물들어 극우 정치 세력에 휩쓸린 것을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

일부 목회자들의 극단적 정치 행보로 교회가 정치적으로 분열되고 신앙 공동체는 크게 왜곡되었다. 특히 전광훈 목사, 김진홍 목사와 같은 극우 정치에 앞장선 인물들만이 아니라 몇몇 대형 교회를 비롯하여 영향력 있는 목사들이 교회를 정치 선동의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보도되었다. 이들은 강단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 세력을 마치 하나님에게 대적하는 세력처럼 묘사하며 교인들을 이념 전선의 병사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현상이 진보 진영에서도 없지 않았다. 진보 성향의 교회들도 특정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를 정당화하며 복음을 정치 언어로 대체하는 데 나섰다. 다만, 대부분의 진보 성향 교회는 극우 진영에 비해 영향력이 모자라 사회적 논란으로 크게 번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정치적 편향이 신앙의 본질을 왜곡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교회가 어떤 정치 진영에도 도구화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요한 웨슬리는 "정치적인 사안에서도 신자는 그리스도인의 마음과 정신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모든 정치 참여가 신앙의 표현이어야 함을 역설했다. 칼빈은 ‘기독교 강요’에서 교회와 국가의 분명한 역할을 구분하면서도, 양자가 모두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교회가 국가의 부패를 지적하는 예언자적 기능은 수행하되, 특정 정치 세력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많은 교회가 가짜 뉴스를 확산하고 정치 선동에 동원되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일부 교계 지도자들은 선거 때마다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 허위 정보, 왜곡된 통계를 이용하여 특정 후보나 정책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를 조장했다. 이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공동체의 신뢰를 붕괴시키는 행위이다.

1980년대 초반 잠시 만나 뵌 적도 있지만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좋아해서 가끔 설교와 글에 인용한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 뉴스를 보니 김문수 후보가 “신영복을 존경하는 사람들은 김일성 주의자”라고 발언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동안 목회를 하면서 저를 향한 이상한 소문이 이해되었다. 이는 예수님이 가난한 자와 작은 자에 대해 말씀하신 것을 가지고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편향된 극우의 억지 주장을 교인들이 비판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교회에서 발언하는 현실이다. 음모론을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한 도식으로 복잡한 우리 세상을 판단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사실 교회 내부에 그런 억지 주장으로 자기 존재감을 높이려는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금 미국 사회 역시 내 편은 좋은 편 나와 생각이 다른 편은 나쁜 편이라는 유치한 논리가 횡행하는데 그런 어이없는 짓에 맹종하는 미국인이 많다. 그리고 그런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인 교회 목사나 교인도 적지 않다.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정의를 위한 인간의 능력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고, 불의에 기울어지는 인간의 경향성은 민주주의를 필요로 하게 한다.” 민주주의는 이상적인 제도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한계를 고려한 현실적이고 도덕적인 제도이다. 따라서 기독교인은 진리를 추구하고, 허위와 선동을 거부하며, 이성과 양심에 따라 투표하고 참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적 과정이나 원칙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정치 이념을 절대 진리처럼 여기며, 명분 없는 계엄령을 통해 독재를 시도하려 했던 정치 지도자들이 다시는 등장하지 않도록 우리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교회 역시 그렇다. 지난 정권에서 보여준 국정 운영은 국민의 동의와 공공의 합의가 아닌, 위협과 통제, 이념적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었다. 기독교인은 이처럼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에 동조하면 안 되고 막아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편향된 이념으로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는 후보가 아니라 합리적 사고와 실제로 국가의 문제를 해결할 정책을 제시하면서 화합과 포용을 펼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뽑았다. 교회 역시 다원화 사회에서의 포용과 합리성이 요구된다.

미국은 말할 것 없고 오늘날 한국 사회도 정치뿐 아니라 종교, 사상, 문화, 성별, 세대 등 다양한 차원에서 다원화되어 있다. 현대 사회에서 기독교인은 더 이상 ‘절대다수’가 아니라, 다양한 가치 속의 하나로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은 복음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본질을 더 순수하게 드러낼 기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물론 한인 교회는 이를 위기로 받아들여 파괴와 혐오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 세리, 이방인과 맺은 관계는 우리가 다원화된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웃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다원화 시대의 현실을 복음 확장의 기회로 삼아 다른 생각, 다른 경험, 다른 종교, 다른 이념을 가진 이들을 적대시하기보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혜와 포용, 그리고 사랑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합리적 사고와 대화를 통한 공존이야말로 오늘날 교회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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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오늘날 정치적 갈등 속에서 기독교인이 가져야 할 성숙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

교회는 민주적 문화가 뿌리내리는 데 긍정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신앙 공동체가 국민의 올바른 정치의식 함양에 기여하고, 진영 논리를 넘어서는 사랑과 포용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해야 한다. 정치적 다툼에 편승하기보다 평화와 정의를 위한 중재자로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공공선을 추구하는 교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민주주의는 단지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합의, 토론, 다양성 존중, 타협과 양보가 일상에서 실천될 때 민주주의는 진정으로 살아 숨 쉴 수 있다. 교회는 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에 동참해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는 동시에, 교인들이 민주 시민으로서의 윤리와 태도를 가지도록 훈련해야 하고 진영 논리를 넘어서 진실을 말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공공선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가르쳐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과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해야 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지혜로운 자세를 보여주었다.

해외 동포는 다양한 문화와 가치 체계를 경험하며 더 넓은 시각을 갖추고, 조국의 미래를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동포 기독교인들은 감정적 반공주의나 맹목적 친미주의, 혹은 반미·친중이라는 극단적 시각으로 국제 정치의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는 오류에 쉽게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거시적이고 미래적인 입장을 지향함으로써 조국 발전과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

미국 내 기독교인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과 외교적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다. 한국과 미국 교회 간의 다리 역할은 물론 미국 의회나 행정부가 한반도를 전쟁의 위험으로 몰아가지 않고 평화를 이루는 일에 기여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의 신앙적 중재자로서, 분단과 갈등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화해와 중보 기도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우리 세계 곳곳이 진영 논리로 깊이 분열해 있는 이때 교회는 사회 분열을 부추기거나 정치 세력의 도구가 되지 말고, 화해와 치유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교회는 더 이상 정치권의 하수인으로 분리와 차별, 불의한 일에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정의와 사랑, 평화의 진정한 대변자로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조화와 회복을 이루는 중재자와 등불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는 그 어떤 정치적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오직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서야 한다.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합리적 사고와 포용의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야 하며, 우리의 신앙이 이 사회의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고, 진리 안에서 자유와 화해를 이루는 복음의 도구가 되기를 소망한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인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email protected]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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