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과 함께한 교회 창립 102주년

9월 13일,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는 창립 102주년을 맞아 교회의 문을 활짝 열고, 이 도시의 가장 새로운 이웃이자 가장 취약한 이웃인 난민들을 따뜻하게 환영했다.

<하나님께 첫사랑을, 이웃에게 최고의 사랑을: 난민·이웃 초청 큰 잔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약 120명의 난민과 17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함께 예배드리고, 음악과 식사를 나누며 교제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더하며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오랫동안 한인 이민자들의 영적 보금자리이자 문화적 중심으로 자리해 온 시카고한인연합감리교회 창립 102주년은 지나온 세월을 회고하기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의 100년을 향한 부르심에 응답하는 시간이었다

두루알리미 광고 박스 이미지 연합감리교뉴스에서 제공하는 주간 e-뉴스레터인 <두루알리미>를 받아보시려면, 지금 신청하세요.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는 시카고에 본격적인 한인 커뮤니티가 자리 잡기 훨씬 전인 1923년에 창립되었으며, 그 시작은 한국 독립운동사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초대 담임인 김창준 목사는 1919년 3·1운동 당시 ‘대한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 대표 33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이 교회를 독립운동의 거점을 넘어, 시카고 일원에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를 위한 기도와 말씀, 목회적 돌봄의 중심으로 삼았다.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는 창립 이후 41년 동안 중서부 내 유일한 한인 교회로 존재하며, 한인 독립운동가와 유학생, 노동자들의 안식처가 되었고, 흩어진 민족이 신앙과 정체성을 함께하는 공간으로 자리하며 ‘어머니 교회’라는 이름을 얻었다.

“교회는 처음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자유를 갈망하던 한 민족의 심장을 함께 품어 왔습니다. 신실한 제자도와 공동체 섬김의 정체성이 우리 교회의 DNA로 새겨져 있습니다.”라고 2023년부터 담임으로 섬기고 있는 조선형 목사는 말했다.

조 목사는 기념일을 앞두고 쓴 목회 칼럼에서 지난 3년 간의 창립기념일을 회고했다. 100주년이던 2023년에는 전통적인 감사예배를 드렸고, 101주년에는 ‘교회를 비우고’ 이웃 교회로 흩어져 함께 예배하며 교회가 자기만을 위한 공동체가 아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올해는 성령의 인도하심이 또 다른 길로 이어졌다고 밝히며, 조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는 우리가 교회를 비웠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하나님께서 우리로 하여금 교회를 다시 채우게 하신다고 느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잔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가장 초대하고 싶어 하실 이들을 모시기 위해서입니다.”

교회는 누가복음 14장 23절 “길과 산울타리로 나가서 사람을 강권하여 데려다가 내 집을 채우라”라는 말씀과 마태복음 25장 40절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라는 말씀을 붙들고 난민들을 초청하기로 했다.

“이번 잔치는 우리의 역량을 드러내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라고 조 목사는 연합감리교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오히려 교회·기관·이웃이 함께 모여 큰 어려움을 겪어 온 분들을 품어내는 ‘플랫폼’이 되고자 했습니다.”

Families visit booths set up outside Chicago First Korean United Methodist Church in Wheeling, Ill., during the church’s Sept. 13 “Great Feast for Refugees and Neighbors.” The event marked the congregation’s 102nd anniversary and its commitment to supporting vulnerable members of the community. Families from refugee centers across Chicago participated in a day filled with worship, music, food, fellowship and practical support. Photo courtesy of Chicago First Korean United Methodist Church.2025년 9월 13일, 일리노이주 휘링에 소재한 시카고제일한인연합감리교회는 창립 102주년을 맞아 교회의 문을 활짝 열고 시카고의 가장 새로운 이웃이자 취약한 이웃인 난민들을 환영했다. 자원봉사자들과 난민들은 함께 예배드리고 교제하며 기쁨을 나눴다. 사진 제공,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

9월 13일 아침, 시카고 곳곳의 난민센터에서 출발한 노란 스쿨버스 세 대가 교회 주차장에 들어섰다. 버스에서 내린 이들 가운데는 폭력과 박해를 피해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에서 제한된 자원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자원봉사자들은 환호와 포옹으로 난민들을 맞이했다. 예배당 안은 음악과 간증, 그리고 여러 언어가 뒤섞이는 소리로 가득 찼다.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 김용민 지휘자가 이끄는 이민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무디신학교 합창단의 찬양과 간증
• 오하이오 라이트 주립대학교(Wright State University) 차인홍 박사의 바이올린 연주와 신앙 간증
• 기쁨과 소망의 메시지로 어린이와 성인 모두를 사로잡은 일리노이주 록퍼드(Rockford) 소재의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 이택환 담임목사의 가스펠 매직
•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의 세대를 잇는 할렐루야 성가대의 찬양

이번 행사에서는 난민들을 섬기고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일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하나센터(HANA Center), 이민자보호교회네트워크(Sanctuary Church), KAN-WIN(여성 안전·옹호 단체) 등 한인 지역사회 단체들이 참여해 법적 권리, 주거, 사회서비스 정보를 제공하는 부스를 운영했다. 또한 무료 이발 서비스가 제공되었으며, 어린이들은 생활용품 바우처로 교환할 수 있는 경품이 걸린 체험형 게임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모든 난민에게 20달러 상당의 긴급 기프트카드가 전달되었다. 특히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는,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 장학위원회가 이민자보호교회네트워크와 협력해 난민 자녀 4명에게 각 400달러의 장학금을 수여한 일이었다.

“이 장학금은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섭니다.”라고 조 목사는 말했다.

“우리가 그들을 ‘돌보며’ 함께 걸어갈 것이고, 그들의 미래가 하나님과 우리 모두에게 소중하다는 뜻입니다.”

이번 행사는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에서 열렸지만, 시카고 지역의 여러 교회와 비영리단체, 기업, 개인들이 기부와 봉사로 동참하고, 한인 지역 언론사들이 무료로 홍보를 지원하며 도움이 절실한 난민 가정을 추천하는 등 힘을 보탠 덕분에 그 의미가 더 확장되었다.

조 목사는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사람들이 자발적이고 기쁨으로 봉사에 나섰다는 점입니다.”라고 말하고, “신학교 합창단에서부터 교수와 사업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함께하겠다’라고 응답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렇게 공유된 비전과 넉넉한 마음을 통해 자라납니다.”라고 강조했다.

2025 제일사랑 이웃 난민 초청 큰 잔치 스케치 유튜브 동영상.  

하지만, 이 행사가 열리기까지는 여러 도전이 있었다.

시카고 지역의 국경 단속과 주 방위군 투입과 관련한 소문과 보도는 불안을 키웠고, 잔치 전날인 9월 12일(금)에는 시카고 북서 교외 프랭클린파크(Franklin Park)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작전을 피해 달아나던 이민자가 피격당해 사망하는 비극도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일부 난민 가정은 노출 위험에 대한 우려로 참석을 주저했다.

“우리는 계획을 조정했습니다. 야외 활동을 줄이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모든 프로그램을 실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손님들이 이 자리에서 보호받고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습니다.”라고 조 목사는 말했다.

조 목사는 이번 잔치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교회는 이미 여러 해 동안 성탄 시즌마다 가정당 40~50달러 상당의 물품 꾸러미를 마련해 난민들을 섬겨 왔지만, 이번 기념행사는 그 이상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비전이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우리 청년들은 벌써 ‘내년에는 난민 아이들을 위한 VBS를 열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축제의 공간도 주차장까지 넓힐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여전히 우리를 통해 이루실 일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조 목사는 전했다.

교회가 두 번째 100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조 목사는 ‘어머니 교회’라는 별명이 계속 실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팔을 벌려 환대하고, 길러내며, 때로는 희생한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부름을 받은 모습입니다. 한인 이민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이웃을 위해서 말입니다.”

결국 102주년은 단순한 이정표가 아니라, 교회의 정체성과 의지를 선포하는 날이었다. 1920년대에 망명자와 유학생을 품었던 교회가 오늘날 난민들을 같은 믿음과 환대의 같은 정신으로 맞이한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남은 것은 장식이나 연설이 아니라, 주차장에 멈춘 선 노란 버스, 마술 공연을 보며 웃음을 짓는 아이들, 머리를 다듬어 주던 봉사자들, 존엄하게 건네진 장학금, 그리고 새 친구들과 함께 찬양하던 회중의 모습이었다.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를 섬기는 것이 곧 나를 섬기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기념일에 우리는 예수님께서 미소 지으실 만한 선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기뻐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참된 교회가 된다는 것은 교만을 내려놓고 그리스도처럼 종이 되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는 특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것입니다.”라고 조선형 목사는 말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인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email protected] 또는 전화 615-742-54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

신앙 간증
2018년 1월 30일,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즈버그에 소재한 올렌데일 연합감리교회의 앤디 올리버 목사(왼쪽)가 탬파 이민 사무소 앞에서 루이스 블랑코와 함께 기도하고 있다. 교회는 블랑코와 가족이 추방 절차를 겪는 동안 그들에게 지지를 보냈다. 올리버 목사는 현재도 플로리다의 소외된 공동체와 연대하며, 주 내 이민자 구금시설 앞에서 매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제공, 앤디 올리버 목사.

웨슬리를 본받아 약자와 동행하는 목사

30대 초반 심장마비로 목회 현장을 떠났던 앤디 올리버 목사는 다시 교회로 돌아와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처럼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며 감리교인의 정체성을 실현하고 있다.
이민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즈버그에 소재한 올렌데일 연합감리교회를 담임하는 앤디 올리버 목사(가운데)가 서류미비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구금하고 있는 에버글레이즈의 악어 앨커트래즈(Alligator Alcatraz)’ 앞에서 다른 시위자들과 함께 서 있다. 올리버 목사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세상에 알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증폭시키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앤디 올리버 목사.

플로리다 연합감리교회 목회자들, 이민자를 향한 억압에 맞서다

연합감리교 목사인 올리버와 로이 테리는 플로리다 정부의 권한 남용에 맞서 앞으로도 시위를 계속 이어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교
오하이오 감독구 정희수 감독(왼쪽), 서오하이오 연회의 교회역사보존위원회(GCAH) 위원장인 데이브 볼링, 내리교회의 김흥규 목사, 임찬순 목사가 연합감리교회 오하이오 감독구와 기독교대한감리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메리와 윌리엄 스크랜턴 선교 140주년 기념행사를 마친 후, 프랭클린과 버타 외링거 선교사 부부의 묘지를 방문했다. 사진 제공, 임찬순 목사.

메리와 윌리엄 선교 140주년 기념대회와 그 메아리

‘메리와 윌리엄 스크랜턴 선교 140주년 기념대회’에 참석한 임찬순 목사는 두 선교사의 신앙과 헌신을 되새기며, 그들의 사역이 한국 감리교회와 사회, 그리고 독립운동에 끼친 영향을 조명했다.

United Methodist Communications is an agency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2025 United Methodist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