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에 꽃이 피다

(편집자 주: 이 글은 지난 3월 21일부터 35일까지 5일간 애리조나주 투산에 소재한 리뎀투어리스트 수양관에서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여”라는 주제로 열린 사모를 위한 <영성형성 아카데미(academy for Spiritual Formation)>에 참석한 사모들의 간증 시리즈 중 두 번째로 일리노이주 알링톤하이츠의 Church of The Incarnation UMC의 이선정 사모의 글이다.)

사진 제공, 이정선 사모.사진 제공, 이선정 사모.

나는 평소 사모라는 단어에 굉장히 냉소적이었다.

특히, 그 단어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은 그들이 사용하는 모든 언어가 교회라는 세계에 한정되어 있어, 답답할 뿐 아니라, 세상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잘 모를 것이라고 나는 단정했고, 그런 이유로 “사모”라는 접두사가 달린 영성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것을 나는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눔 12시간과 침묵 12시간으로 나뉜 하루 일정을 기도, 배움, 예배, 친교로 구분한 5일간의 반복된 여정은 단순함을 통해 분주함을 밀어내어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강의 뒤에 오는 침묵과 묵상의 시간은 우걱우걱 씹어 삼킨 영의 양식을 가만히 소화시키는 시간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되새김질하며, 더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묵상 뒤에 오는 나눔의 시간이었다.

나의 느낌과 생각을 나누려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아픔을 내세워 주목받고 싶은 거야.’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이면 어떻게 해?’

‘아니야, 그건 말하고 싶은 너의 착각일 뿐이야.’

이렇게 마음을 꾹꾹 누르고 있었는데, 손이 결국 올라갔다.

내면이 안정되지 않은 채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말을 쏟아내면, 늘 후회가 뒤따랐다.

그날도 그렇게 그곳에 모인 36명의 지금은 나를 모르지만, 앞으로 만나고 보게 될 사모님들에게, 내 마음을 열고 나를 판단할 수 있는 이야기를 꺼낸 것을 후회하고 있을 무렵, 몇 명의 사모님이 가만히 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셨다. 다른 사람에겐 해본 적이 없다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은 사모는 자기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씀하셨다.

나의 나눔으로 인해 ‘나만 그랬던 게 아니구나, 나와 같은 사모도 있구나.’라고 느끼며, 위로받았다고 하시는데, 그분들이 하시는 말, 단어 하나하나가 내 심장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었다는 생각과 나의 이런 모습도, 이런 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자, 그동안 나를 방어하고 보호하기 위해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편협함에 사로잡힌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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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눈물이 쏟아졌다.

닫았던 마음을 열고 털어내니,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 보이고, 소리가 들렸다. 

대침묵의 시간 동안, 하루를 돌아보며 일기를 쓴 뒤, 기도하고 평안하게 잠들었다 일어나 맞이하는 메마른 사막의 해돋이는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묵상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사막 한 가운데서, 그 광활함에 내 존재의 작음을 느끼면서도,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의 소소한 대화는 안정감을 주었고, 맛있는 식사와 휴식 시간은 환대를, 침묵은 자유함을 맛보게 해주었다. 분주했던 일상 속에서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을 하나하나 마주 볼 수 있었던 시간은 나에게 소중한 선물이었다.

더불어, 경청 모임에서 햇살 같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또 한번 나의 오만과 편견을 무너뜨렸다.

여섯 명이 모여 매일 밤 나누던 깊은 이야기들 속에서 신체 건강했던 나는 겪어본 적 없는 아픔에 대해 알게 되었고, 건강을 잃었다가 되찾은 사람들의 삶이 본래부터 햇살 같았던 것이 아니었음에도 반짝반짝 빛날 수밖에 없음을 깨달은 순간, 나는 나의 냉소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될 수 없음에 대한 부러움을 나는 냉소라는 가면을 쓰고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진정한 어른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나눔을 했던 정희수 감독님의 시편과 함께 걸어가는 아름다운 변형의 영성 강의, 권희순 목사님의 영성 수련을 통해, 나는 사모가 되기 두려워하는 나와 직면했다.

그 순간, ‘이 세상에는 이토록 수많은 사모가 있단다. 너는 그런 너라는 존재 그대로 그들과 함께 걸어가며, 깊어질 수 있단다.’라고 말씀하시는 그분을 만났다. 그리고 추상적 개념이 구체화되어 내 것이 되는 놀라운 경험이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지는 경이로운 순간과 마주했다.

한마디도 안 하고 듣기만 하다 와야지 했던 생각은 36명의 사모님과 짧게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었다. 짧은 일정으로 인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인사를 나누고 올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그래!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냉소에 갇힌 이미지를 걷어낸 사모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사람들과의 기쁜 첫 만남이었나보다. 모두가 다 다른데 어쩜 그토록 같은지.’ 

마지막 강의 때 묵상했던 마태복음 14장 27절의 “예수께서 즉시 일러 가라사대 안심하라 내니 두려워 말라”라는 말씀과 영성훈련 기간을 떠올리며, 다시 묵상해본다.

초보 사모에게 주신 기회를 통한 놀라운 경험은 앞으로 살아갈 사모로서의 삶과 정체성에 이정표를 세워주었다.

이토록 귀한 시간을 마련하고, 후원하며, 초대해주신 모든 분께 가슴 깊이 감사드린다.

관련 시리즈 보기

참 아름답고 아름답다

왜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셨는지, 아니 데려가셔야만 했는지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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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 아시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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