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시 선교의 모태였던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철거 위기

김찬국 목사, 사진 발췌, 아이오와 연회 홈페이지.김찬국 목사, 사진 발췌, 아이오와 연회.

초복이 지난 한국의 여름은 무덥고,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어수선하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일흔이 넘은 김정택 은퇴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는 한국 도시산업 선교의 발상지이자 중심지였던 인천기독교도시산업선교회(이하 인천산선)의 철거 중지를 요구하며, 7월 12일 현재 21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기독교도시산업선교회(인천산선)가 철거되면, 인천 노동운동의 산실이자 60년 산업선교의 역사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3일,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인천산선 철거 계획이 포함된 ‘동구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승인했다. 이는 화평동 1-1번지 일대 18만998㎡에 지하 3층∼지상 40층 규모의 아파트 2,986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교회 터에 기념 표지석을 세우는 등의 방식으로 교회 측과 협의”를 하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사실상 인천산선의 철거를 전제로 한 결정이었다.

인천산선의 8대 총무이자 미문의 일꾼교회 김도진 목사는 2009년부터 줄기차게 오랫동안 주민들과 화도진 군인들이 식수로 사용했던 쌍우물과 함께 인천산선의 건물을 보전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1879년에 제작된 화도진도에도 표시되어 있었던 이 우물은 한때 두 우물 중 하나가 사라졌다가, 동구청에 의해 “쌍우물”로 복원되었다.

1984년-1986년,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4대 총무로 섬겼던 김정택 목사가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철거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하고 있다. 사진 출처, 에큐메니안.1984-1986,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4대 총무로 섬겼던 김정택 목사가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철거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하고 있다. 사진 출처, 에큐메니안.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정비사업을 승인한 이후, 김도진 목사와 김정택 목사는 인천산선의 존치를 요구하며 인천 시청 앞에서 단식을 시작했고, 다음날 단식 장소를 인천산선으로 옮겼다.

인천산선이 위치한 인천 동구 화수동 골목에는 지지와 격려의 발길이 이어졌다. 70여 개의 시민 사회 단체들은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일꾼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13일부터 기자회견, 릴레이 단식, 시민 서명운동, 청와대 청원 및 시민 촛불 문화제 등 인천산선 존치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6월 23일, 인천 시청 앞에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철거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김정택 목사와 김도진 목사. 사진 출처, 인천일보.6 23, 인천 시청 앞에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철거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김정택 목사와 김도진 목사. 사진 출처, 인천일보.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은 인천시 동구 화수동 183번지에 위치해 있다. 이곳 동구는 1883년 인천항 개항 때부터 중구와 함께 도심을 이룬 인천광역시의 원도심이었고, 화수 부두는 80년대 초만 해도 50여 톤 이상의 어선이 드나드는 인천시 제2의 어항이었다.

한국전쟁의 잿더미를 딛고 급격한 산업화와 공업 도시화가 추진된 1960년대 이후 항구도시인 인천에 대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이곳은 노동자의 도시로 재편됐다. 특히 인천중공업 등 대규모 공장이 많았던 화수동 일대는 지역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톡톡히 감당했었다.

1961년 주안교회 조용구 목사와 내리교회 윤창덕 목사는 인천에 내려온 조지 오글 선교사와 함께 화수동 183번지의 초가집을 매입해 '기독교도시산업선교협회'와 '노동자교회(현 일꾼교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본격적인 '산업선교'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 산선의 산업선교 활동은 이렇게 교회보다 공장같이 직접적으로 노동자와 함께 일하며 그들을 상담하고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공장 목회 활동을 하는 등으로 전개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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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1972년 10월 유신을 전후해서는 중앙정보부의 대대적인 탄압에도 불구하고 인천산선의 활동이 노동 현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일궈냈다.

이에 대해 국가는 산선의 활동을 공산주의로 몰아치는 대대적 이념 공세를 전개했고, 그 일환으로 1978년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똥물 투척 사건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인천산선에서 한국 70년대 노동운동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동일방직을 비롯한 삼원섬유, 한국기계, 대성목재, 반도상사, 이천전기 등과 같은 기업과 숱한 산업 현장 노동자들은 온갖 풍상을 겪었으나, 황영환, 이총각, 김근태, 최영희, 인재근, 조옥화 등 우리나라의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굵직한 흔적을 남긴 민주 인사들을 배출해 냈다.

또한 아침이슬의 작곡가 김민기나 가수 송창식 등 다양한 문화예술인들도 인천현대산업문화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위대한 유산 가운데 하나다.

그렇게 57평의 작은 인천산선은 파업 투쟁을 하던 노동자들과 일터에서 쫓겨난 해고노동자 및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수많은 얼굴 없는 노동자들을 품어주었던 피난처이자 노동자들에게 그들의 권리를 찾도록 도와준 “일하는 자”들의 배움의 터전이었고, 군부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한국과 인천 민주화운동”의 근거지였다.

현재 이 인천산선이 위치한 동구 화수동엔 1982년 ‘한-미 조약’ 100년을 기념해 조성된 화도진 공원이 있고, 소설 '괭이부리마을 아이들'의 배경이 된 만석 부두가 이웃해 있다.

인천시의 ‘동구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정비사업’으로 인해 철거당할 위기에 처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 건물 모습. 현재 인천산선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양옥 건물이다. 사진 출처, 인천뉴스.인천시의 ‘동구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정비사업’으로 인해 철거당할 위기에 처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 건물 모습. 현재 인천산선은 지하 1, 지상 2층의 양옥 건물이다. 사진 출처, 인천뉴스.

한국의 산업선교회 양대 산맥으로 인천산선과 영등포산선이 꼽힌다. 그런데 1958년 건립된 영등포산업선교회와 1961년 세워진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상황은 너무 다르다.

2010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는 “산업선교회 건물은 산업사회에 헌신했던 무형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고, 사회적으로도 민주화운동의 기념사적지로 지정되는 등 선교회 활동과 역사적 가치를 공식 인정받은 곳이다.”라고 밝히며, 영등포 산업선교회를 한국기독교 역사 유적지 제8호로 지정하고, 민주화운동기념비를 세웠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산실인 산업선교회관을 중심으로 남부지역의 노동 관련 시설을 집약한 영등포구 노동복합시설을 영등포 구청의 추진으로 진행 중이며, 이 리모델링을 위해 영등포구가 10억 원, 선교회가 5억 원을 지원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천산선 역시 창립 60주년을 준비하며 동일방직 건물에서 부터 인천산선까지를 ‘여성노동자의거리’로 조성해 가고 있다. 앞으로 이 지역 일대를 노동박물관으로 개발하면,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또한 국립민속박물관 안정윤 학예연구사의 조사에도 나와 있듯이, 덴마크 코펜하겐 노동회관에 설립한 국립노동자박물관, 스페인 카탈루냐 직물공장에 마련한 국립과학기술박물관, 스웨덴 홀멘 섬유공장에 꾸민 국립노동박물관, 영국 더원트계곡의 방적 공장, 핀란드 벨라의 제재·판지 공장, 일본의 도미오카 제사 공장 등 노동자 문화유산이 지역 경제에 커다란 보탬을 주었던 성공 사례도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 유적지로 인정받은 영등포산선과 달리 현재 인천산선은 철거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단식 20일째였던 지난 7월 11일 김정택 목사는 조합원 주민에게 드리는 글에, “저는 1984년-1986년,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4대 총무직을 수행한 김정택 목사입니다. 제가 단식을 하는 이유는 지방자치단체가 주어진 책무를 방기해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고, 조합과 교회가 갈등 없이 재개발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력하기 위함입니다.”라고 자신이 단식하는 이유를 밝혔다.

인천 산선의 8대 총무이자 미문의 일꾼교회 김도진 목사, 사진 출처, 인천뉴스.인천산선의 8대 총무이자 미문의 일꾼교회 김도진 목사, 사진 출처, 인천뉴스..

정세일 인천생명평화포럼 상임대표는 “이제는 도시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산업을 이루어내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던 인천에 노동자가 빠진다면, 건물만 남아 있는 도시가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부동산을 조성하고 이익을 보는 것만이 앞으로의 인천을 행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도시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라고 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이 유지되어야 할 가치를 설명했다.

김도진(63) 목사는 인천산선이 존치되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인천산선 존치 여부는 결국 인천시의 도시재생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천산선은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닌, 노동자 운동과 민주화 역사를 품고 있는 인천의 소중한 사회문화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지방정부와 지자체가 심사숙고하지 않고, 지역 재개발조합 측에 미루어 버릴 문제가 아닙니다.”

'화수·화평 재개발 사업'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건설사와 고밀도 개발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일부 주민들 그리고 아파트 개발로 인구를 유입해 세수를 확보하려는 행정당국의 방관 속에 우리의 역사가 담겨있는 인천산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동안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활동과정과 상세 소식은 이곳에서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철거 중단을 요구하는 서명을 하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김찬국 목사는 현재 연합감리교회 아이오와 연회 소속 목사로 Parkersburg New Hartford 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1989-2001년까지 인천산업선교회의 실무자와 일꾼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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