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큰헤드 정신

1852년 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근처, 영국 해군 수송선 버큰헤드(Birkenhead)호가 암초에 부딪혀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승객은 영국 73보병연대 소속 군인 472명과 그들의 가족 162명이었고, 구명보트는 3대뿐으로 180명만 탈 수 있었습니다. 함장 세튼 대령은 "그 동안 우리를 위해 희생해 온 가족들을 우리가 지킬 때다. 어린이와 여자부터 탈출시키자"라고 명령하였고, 함장을 비롯한 군인 472명은 구명보트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며 배와 함께 가라앉았습니다.

몇 년 후, 이 사실은 작가 사무엘 스마일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이 때부터 영국 사람들은 큰 재난을 당하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버큰헤드를 기억합시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신은 1952년 군 수송선 윈드러시(Windrush)호 침몰 사고에서도 어김없이 지켜졌습니다. 알제리 인근 바다에서 배의 보일러실이 폭발했는데, 당시 군인과 가족 1,515명이 타고 있었고, 구명정은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곧바로 선장과 선원들은 여성과 아이, 환자들을 구명정에 태웠고, 마지막에 선원과 군인 300여 명이 남았습니다. 선장과 스콧 대령은 "이제 모두 바다에 뛰어내리라"고 지시한 후, 부하들이 모두 떠난 걸 확인한 뒤 마지막으로 물로 뛰어들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블로그와 SNS에서 '버큰헤드 정신을 기억하자'는 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선장과 일부 선원들이 승객들을 앞세우기는 커녕 자기부터 살아야겠다며 배를 빠져나온데 대한 분노를 담고 있음입니다. 선장을 비롯해 간부 선원들은 먼저 도망해 다 살아남았지만, 스물두 살 여승무원과 어린 학생 수백 명은 사망 및 실종,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분노는 선장과 선원들을 향한 것이기보다는 ‘대한민국호’라는 정부와 차마 우리 아이들에게 못할 짓을 한 우리 스스로를 향한 비애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배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의 마음은 당연히 우리교회를 한 주간 내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배는 어떠한가? 또 어려움이 온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아니 나는 어떠한가? 문득, 어머님의 소리가 맴돕니다. “장목사, 항상 기억해라. 네가 잘 해서 잘 되는 게 아니다. 다 주님의 은혜이니, 늘 올챙잇적 생각하고 겸손히 죽도록 충성해라.”

‘주님의 은혜'에 반응하는 여러분들의 ‘버큰헤드 정신’이 우리 교회의 구석구석에서 일어나고 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우리 교회의 모든 사역과 섬김. 아무리 생각해도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늘 복으로 충만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신앙 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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