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쉬었다가 가라고 하신 주님

(편집자 주: 중북부한인선교구는  2026년 3월 23일부터 27일까지 애리조나주 투산에 소재한 리뎀토리스트 수양관(Redemtorist Renewal Center)에서 “나랑 소풍 갈래?”주제로 <영성형성 아카데미>개최했다. 연합감리교뉴스는 수양회 참석자인 박혜련 사모의 후기를 나눈다.)

박혜련 사모. 사진, 필자 제공.
박혜련 사모. 사진, 필자 제공.

2025년 10월 어느 날, 반가운 사모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난 두 차례 영성형성아카데미에서 만나 종종 안부를 궁금해했던 사모님이셨습니다. 사모님께서는 다가오는 제3회 영성형성아카데미에서 환대팀 팀장으로 섬기게 되셨다며, 이번에도 함께할 수 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사실 제2회 아카데미를 마친 뒤부터 다시 초대받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연락을 받으니 쉽게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참석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여러 현실적인 사정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낯선 사람들과 교제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지금 제가 처한 상황을 넘어야 한다는 두려움도 저를 망설이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하나님, 참석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가족과 교회의 이해를 얻게 하시고, 필요한 환경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다시 애리조나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설렘과 긴장 속에 2년 전 회복과 치유를 경험했던 수양관에 도착했습니다.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그 익숙한 모습은 제 마음에 쉼과 자유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마치 넓고 따뜻한 어머니 품처럼 그리운 공간이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자, 마음도 함께 풀어졌고, 어렵게 허락된 5일의 시간을 떠올리니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수양관에 머무는 동안 저는 분명 행복했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쉼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시간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변화되어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저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랑 소풍 갈래?’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편안한 소풍객이라기보다, 무엇인가를 반드시 얻어 가야 한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한 학생처럼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셋째 날 오후, 기도 시간을 마치고 강의실로 돌아오는 길에 주님의 음성이 제 마음에 들려왔습니다.

“푹 쉬었다가 가거라. 내려가면 알게 될 것이다.”

그 말씀은 제 마음 깊은 곳을 울렸습니다. 저는 늘 잘하고 싶었고, 열심히 사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쉼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부담감으로 이번 소풍마저 하나의 과제처럼 여기고 있었는데, 주님께서는 긴장과 부담을 내려놓고, 이 시간을 온전히 누리며 하나님과 저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깊은 평안과 자유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시 한번 저의 약함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었습니다. 지난 아카데미에서는 성찰을 나누며 큰 치유와 위로를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사모님들께서도 그 은혜의 시간을 누리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모든 일정이 끝나갈 무렵, 제 마음을 들여다보며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크면서도, 거절당하거나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보다 상처받지 않을 만큼만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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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제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습니다. 그런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흔들리고 전전긍긍하는 제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처음 만나는 사모님들과 목사님들 사이에서 제가 붙들고 있던 체면과 자존심은 보이지 않는 벽이 되어 저를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얼어붙어 있던 제 마음도 조금씩 녹아내렸습니다. 예배를 마칠 때마다 서로의 평안을 빌며 나누는 포옹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치유와 연대를 경험하게 했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며 제 마음에는 이런 감사가 피어났습니다.

“내가 사모가 되었기에 이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분들과 연결되어 살아갈 수 있구나.”

그 깨달음은 사모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감사의 이유를 하나 더해 주었습니다.

교회 공동체를 섬기다 보면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사역의 무게 앞에서 낙심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영성형성아카데미를 통해 많은 사모님과 목사님을 만나며, 저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이 주님의 부르심을 응답하고, 각자 주님의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 삶을 드리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동역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제게 다시 걸어갈 수 있는 새로운 담대함을 선물했습니다.

2026 <영성형성 아카데미> 참가자들이 아침 예배를 위해 모이고 있다. 사진 제공, 이훈경 목사.2026 <영성형성 아카데미> 참가자들이 아침 예배를 위해 모이고 있다. 사진 제공, 이훈경 목사.

애리조나에서의 보낸 5일 동안 저는 매일 12시간의 침묵 속에서 하나님과 대화하며 쉼을 누렸고, 나머지 시간에는 예배와 강의, 친교, 경청 모임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와 위로를 경험했습니다.

그동안 일상에서는 내면을 돌아보는 일이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쉼과 충전은 게으름이나 안일함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늘 분주하고 불안정한 시간을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저를 누구보다 잘 아시는 주님께서는 저를 그분과 함께하는 소풍으로 초대하신 것이었습니다.

이번 시간을 통해 저는 침묵과 대화의 균형 속에서 영성을 세워가는 법을 배우고, 그것을 삶 속에서 지속해 나갈 힘을 얻었습니다.

꿈같은 5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하나님께서는 공동체의 힘을 다시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한 승객으로 인해 큰 소동이 벌어졌고, 결국 비행기는 중간 공항에 착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두려움에 휩싸인 저는 급히 애리조나에서 함께했던 사모님들과 목사님들께 기도를 부탁드렸습니다.

소란스러운 비행기 안에서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지만,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공동체가 있다는 사실은 마치 따뜻한 품에 안긴 듯한 평안과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며 저는 하나님께서 공동체를 통해 우리를 붙드신다는 사실을 다시 깊이 경험했습니다.

이번 영성형성아카데미는 제게 ‘동행의 영성’을 깨닫게 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선하신 주님과 동행하는 삶, 그리고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드려 섬기는 아름다운 사역자들과의 동행은 지금도 제 삶 속에서 계속되고 있음을 믿습니다.

제게 이 귀한 소풍을 허락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 소풍을 위해 기도와 섬김으로 헌신해 주신 목사님들과 사모님들, 그리고 여러 모습으로 도와주시고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 함께 가자.”

글을 박혜련 사모는 블루밍턴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인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email protected]또는 전화  615-742-5484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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