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시작 '작별 상봉(作別 相逢)'

Goodbye-reunion at Mt. Diamond in N. Korea in 2018. MBC TV screen capture.
Goodbye-reunion at Mt. Diamond in N. Korea in 2018. MBC TV screen capture.

희망의 시작 '작별 상봉(作別 相逢)'

만남을 뜻하는 말이 여럿 있다. 오랫동안 헤어졌다 만날 때 '해후'라는 말을 쓰고, 우연한 만남을 '조우'라고 한다. '회우, 조봉, 상면, 알현, 대면' 등이 각 상황에 맞는 만남을 뜻한다. 다양한 만남 중에 오랫동안 헤어졌던 가족들이 다시 만날 때 '상봉'이라고 한다.

상봉은 말 그대로 '서로 만남'을 뜻한다. 그것도 '극적 상봉'과 같이 기대하지 못했던 이들이 서로 만날 때를 관용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상봉'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만남이 있다면 '이산가족 상봉'일 것이다. 분단의 현실 속에서 수십 년간 헤어져 살 수밖에 없었던 가족이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일이야말로 '상봉'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만남이다.

얼마 전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렸다. '상봉'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사흘간의 만남이 수십 년간 헤어진 채 살아온 세월의 벽을 뛰어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2015년 이후 3년 가까운 시간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던 이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만남이었음이 분명하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났다는 소식을 전하는 신문은 함께 쓸 수 없을 것 같은 두 단어를 맞붙여 제목으로 삼았다. '작별 상봉(作別 相逢)''이라는 말이다. 작별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이라는 뜻이고, '상봉'은 '서로 만난다.'라는 뜻이다. 그러니 '작별 상봉'이라는 말에는 '헤어짐과 만남'이라는 함께 쓸 수 없는 두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그 말에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기 위해서 서로 만난다.'라는 뜻이 숨어 있을 것이라는 짐작 정도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작별 상봉'을 해야 하는 이들의 마음까지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얼마나 아쉬운 작별이기에 헤어지기 위해 만나야 했을까?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끼리 헤어지기 위해 만나야 하는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마지막 날이었던 8월 26일, 남과 북의 가족은 '작별 상봉'을 마지막으로 다시 긴 이별에 들어갔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헤어지기 위해서 만나는 '작별 상봉'이 안타깝게 여겨지는 까닭은 이 단어가 남북 혹은 미북 관계를 함축하는 말같이 들리기 때문이다.

올 초 평창동계올림픽 몇 종목에 남북한 단일팀이 등장하면서 싹트기 시작한 남북한의 화해 분위기는 북한의 김정은 최고 위원장이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한국전쟁 당시 숨진 미군 유해가 송환되었고,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개통에 이은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까지 이어지면서 우리 모두의 염원인 남북한의 지속가능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교두보를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이들 행사가 분단국가로 70년을 지내온 남북한의 관계를 단번에 해소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을 많지 않다. 또, 이런 보여주기식 행사에 현혹되지 말고 더 강경하게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인도주의적 지원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 사회, 그리고 교회에 한반도 평화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알리는 연합감리교 평화위원회는 이데올로기를 기준으로 하는 논쟁을 넘어 이민 교회와 이민 공동체가 먼저 평화를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도 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작별 상봉'을 끝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막을 내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은 짧은 만남, 그리고 기약 없는 이별은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이 빚어낸 시대적 사건이기도 하지만, 이민자로 사는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신분, 경제, 사업의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산가족으로 사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만남에 대한 기대마저도 접고 이민자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에게는 '작별 상봉'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일 년에 두세 차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다. 미국에 사는 서류 미비 남미계 이민자들이 가족을 만나기 위해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텍사스주 엘 파소(El Paso)를 찾았다. 높은 벽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멕시코로 나뉜 국경 지역에는 리오그란데 강이 흐르고 있다. 이 강을 사이에 두고 수백 명이 양쪽을 모여들었다. 이들은 국경에 가로막혀 오랫동안 가족과 만나지 못한 멕시코 사람들이었다. 멕시코 쪽에서 온 사람들은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해 미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갈 수 없는 사람들이었고, 미국 쪽에서 온 사람들은 서류 미비 이민자로 역시 멕시코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국경 수비대가 신호를 보내자 양쪽에 선 사람들이 일제히 강으로 뛰어들었다. 물은 흐르지 않았지만, 바닥을 드러낸 강바닥에는 쓰레기와 진흙이 가득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다는 기쁨에 젖은 이들에게 지저분한 바닥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국경경비대는 이들을 구분하고자 미국 쪽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파란색 티셔츠를, 멕시코 쪽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하얀색 티셔츠를 입히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한 이민자 보호 단체가 주선한 '가족 상봉' 행사를 통해 가족의 얼굴을 보려고 700 마일을 달려온 이도 있었다. 부모와 자식이 만났고, 형제와 자매가 부둥켜안았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처음으로 손주들을 안기도 했다. 오랜 시간 헤어져 살던 부부는 뜨거운 포옹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수백 마일을 달려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과 달콤한 만남을 갖는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80초였다. 만남의 기쁨보다 헤어짐의 쓰라림이 더 크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만나자 이별'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작별 상봉'이었다. 국경경비대의 신호에 따라 이들은 180초의 만남을 끝내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180초,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뿌리를 충분히 내리는 시간이었다. 중국의 작가 루쉰은 희망은 길과 같다고 하면서 '희망이란 본래 있었다고도 할 수 없고, 또 없었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에 난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 길은 없었다. 그 위를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180초짜리 짧은 만남을 통해, 또 사흘간의 만남을 통해 헤어졌던 이들의 얼굴을 마음에 새길 수 있었기에 또 다른 희망의 시작이었다. 희망은 한 번도 완전한 보장과 함께 완벽한 모습으로 나타난 적이 없다. 그러기에 세상은 항상 희망의 끝자락만 붙잡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연합감리교 세계선교부의 총무인 토마스 캠퍼(Thomas Kemper) 목사는 자신의 조국인 독일도 오랜 분단국가였으며 결코 통일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을 만큼 절망 속에 살았지만 결국 통일되었다고 하면서 한반도가 속히 평화적 통일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180초의 만남을 끝으로 또다시 기약 없이 헤어진 멕시코계 서류 미비 이민자들이나, 사흘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지기 위해 '작별 상봉'의 자리를 찾은 이산가족들의 아쉬움은 말로 다 할 수 없겠지만, 그들이 다녀간 자리에 또 다른 희망의 길이 생긴다면 '180초짜리 만남'이나 '작별 상봉'은 헤어짐을 위한 만남이 아니라 또 다른 희망의 시작을 알리는 만남이 될 것이다. 이번 '작별 상봉'이 기약 없는 헤어짐의 시작이 아니라 또 다른 희망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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