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은 라스베가스에 가면 안 되나요?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자주 가시는가? 비행기를 타고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여 공항에 내리면 그 즉시로 “아, 이게 라스베가스구나” 하는 느낌이 확 든다. 공항 대합실에 들어서면서부터 요란한 소리를 내는 슬롯머신들이 보이는데, 아마 공항에 첫발을 들여놓는 사람의 눈에 이렇게 슬롯머신들을 보이게 해놓은 곳은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는 태생적으로 비기독교적인 성격이 강하다. 땀 흘려 돈 벌 생각 대신에 일확천금(一攫千金)을 꿈꾸는 사람들을 불러들여 비즈니스 하려는 동기로 도시가 계획되었다. 이곳은 이전에는 금광을 찾아 서부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중간 기착지였다. 그러다가 1905년 솔트레이크시티와 로스엔젤레스 사이를 잇는 철도가 건설되면서 도시가 시작되었고, 그 후에 주변에 후버댐이 건설되고 카지노가 합법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이곳이 “카지노의 도시” “죄의 도시”(sin city)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곳에는 모든 것이 카지노를 위해서 존재하는 듯하다. 음식이나 숙소는 최고 수준이지만 값은 대단히 저렴하다. 도박에 모든 승부수를 거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는 라스베이거스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여러 가지로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예를 들어 라스베이거스는 더 이상 도박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친 가정적인 도시라고 홍보를 한다. 이곳은 성인들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어린아이들도 와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도시라는 것이다. 이런 취지하에 가족을 위한 놀이들, 쇼핑몰들,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한다. 심지어는 도박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하여 스포츠 채널인 ESPN을 통해 “포커 경기”를 중계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인은 라스베이거스에 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죄의 도시”에 가는 것 자체가 죄이기 때문에 라스베이거스는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할까? 아니면 그곳에는 얼마든지 건전하게 즐기고 볼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도박에 빠지지만 않으면 별문제가 없는 것일까?

기독교인이 라스베이거스에 가는 문제에 대하여 두 가지 서로 다른 입장이 존재한다. 첫째 입장은 절대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라스베이거스가 “친 가정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끼”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가정을 버리고 혼자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도박한다는 비난을 방지하기 위해, “그러면 온 가족이 함께 라스베이거스로 오면 되지 않습니까? 도박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이 라스베이거스입니다.” 이런 식으로 유혹하는데 그런 것에 절대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도박에 빠진 사람에게 유일한 해결책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완전히 발을 끊는 것일 텐데 그렇게 되면 라스베이거스가 망하니까 그 방법 대신에 계속 와서 도박을 할 수 있도록 친 가정적인 모습의 “미끼”를 던진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은 이 미끼를 물면 안 되는 것이다. 심지어 라스베이거스에서 잠을 자든지 음식을 먹든지 구경을 하든지 하는 것은 결국 그곳의 도박사업을 간접적으로 후원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기독교인으로서 그곳에 가는 것은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도박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면 라스베이거스에 가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있다. “너무 인생을 빡빡하게 살 필요가 어디 있는가? 재미 삼아 슬롯머신에 몇 푼 ‘헌금’을 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그곳에서 가족과 편안히 쉬고 먹고 여행을 즐기면 된다”는 입장이다. 사실 라스베이거스에 도박 이외의 목적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곳을 거점으로 숙식하면서 그랜드캐니언이나 후버댐 등 주변 지역을 관광하기 위해, 최고급의 쇼핑을 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건물들 안에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멋진 조형물들을 구경하기 위해, 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아니면 골프나 스카이다이빙 같은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렇다면 성경을 믿는 기독교인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곳에 가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고려하고, 그다음으로 도박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개인차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인이 라스베이거스에 가도 되는가의 문제는 그가 무슨 목적으로 라스베이거스에 가는지를 생각해보면 대충 답이 나온다. 만일 도박하기 위해서 또는 기독교 신앙에 위배되는 어떤 유흥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라스베이거스에 간다면 (이것이 주된 목적이든 부차적인 목적이든 상관없이) 이는 잘못된 것이다. 기독교인으로서 금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좋은 목적으로 그곳에 간다면, 예를 들어서 가족과의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여행을 한다거나, 중요한 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서라거나, 골프선수가 그곳에서 열리는 경기에 참가한다든가, 혹은 단순히 바람을 쐬기 위해서 그곳에 간다면, 아니면 그곳에 교회를 개척하거나 섬기기 위해서 가는 것이라면, 이는 기독교인으로서 전혀 금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실 장소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목적으로 그곳에 가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천사의 도시’라는 이름을 가진 로스앤젤레스에 간다고 하는 데 그 목적이 기독교 신앙에 반대되는 어떤 비윤리적인 목적을 위해서라면, 예를 들어 마약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라든가 반기독교적인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그 ‘천사의 도시’에 간다면 이는 아무리 “좋은” 도시라고 해도 기독교인으로서 출입을 금해야 하는 곳인 것이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개인의 차이이다. 개인의 성향상 도박의 유혹을 많이 받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도박중독에 빠진 사람이라면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어도 라스베이거스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는 마치 술 중독에 빠진 사람이 비즈니스 거래를 해야 한다면, 거래 장소로 다른 곳을 선택해야지 술집을 선택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자 그렇다면 기독교인은 라스베이거스에 가도 되는가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하는가? 올바르고 건전한 목적으로 라스베이거스에 간다면 이는 잘못된 일이 아니다. 기독교인으로서 그곳에 가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일지라도 도박을 비롯한 어떤 비윤리적인 죄의 유혹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면 라스베이거스를 피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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