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담하지 말라”

올 해 한국은행의 일반 사무직 채용공고에 3400명이 지원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채용 인원이 20명 이내인 것을 고려하면 경쟁률이 무려 170대1에 이른 셈입니다. 일반 사무직에는 그 동안 상업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주로 채용되었는데, 몇 해 전부터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업에 4년제 대학졸업자까지 대거 몰리면서 경쟁률이 이렇게 급상승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현상은 몇 해 전, 한 방송사에서 실시한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조사에서 이미 예측되었습니다.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대망의 1위는 공무원이었습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나, 동심을 너무 일찍 잃고 현실적으로 되는 것 같아서 씁쓸하지 않습니까? 허황된 듯 들려도 아이들에게 장래 꿈을 물으면 “대통령이요!”라고 하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을 사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대통령’으로 삼으신 이유는 그가 하나님의 신에 붙잡힌,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소위 말하는 ‘현실적인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이 심어주신 비전을 따라 살았던 것입니다. 한 예로, 그가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 앞에서 한 말을 보십시오. 다윗은 아버지의 명을 받아 전쟁터에 있는 형들을 면회 갔다가 이스라엘 군대가 골리앗 앞에서 모욕을 당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고, 한 병사의 중재로 사울을 만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윗이 사울에게 말하되 그로 말미암아 사람이 낙담하지 말 것이라’(삼상17:32). 보십시오. 다윗이 이스라엘 군대의 병사가 되지 못한 것은 어렸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윗이 이스라엘 사회에서 사람 수에 들어가지 못하는 자였다는 의미입니다. “요압이 백성의 수효를 다윗에게 보고하니 이스라엘 중에 칼을 뺄 만한 자가 백십만 명이요 유다 중에 칼을 뺄 만한 자가 사십칠만 명이라”(대상21:5).

사울 왕이 전시 상황에서 이렇듯 ‘칼을 빼지 못하여’ 백성의 수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어린 다윗을 만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까?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이 만남 자체에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 소년이 왕에게 “사람이 낙담하지 말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이런 상황도 그렇습니다. 왕 앞에서 이런 담대한 선언을 한 것도 어린 소년이 한 말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건 다윗을 붙잡고 있던 하나님의 신이 하게 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블레셋의 골리앗이 장대한 모습과 그가 쏟아내는 험한 말로 인해 마음이 녹아 전의를 상실해 가던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기 위해 다윗을 보내셔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골리앗의 크기에 기죽지 말라! 그의 험한 말에 영향을 받지 말라?” 하나님은 사람의 말에 휘둘려 전의를 상실한 이스라엘 군대를 세우기 원하셨던 것입니다.

지난 주, 홍정욱 전 국회의원의 근황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그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스텐포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수재입니다. 여기에 영화배우 남궁원의 아들로, 잘 난 외모까지 더하니 정말 잘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를 더욱 빛나 보이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가 어머니의 신앙을 물려받아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마다, 자신이 삶에서 얻은 교훈이라며 나누는 말이 있습니다. "남의 말이 네 맘속에 파고들게 하지 말아라. 네 가슴과 직관은 이미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가슴과 직관의 소리를 듣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글쓴이: 이철구 목사, 남부플로리다한인연합감리교회, FL
올린날: 2015년 8월 25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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