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가 2025년 9월 29일(월) 저녁, 뉴저지주 이스트 브룬스위크의 갈보리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개막했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다시, 그리스도의 몸: 돌아봄.돌봄.하나됨!”이며, 주제 성구는 고린도전서 12장 27절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이다.
총회는 10월 2일(목)까지 나흘간 진행되며, 미 전역에서 사역하는 목회자와 평신도, 그리고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예배, 말씀, 선교 보고, 토의, 교제를 통해 한인 연합감리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을 재확인한다.
개회예배에서 뉴저지 연회(Greater New Jersey)와 동펜실베이니아(Eastern Pennsylvania) 연회를 이끄는 신띠아 무어-코이코이(Cynthia Moore-Koikoi)감독은 환영사를 전하며 한인총회 참석자들을 따뜻하게 맞았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사랑으로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이 이곳에 오신 것만으로도 하나님의 축복이 임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아프리카 문화권의 “손님이 오면 복이 함께 온다”라는 통찰을 소개했다. 이어 “이 교회가 보여주는 급진적 환대(radical hospitality)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현현(顯現)”이라고 강조하며, 한국 음식에 얽힌 개인적 경험을 나눠 친근감을 더했다.
무어-코이코이 감독은 또 “이 모임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미래를 함께 분별하는 시간”이라고 강조하며, “이 자리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깊이 경험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인총회장 이창민 목사는 환영사에서 “지난 1년간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를 지키기 위해’ 묵묵히 버텨낸 여러분이 오늘 다시 이 자리에 모였다.”라며, “3박 4일의 일정 내내 서로 돌아보고, 서로 돌보며, ‘우리 됨’을 더욱 굳건히 하는 총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 목사는 이어 ‘우리’라는 말은 기쁠 때만이 아니라, 어려움을 함께 통과한 뒤 더욱 깊어지는 공동체 의식임을 상기시키며, 참석자 모두에게 감사를 전했다.

개회예배 현장은 한국에서 온 ‘들리오’ 퓨전국악찬양팀의 은혜로운 인도로 뜨거운 찬양의 물결이 이어졌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선율에 회중은 박수로 화답했고, 예배의 긴장감과 기쁨이 자연스레 고조됐다.
이훈경 목사는 개회기도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곳곳의 이념·정치적 갈등, 그리고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언급하며, “우리를 복음의 도구요 화해의 사신으로 사용해 달라”라고 간구했다. 이어 이 목사는 “교단의 아픔과 갈등을 넘어 다시 그리스도의 몸으로 모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라며, 흩어진 마음들이 위로와 치유를 통해 하나됨으로 나아가기를 기도했다.
오치용 목사의 지휘 아래 당일 모여 구성된 연합성가대는 웅장한 하모니의 특송을 선사했다. 무대와 회중의 경계가 사라지는 듯한 합창은 나뉘고 상처받은 자리마다 “다시 하나”로 부르시는 성령의 숨결을 떠올리게 했다.

말씀은 탄자니아에서 13년째 사역하는 김영선 선교사가 전했다. 김 목사는 시편 103편 2절을 본문으로 ‘돌아보니 은혜였습니다.’라는 제목의 설교를 전하며, 양화진 선교사 묘원에서 받았던 감동을 회상했다. “‘말씀 따라, 성령 따라’가 제 사역의 키워드”라고 고백하며 김 선교사는 “신앙은 다음 과제를 향해 달려만 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뒤돌아봄으로 이미 주어진 은혜와 하나님의 동행을 재확인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선교사는 조선 선교의 시작과 오늘의 한인 연합감리교회 사역을 연결 지으며, “아펜젤러 선교사의 순종과 초대 선교사들의 헌신이 오늘 우리를 이 자리에 서게 했다. 2024년의 격랑 속에서도 한인교회가 한국 선교 140주년을 기념하며 ‘140명의 선교사 후원’에 뜻을 모은 결단은 포기하지 않는 사명의 표지이다.”라고 말하며, “이 결단이 교회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김 선교사는 설교에서 교단이 겪은 최근의 격변을 솔직하게 언급하며, “상처는 여전히 치유 중이지만, 교회의 머리는 변함없이 그리스도이시며, 그분의 음성 ‘나를 따르라’를 듣고 한 걸음씩 전진하는 것 자체가 은혜의 증거”라고 전했다. 이어 역사 속 거대 제국은 사라졌으나 교회는 다시 싹을 틔우고 예배와 찬양으로 살아났다는 사실을 상기(喚起)시켰고, 회중은 긴 박수로 화답했다.

김 선교사는 팬데믹 시기와 말라리아·장티푸스·뎅기열 같은 질병의 위험 및 교통사고의 위협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 주신 하나님의 보호를 증언했다. 또 ‘보이지 않을 때도 일하시는’ 하나님을 노래하며, “내가 보지 못할지라도 하나님은 일하고 계십니다”라고 고백했다. 이 간증은 회중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어려움 속에서도 감사로 서는 신앙의 길을 보여주었다.
세계선교부(GBGM) 부총무 주디 정 목사는 영상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선교 현장의 최신 소식을 전했다. 그는 “후원은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라 기도와 동행의 약속”이라고 강조하며, 상수도와 위생 개선, 농업 선교(기술·장비·정비 교육 포함), 여성 직업훈련 등 삶을 변화시키는 구체적 사역들을 소개했다. 더불어 “여성 한 사람이 기술을 익히면 가정 전체의 생계와 교육이 회복된다.”라며, 선교가 ‘복음의 선포’와 ‘이웃 사랑의 구조’가 만나는 자리임을 역설했다.
본부선교사 최재형 목사는 “140명 선교사 후원은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확신을 주는 희망의 겨자씨”라고 말하며, “하나님은 누군가의 사랑과 헌신을 통해 선교하신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 말은 후원 교회와 선교지, 그리고 교단 전체가 하나의 몸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되새기게 했다.
김은하 본부선교사는 “41 교회와 8 개인이 140명 세계선교부 소속 선교사 후원을 약정했고, 현재까지 28 교회와 8 개인이 참여하였다. 약정하지 않았으나 참여한 교회들도 있어서 170여 명분의 후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까지 모아진 후원금은 $106,090.00이다.”라고 보고하며, 구체적인 참여 방법과 진행 절차를 안내했다. 팬데믹 이후 출석 감소와 재정적 어려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선교 포기 없음”을 선포한 한인 연합감리교회의 결단은 교단 전체가 함께 축하할 만한 일이자 동시에 다음 세대를 향한 소중한 신앙의 유산으로 평가된다.

총회는 새로이 안수받은 이들과 은퇴 목회자들을 축복하는 시간을 통해 세대 간 사역의 계승을 확인했다. 성만찬 예전은 정희수 감독, 도티 에스코베도-프랭크(Dottie Escobedo-Frank) 감독, 신띠아 무어-코이코이 감독이 공동으로 집례했으며, 새 안수자 3명이 분급위원으로 참여해 섬겼다. 같은 식탁을 나누는 성찬의 은총은, 상처와 분열의 기억을 넘어, 다시금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연합을 깊이 각인시켰다.
이번 한인총회 주제는 단순한 표어에 그치지 않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구체적인 실천을 촉구하는 제안으로 읽힌다.
돌아봄은 곧 은혜의 기억을 복원하는 일이다. 각 교회와 개인의 신앙 여정 속에서 발견되는 ‘하나님의 흔적’을 다시 되짚으며, 무뎌졌던 감사와 식어가던 소명을 새롭게 점화한다. 돌봄은 상처를 보듬는 사랑의 구조다. 분열과 갈등을 겪어온 공동체를 향해, 경청과 중보, 그리고 재정과 인적 자원의 나눔으로 서로를 세워가며, 깨어진 관계와 마음을 치유해 낸다.
하나 됨은 그리스도의 몸으로 귀속(歸屬)되는 정체성의 고백이다. 다양성과 차이를 장벽이 아니라 ‘은사’로 받아들이며, 성찬의 식탁에서 경험한 연합을 지역·연회·교단·세계 선교의 자리로 확장해 나간다.
이처럼 돌아봄·돌봄·하나됨의 세 가지 축은 이번 총회의 예배와 세션 및 교제를 두루 관통하며, 포스트-팬데믹과 교단 재편의 전환기를 살아가는 한인 연합감리교회가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설계할지에 대한 방향타를 제시한다.
한인 이민교회의 뿌리를 하와이의 초기 정착과 1903년 설립된 힐로의 감리교회에서 찾는 전통을 돌아볼 때, ‘받은 은혜를 흘려보내는’ 결단은 역사적 뿌리와도 맞닿아 있다. 아펜젤러 선교사로 대표되는 19세기 말 조선 선교의 유산은 오늘날 미주 한인 연합감리교회가 선교적 상상력을 구체적 실천으로 옮겨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쿠키 판매, 김치·불고기 바자, 세차 등을 통한 소박한 모금에서부터, 전문적 역량을 연계한 국제 협업에 이르기까지 방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은 한 방향을 가리킨다. 바로 복음이 이웃의 삶을 변화시키고, 교회가 세상의 상처를 덜어내는 일이다.
한인총회는 개회예배를 시작으로 말씀 나눔, 선교 브리핑, 현안 토의, 기도회와 교제의 순서가 이어졌다. 첫날의 정서는 분명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총회가 단순한 행사나 연례 모임을 넘어, ‘다시’의 영성을 삶 속에서 체화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라고 한목소리로 고백했다.
여기서 말하는 ‘다시’는 과거로의 단순한 회귀가 아니다. 돌아봄을 통해 이미 주어진 은혜를 확인하고, 돌봄으로 상처를 치유하며, 하나됨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신앙의 미래형 동사다.
무어-코이코이 감독의 말처럼, 이번 모임은 ‘과거의 이야기’와 ‘미래의 분별’이 교차하는 자리다. 또 김영선 선교사의 간증처럼, “보이지 않을 때도 일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한 걸음씩 동행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아울러 주디 정 목사의 보고가 보여주듯, 선교는 선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측정 가능한 변화로 드러나야 한다는 요청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개회 첫날, 성가대의 큰 울림과 회중의 ‘아멘’은 한목소리로 합쳐졌다. 그것은 상처도 은혜의 언어로 번역될 수 있고, 분열도 성찬의 식탁에서 치유의 징표가 될 수 있으며, 어려움 속에서도 교회가 다시 서도록 부름을 받았다는 고백이었다.
나흘의 여정을 마칠 때, 한인 연합감리교회가 품게 될 질문은 어쩌면 이 한 문장으로 수렴될지 모른다.
“우리는 다시, 그리스도의 몸으로 살고 있는가?”
돌아봄은 우리를 겸손하게 하고, 돌봄은 우리를 따뜻하게 하며, 하나 됨은 우리를 담대하게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길 위에서 하나님은 비록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일하고 계신다.
한인총회는 그런 믿음의 확신 위에 서 있다. 은혜를 기억하며, 서로를 보듬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교회—다시, 그리스도의 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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