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 글은 연합감리교회의 은퇴 목사이자 미동북부감리교원로목사회 부회장으로 섬기고 있는 전상의 목사가 연합감리교뉴스에 투고한 글이다. 이 글에 담긴 견해는 연합감리교뉴스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연합감리교뉴스는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린다.)
오늘 우리는 감리교 역사에서 가장 아프고 중대한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오랫동안 하나의 장정과 전통 안에서 함께 동행해온 연합감리교회(UMC)에서 글로벌감리교회(GMC)가 시대적·신학적 입장 차이로 분리되어 새로운 교단으로 출범하였다. 이 교단 분리는 단순한 행정적 분리가 아니다. 수많은 목회자와 성도의 눈물과 기도가 담긴 영적 사건이며, 교회를 사랑해 온 이들에게 이 분열은 몸이 찢기는 듯한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우리는 믿음 안에서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것이 끝인가? 하나님께서는 감리교회를 여기서 멈추게 하시려고 이 길을 허락하신 것인가?
은퇴 목사인 필자와 원로 목회자들의 영적 통찰은 오히려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오늘의 분열은 종착점이 아니라, 더 크고 깊은 연합을 위한 역사적 과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상처와 갈등이 쉽게 치유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많은 교회와 목회자, 성도들이 실제적인 아픔과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하나님께서 언젠가 우리를 다시 하나로 묶으셔서 더욱 성숙하고 보편적인 공동체, 곧 “우주감리교회”로 나아가게 하실 것이라는 믿음의 소망을 품는다.
성경은 분열 이후의 회복을 끊임없이 증언한다. 에스겔 골짜기의 마른 뼈들이 하나님의 생기로 다시 살아나 큰 군대가 되었듯이, 흩어진 이스라엘이 다시 하나님의 백성으로 회복되었고, 오순절 다락방에서 언어와 민족이 다른 사람들이 성령 안에서 하나 되었듯이, 교회의 역사는 언제나 성령께서 흩어진 것을 다시 모으시는 역사였다. 그러므로 감리교회의 분리 또한 하나님의 최종 뜻이라기보다, 성령께서 더 깊은 정결함과 성숙을 이루어 가시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존 웨슬리의 신학 역시 이러한 연합의 영성을 깊이 담고 있다. 웨슬리는 교회를 단순한 제도적 조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교회를 “성령 안에서 거룩함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은혜의 공동체”로 이해하였다. 그의 중심 관심은 언제나 구원의 체험, 성화의 삶, 그리고 사랑으로 실천하는 믿음이었다. 웨슬리에게 참된 교회는 동일한 의견의 집합체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서로를 인내하며 함께 거룩함을 이루어 가는 공동체였다.
그렇기에 오늘 우리가 경험하는 신학적 긴장과 문화적 갈등이 감리교회의 본질 자체를 무너뜨릴 수는 없다. 감리교 신앙의 본질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강조점과 해석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성령의 역사, 회개와 중생, 성화와 선교라는 감리교 신앙의 핵심은 여전히 동일하다. 궁극적으로 하나님께서는 이 공통의 복음적 토대 위에서 다시 새로운 연합과 협력의 길을 여실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우주감리교회”는 단순히 두 교단이 행정적으로 재통합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보편성과 우주성을 품는 교회를 뜻한다. 곧 인종과 국가, 세대와 문화, 신학적 차이를 초월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됨을 추구하는 공동체이다. 에베소서 1장에서 사도 바울은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라고 선포하였다. 교회의 궁극적 방향은 분리가 아니라 통일이며, 배제가 아니라 화해이다.
목회 현장에서 긴 세월을 보낸 원로 목회자들은 인간의 주장과 제도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잘 안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의 교회가 얼마나 놀라운 회복력을 가졌는지도 경험해 왔다. 교회는 수없이 흔들렸으나 무너지지 않았다. 갈등은 있었으나 성령은 교회를 버리지 않으셨다. 오히려 고난의 시간을 통하여 교회는 더욱 깊어졌고, 눈물의 세월 속에서 더 거룩한 순종을 배워왔다.
오늘의 젊은 세대는 과거의 교권적 구조나 이념적 논쟁보다 진정한 영성과 살아 있는 사랑을 갈망한다. 그들은 누가 더 옳은가를 묻기보다, 누가 더 예수님을 닮았는가를 보고자 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 앞에서 UMC와 GMC는 서로를 경쟁과 배제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동역자로 바라보아야 한다.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상처 입은 세상을 치유하며, 복음을 전하고, 다음 세대를 세우는 사명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한 몸이다.
연합감리교뉴스에서 제공하는 주간 e-뉴스레터인 <두루알리미>를 받아보시려면, 지금 신청하세요.
특별히 세계 선교의 관점에서 볼 때, 미래의 감리교회는 더욱 국제적이며 다문화적인 공동체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의 교회들이 새로운 영적 중심으로 떠오르는 시대에, 감리교회 역시 서구 중심적 틀을 넘어 세계 교회적 연대를 더 강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주감리교회"라는 비전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세계 교회적 연대와 영적 일치를 향한 시대적 흐름이자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이해될 수 있다.
우리는 분열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하나님의 역사는 언제나 연합을 향해 움직여 왔다. 십자가는 인간의 증오가 만든 처형의 도구였으나,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화해와 구원의 상징으로 바꾸셨다. 그렇다면 오늘의 교단 분리 또한 하나님의 손안에서는 더 큰 연합과 더 성숙한 교회를 위한 씨앗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서로를 향한 비난과 두려움을 내려놓아야 한다. 상대를 정죄하기보다 함께 울고,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성령 안에서 다시 대화해야 한다. 교회의 미래는 승패에 달려 있지 않고, 사랑 안에서 진리를 지켜가는 믿음에 달려 있다.
원로 목회자들은 긴 목회의 여정 끝에서 오히려 더 분명한 소망을 본다. 인간은 갈라놓지만, 성령은 다시 묶으신다. 시대는 분열시키지만, 하나님은 화해하게 하신다. 오늘의 UMC와 GMC 역시 언젠가는 더 높은 차원의 연합과 협력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조직의 통합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향한 우주적 비전 속에서 이루어질 더 깊은 영적 연합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기도해야 한다.
“주여, 상처 입은 감리교회를 긍휼히 여기소서.
우리의 교만을 내려놓게 하시고,
십자가 아래에서 다시 하나 되게 하소서.
감리교회의 경계를 넘어 우주적 교회로,
분열을 넘어 화해의 공동체로 인도하소서.
성령 안에서 다시 만나게 하소서.”
(전상의 목사는 동오하이오(East Ohio Conference) 연회에서 맨스필드 한인연합감리교회를 포함한 여러 교회에서 13년간 목회했고, 이후 연합감리교제자사역부서 32년 동안 사역하다가 2003년 6월 제자사역부 소수민족교회선교국 부총무로 은퇴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인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email protected]또는 전화 615-742-54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