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감리교회 은퇴 목사이자 미 의사진행전문가협회(NAP) 회원이신 김찬희 박사가 번역한 『로버트의 의사규칙 제12판에 따른 회의진행 길잡이』(이하 <길잡이>)가 출간되었다.
1876년 헨리 마틴 로버트 당시 소령(후에 준장이 됨)이 『로버트의 의사규칙』 초판을 출판한 지 144년 만인 2020년에 새롭게 개정 출간된 『새 개정 로버트의 의사규칙(Robert’s Rules of Order Newly Revised, RONR)』 제12판은 총 633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다.
이번에 김찬희 박사가 번역한 <길잡이>는 총 240페이지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회의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제12판을 요약 정리해 놓은 것이다. 김 박사는 이미 2009년에 『회의진행법 입문: 개정 로버트의 의사규칙 개요』라는 제목으로 초판을 번역하여 대한기독교서회를 통해 출판한 바 있으며, 이번에 로버트의 의사규칙 제12판에 따른 회의진행 길잡이를 새로이 번역 출판한 것이다.

이 책은 '로버트의 의사규칙'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는 유일한 표준 참고서이자, 1970년 전면 개정 이후 여섯 번째 개정판으로, 복잡한 사회 속 민주적 의결 과정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로버트의 규칙’이라고도 불리는 『로버트의 의사규칙』은 1876년 미 육군 소령으로 복무 중이던 헨리 마틴 로버트(Henry Martyn Robert, 1837-1923)가 만든 회의 절차 표준 매뉴얼이다. 로버트는 여러 조직에서 활동하면서 사람들이 회의진행 규칙에 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조직의 논의와 업무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효율적인 회의를 위해 조직체에서 표준으로 삼을 규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책으로 펴냈다. 이후 규칙을 개정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제도를 통해 계속해서 유지 및 개정 작업이 이루어져 현재 제12판까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오늘날 회의진행 규칙의 ‘황금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권위 있는 회의진행 규칙서이다.
<길잡이>는 기본적인 회의진행 규칙을 빠르고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일반 독자는 30분 이내에 기본적인 틀을 파악하고, 90분가량 더 읽으면 모든 기본 사항을 터득할 수 있다. 그런 한편 <길잡이>는 본서의 입문서이자 보충 자료이다.
오늘날의 일반 의사진행법을 더욱더 체계화하고,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여 진화한 제12판은 이전 판의 규칙들을 더욱 명확하게 수정하고 확장했다. 근본적으로 수정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기한부 연기(제14절): 규칙 발언 및 항소와의 연관성을 명확히 하고, 불필요하게 반복된 규칙을 정리하며, 연기된 동의에 부착된 동의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토론 및 투표 방법을 명확히 했다.
- 토론 제한 또는 연장(제15절): 이 동의의 다양한 형태를 채택했을 때 보조 동의에 미치는 결과를 명백히 했으며, 단순히 토론을 중지시키는 것과 동시에 언제 투표해야 할 것인지를 구별한 조항을 제거했다.
- 보류(유안, 제17절): 이에 관한 규칙을 더 합리적이고 질서 있게 재정리했다.
- 규칙 발언(제23절): 계속되는 규칙 위반을 바로잡을 수 있는 규칙을 명백히 하도록 확장했다.
- 보류 철회(제34절): 보류된 동의를 철회하는 일에 관한 시간제한과 철회된 동의의 위치에 대한 규칙을 명확히 했다.
- 표결 재심 동의(제37절): 이 항의 첫 부분에 표결을 재심하는 것과 관련된 규칙을 요약하여 삽입했으며, 이 절의 규칙을 근본적으로 재정리했다.
- 빈칸 삽입과 관련된 규칙(12:92-113): 이에 관한 동의를 제출하고, 토론하고, 투표하는 방법에 대해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 부회장의 직책(47:23-31): 책 전체에 분산되어 있던 관련 규칙을 한곳에 모아 명확히 했다.
- 회의록(제48절): 승인하는 다양한 절차를 더 명백히 했으며, 특정 회의나 정기 모임을 위해 본서가 제시하는 것과 다른 정보를 단체가 어떻게 포함할 수 있는지, 가부 양쪽의 투표수를 기록해야 할 경우, 단체가 지정한 위원회의 보고를 서기가 회의록에 첨가할 것, 이전에 승인한 회의록을 수정하여 기록하는 방법 등을 명기했다.
- 전자 투표: 전자 투표(예: 자판을 이용한 투표 방식)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무기명 투표 규정을 충족함을 인정했다(45:42).
- 전자 회의: 전자 회의를 위한 규칙의 본보기를 '부칙'으로 포함하는 등 다수의 수정이 이루어졌다.
이 외에도 정기 모임의 '소집 통보' 규칙(9:2-4) 재정비, 비공개 회의 비밀 유지 의무 및 미준수 시 결과 명확화(9:26-27) 등 다양한 세부 사항이 업데이트되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의사진행법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새 개정 로버트의 의사규칙』은 영국의 의회에서 기원했으며, 많은 선례를 통해 발전하여 오늘날 미국 입법 기구들의 기본적인 모체가 되었다. 고대 아테네의 투표 방식부터 앵글로색슨 부족의 '부락민회(Village-moot)', 그리고 13세기부터 14세기 초에 걸쳐 지금의 '의회(Parliament)'로 변천한 '대공의회(Great Council)'에 이르기까지, 의사진행법은 공동체의 의사를 모으는 과정에서 꾸준히 진화해 왔다. 특히 1258년 에드워드 1세 때부터 평민 대표들(Commons)이 의회에 참여하게 되었고, 1340년 직후 귀족원(House of Lords)과 평민원(House of Commons)으로 분리된 것은 중요한 변곡점이다.
미국 대륙에 식민지가 건설되면서 영국 의회의 규칙과 관례가 이식되었고, 각 식민지는 문서화된 문건에 따라 자치 정부를 운영하며 미국 특유의 의사진행법 발달 단계를 거쳤다. 특히 토머스 제퍼슨은 의사진행법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1801년 『의사진행 매뉴얼(Manual of Parliamentary Practice)』을 편찬했다. 이 책은 미국 내 입법 기구들을 위한 의사진행과 관련한 통일된 기본적인 규칙 틀을 마련했지만, 일반 단체들의 복잡한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 육군 공병 장교였던 헨리 마틴 로버트(Henry Martyn Robert)는 이런 혼란을 묵과할 수 없었다. 1863년 14시간이나 지속된 회의에서 사회를 어떻게 주재해야 할지 몰랐던 경험은 그에게 "의사진행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기 전에는 다시는 모임에 참석하지 않으리라"라는 결심을 하게 했다. 그는 기존 의사진행법을 연구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여러 단체 활동을 하며 '무엇이 의사진행법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상충하는 의견과 혼란 속에서 자신의 연구를 진행했다.
로버트는 의견 상충과 논의의 혼란을 해결하려면 “원칙적으로는 의회의 규칙과 그 방식에 근거하되, 세칙에 들어가서는 일반 단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각색한” 새로운 종류의 의사진행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그는 1874년 겨울, 원고를 완성한 후 사비를 들여 4,000부를 인쇄했고, 1876년 2월 19일, 『의결집단을 위한 의사규칙 포켓 매뉴얼』이 『로버트의 의사규칙』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은 즉각적인 환영을 받으며 4개월 만에 매진되었고, 이후 다양한 층위의 사용자들이 건넨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여러 차례 개정판이 나왔다.
로버트 장군이 1923년 사망한 후에도 그의 아들 헨리 로버트 2세와 며느리 사라 코빈 로버트가 신탁 관리권을 이어받아 개정 작업을 계속했다. 1970년 2월 19일, 『새 개정 로버트의 의사규칙』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된 이 책은 이전 여섯 개 판본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며, 독자들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읽기 쉬운 새로운 참고서로 개발되었다. 이후에도 저작권 관련 업무를 돕기 위해 원 저자의 증손자인 존 로버트 레드그레이브가 합류하는 등 꾸준한 노력이 이어졌다.
로버트는 미국 하원의 절차를 기반으로 규칙을 만들어 미국의 통상 의사진행법을 완성했으며, 그의 책이 투명한 토론을 통한 다수의 의결이 집단의 의사를 더 명확히 하고, 의사진행 규칙 적용의 혼란을 해결하고, 각 회의의 민주적 의결 절차 규정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이 책을 번역한 김찬희 박사 또한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민주적 의결 과정"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강조하며,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국민 각자가 결정권을 가지고 그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우리나라는 이제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참된 민주주의 시대에 들어서서 진정한 민주적 의결 과정이 이 땅에 뿌리를 박아야 할 때가 되었으며, 모든 종류의 의결 집단이 좀 더 질서정연한 의결 과정을 통하여 자신들의 중요한 정책과 업무와 사업을 결정해 나가는 데에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며 이바지할 수 있기를 본 역자는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라고 이 책을 번역 출간하게 된 동기를 전했다.
이 책의 역자인 김찬희 박사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연합감리교회의 정회원 목사이자 미 의사진행전문가협회(NAP) 회원이다. 그는 연세대 철학과(문학사)를 졸업하였으며, 공군대학 학술 교관(공군 중위 예편)으로 복무한 후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유학하였으며, 미국 밴더빌트 대학교에서 신학사(BD)와 Ph.D. 학위를 취득했고, 연세대에서 교양학부 조교수(종교주임)로 잠시 봉직하였으며, 미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에서 23년 동안 교수로 재임한 후 은퇴하였다.
이 책은 교보문고와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아울러 김찬희 박사는 『로버트의 의사규칙 제12판에 따른 회의진행 길잡이』 출간에 이어 약 9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제12판 새 개정 로버트의 의사규칙(Robert’s Rules of Order Newly Revised)』 풀버전 원고를 대한기독교서회에 보냈고, 9월쯤 출판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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