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 이야기

며칠 전부터 한국에서 오는 카톡에 노란 바탕에 검은 나비넥타이 같은 문양이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미국에서 오는 카톡에도 같은 것이 뜨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뭔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서 노란 바탕이 노란 리본으로 바뀌고 나비넥타이는 나비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노란 리본은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의 마음을 담고 급속도로 퍼져갔습니다. 다양한 모양의 리본이 나오고 검은 나비도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 세 마리를 더해가더니 아예 나비 떼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담는 메시지도 다양해졌습니다. 한 줄의 구호가 편지가 되고 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우리 한국 사람들의 재빠른 적응력과 전달력 그리고 동화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란 리본을 달면서 세월호의 아이들과 가족들에 대한 아픔을 기억한다는 것은 참으로 귀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에 염려스런 면이 있습니다. 처음에 노란 리본을 단 사람은 아마 실종된 아이들이 모두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리본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비가 주술적인 의미가 있다느니, 종교 혼합주의를 퍼트리는 사탄의 역사라느니, 노란색은 지난 노무현 정부가 사용하던 색깔이라느니 하면서 사람들의 순수한 동기를 왜곡시키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금 미국 사람들은 세월호 사건 때문에 노란 리본을 달지 않았지만, 미국 분들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노란 리본을 단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동참했습니다. 그것은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입니다. 이라크에서 데저트스톰 작전이 펼쳐지면서 많은 군인이 하와이에서 이라크로 갔습니다. 동네마다 교회마다 남편과 아내, 아들과 딸들을 전쟁터로 보낸 가정이 많았습니다. 그때 우리는 한마음으로 가족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노란 리본에 담아 가슴에 달고 자동차에 붙였습니다. 교회 제단에 기도와 함께 올렸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노란 리본의 유래가 오랩니다. 19세기에 어떤 여인들이 미 기병대로 전쟁에 나간 남편들을 기다리며 머리에 노란 리본을 단 것에서 비롯됩니다. 이것은 대중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며 "She Wore a Yellow Ribbon"이란 노래가 되고 존 웨인이 불러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노란 리본은 대중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노란 리본은 사랑하는 사람이 군대에서든 감옥에서든 속히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1971년, 뉴욕포스트의 Pete Hamill 이란 칼럼니스트가 “Going Home" 이란 제목으로 감옥에서 출소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실으면서 큰 감동을 일으켰습니다. 감옥에서 나온 이 청년은 부끄러워 집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를 환영한다면 집 앞에 있는 늙은 느티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 주세요."라고 편지를 썼습니다.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긴장된 마음으로 집 가까이 가면서 창 밖을 내다 보던 청년이 깜짝 놀랐습니다. 늙은 느티나무 전체가 노란 리본으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이 노래는 "Tie a Yellow Ribbon 'round ole oak tree"라는 노래가 되어 가족 사랑을 담은 노래로 사람들에게 널리 불리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사는 우리가 노란 리본을 마음에 품었다면 그것은 세월호의 희생된 아이들과 가족들이 내 가족 같은 아픔을 마음에 품었기 때문이지 불순한 정치적 선동이나 주술적이나 신비주의적 의미가 아닙니다. 그런 방향으로 의미를 해석하고 왜곡시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원하면 나비 빼고 단순한 노란 리본을 달면 됩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가 됩니다.

그런데 이제 구조작업이 모두 끝나면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간 아이들과 가족들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서 노란 리본이 아니라 검은 리본을 달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와 여러분의 작은 정성의 기도가 아픔을 당한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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