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감리교회 총회에서 배우는 것들

김정호 목사가 설교 중 십자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김정호 목사.김정호 목사, 사진 제공, 김정호 목사.

요즘 저는 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목사로서 해야할 역할은 아직 성실히 수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 삶에 대해 더 나은 방향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비록 40-50대에 비하면, 차고 나가는 힘은 없지만, 쓸데없는 것들로 시간을 낭비하거나 에너지를 소모하지도 않습니다. 또 내 약점과 장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남들에게 인정받으려 애쓰지 않고, 나 스스로 자족함을 가지고 나름대로 재미있게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지난 화요일부터 다음 주 토요일까지 연합감리교회 2020 총회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저는 막힌 공간에 오래 앉아서 하는 회의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본의 아니게 ‘1번 예비 대의원’이 되어, 발언권도 없으면서 총회 본회의장에 하루 종일 앉아 있게 되었습니다. 예비 대의원은 대의원 누구라도 일이 생겨서 참석이 어려워지면, 그 자리를 채워야 합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한 862명 대의원 중 한인은 6명입니다. 그중 3명은 여성 목사이고, 다른 3명은 평신도입니다. 남성 목사로서는 저와 미네소타 연회 감리사인 임우재 목사가 ‘1번’ 예비 대의원으로, 남성 목사 대의원은 없습니다.

김정호 목삭가 연합감리교회 2020 총회에서 ‘교회와 사회 분과위원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총회 결의안을 리뷰하고 있는 직원들과 함께했다. 사진 출처, 김정호 목사 페이스북.김정호 목사가 연합감리교회 2020 총회에서 ‘교회와 사회 분과위원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총회 결의안을 리뷰하고 있는 직원들과 함께했다. 사진 출처, 김정호 목사 페이스북.

버지니아 연회의 대의원으로 참가한 그레이스 한 목사는 제가 젊은 시절 보았던 선배 목사님의 딸이고, 뉴잉글랜드 연회의 대의원인 아멘다 보넷-김은 시카고에서 저와 함께 전도사로 사역했던 김자경(Sandra Bonnet-Kim) 목사의 딸로, 김 목사가 어렸을 때, 제가 유아세례를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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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지금까지 제가 중심이 되는 곳에서 편안하게 활동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 참석하면서 보니, 저와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이 나설 곳도, 때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여러 면에서 총회에 참석하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할 뿐 아니라, 이 교단이 내가 익숙한 곳이 아니라는 느낌마저 들지만, 그럼에도 주어진 애매한 책임과 불편한 공간 및 시간을 저는 나름대로 배움의 기회로 여기고 있습니다. 또 그 안에서 느끼는 자유함으로 인해 기분이 좋습니다.

예수님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눅 5:3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내가 유아세례를 준 젊은 청년이 발언을 당당하게 하고, 저는 뒷전에 앉아 있는 이 현실이 그저 감사하기만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또 그들이 주인이 될 미래의 교회를 위해 저 같은 연배의 사람들은 성령 받아 어떤 꿈을 꾸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 총회 안건에 대해 의견을 묻기에, 저는 무엇이 결정되든 이제는 우리의 본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삶을 살아가며 깨달은 것은, 될 것은 되고, 안될 것은 안 되는 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면, 사람이 막아도 이루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열어도 하나님이 닫으신다는 점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필리핀 등지의 현실에 따를 수 있도록 교단 운영을 지역화하자는 지역화(Regionalization) 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지역화 안을 추진한 측은 미국 중심의 ‘식신민주의적’인 요소를 없애는 것이라고 했고, 반대 측은 이제부터 아프리카나 보수진영의 영향 받지 않고, 미국 진보 진영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둘 다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통과되었으니 실행될 것이고, 기차가 떠난 다음에 손 흔들 필요는 없습니다.

지난 목요일 저녁, 대의원들은 에두아드 허가이(Eduard Khegay) 감독이 이끄는 유라시아 4개 연회의 교단 탈퇴를 허용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투표가 있기 전날 허가이 감독은 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며, 어쩌면 연합감리교회의 감독으로서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식사가 될 것 같아서 자신이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동안은 항상 제가 식사를 대접했었는데, 그의 배려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 연회가 아무래도 미국 중심의 교단과 오래 지속적으로 연결되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 마음 아프지만, 힘들어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을 테니, 이번 결정은 잘 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호 목사가 유라시아 연회의 에두아드 허가이 감독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김정호 목사 페이스북.김정호 목사가 유라시아 연회의 에두아드 허가이 감독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김정호 목사 페이스북.

다가오는 주간(4/29-5/3)에는 현 장정과 사회생활원칙의 ‘언어’를 바꾸자는 안건이 결정될 것입니다. 현재 장정은 결혼을 하는 주체를 한 남자와 한 여자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것을 그냥 ‘두 사람’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미국은 연방법으로 이미 이 사안을 승인했습니다. 따라서 아마도 이 안건이 이번 총회에서 부결되면, 다음 총회에 또 제안될 것입니다.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이미 7,000여 교회가 교단에서 나갔습니다. 한인교회도 40여 교회가 글로벌감리교회로 옮겨갔고, 아직도 나가야 하는 교회들이 있으면 잘 나가게 하면 좋겠지만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보니 자신의 존재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신의 이익을 지켜내려는 사람들은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수자들은 투쟁으로 인권을 얻고, 기득권자들은 이익을 얻어가지만, 역사의 흐름에 무관심한 방관자들이나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판단하지 못하고 쉽게 선동당하는 우매한 군중들은 권력을 가진 세력에 의해 끌려갈 뿐입니다.  

보청기를 착용하면서 좋은 점 하나는 말을 급하게 하지 않고, 남의 말을 경청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헛소리를 해서 망신당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말을 줄이다 보니, 신기하게도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는데, 그중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가장 잘 보입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하면서 저는 우리 한인 교회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비전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민주주의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연합감리교회는 본 게임에는 참여하지 않고, 장외에서 우리끼리 잘한다고 자기만족에 빠져있었습니다. 특히, ‘코리언 특별주의(Korean Exceptionalism)’라는 착각에 빠져, ‘모델 마이노리티”라고 착각하면서, 작은 이익을 얻어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우둔함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말을 잘 들으면 먹을 것을 주고, 안 들으면 국물도 없이 무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았고, 책임 있는 존재로 참여하지 않으면 비루한 집단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을 생각합니다.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날이 길었지만, 요셉은 사람들이 못되게 하는 짓에 인생을 맡기지 않았고, 하나님이 보여주신 꿈을 꾸며 살았습니다. 우리 한인교회는 연합감리교회라는 제국에 빌붙어 있는 식민지 백성으로 존재하지 말아야 합니다. 연합감리교회는 내가 주인의식과 책임 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만들어 가야 할 현재이고 미래이지, 불평과 불만으로 채울 곳이 아닙니다.

바다에 나가보면 젊은이들은 파도가 강하고 높은 곳에서 파도를 타고, 늙은이들은 의자에 앉아서 쉬더군요. 그런데 성경은 성령이 임하면 늙은이가 꿈을 꾸며, 젊은이들이 비전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열어준다고 말씀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성경 말씀이 참 좋습니다.  

"그 후에 내가 성령을 모든 사람에게 부어 주겠다. 너희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며 너희 노인들은 꿈을 꾸고 너희 청년들은 환상을 볼 것이다." 요엘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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