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낮은 자리에

T.S 엘리어트(Eliot)의 대표적인 시집 “황무지”에 보면, “쿠마에의 무녀”(Cumaean Sibyl)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이탈리아 나폴리 근처의 “쿠마에”에서 무녀로 살았습니다. 태양과 예언의 신이었던 아폴론의 신전에서 탁월한 지혜와 신통력으로 사람들의 운명과 미래를 예견했는데 머지않아 그녀는 그리스 최고의 무녀로 등극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명성 덕분에 아폴론 신전은 나날이 발전하고 성장하게 됩니다. 어느 날, 이 뛰어난 무녀의 재능에 감동한 아폴론 신이 나타나 그녀의 소원 한 가지를 무조건 들어 주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야심에 가득 찬 무녀는 아폴론에게 한 줌의 모래를 손에 가득 쥐고 와서 “자신의 손 안에 있는 모래 만큼 생일을 맞이하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최고의 자리에서 영원토록 권세를 누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손 안에 있는 모래알 만큼 오랜 세월을 사는 것만 신경을 쓰다가, 정작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젊음을 계속 유지하면서 오래 살게 해 달라”는 조건을 말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결국 그녀는 수많은 모래 알처럼 천년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계속 작아지고 작아져서 나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남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쿠마에의 무녀가 새장 안의 새처럼 쪼그라들어서 사람인지도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동네 개구장이들이 그녀를 항아리 속에 가둬 두고 희롱하며 가지고 놀았습니다. 아이들이 항아리 주변에 둘러 앉아 낄낄거리며 작은 벌레같이 우그러진 무녀에게 물었습니다. “무녀야, 무녀야 넌 뭘 원하니?” 무녀가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죽고 싶어!”
요즘 한국에서 쿠마에의 무녀 만큼 죽고 싶은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일 것입니다. “역사를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적이 된다”라든지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의 기운이 도와준다”
또는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 같은 무속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해서 마치 무녀 같은 묘한 느낌을 주더니, 결국 그저께 대통령 자리에서 탄핵 당하는 비극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추문은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300명의 생명이 검은 물 속에 수장 당할 때 그녀는 청와대 안가에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선침을 맞고, 태반, 백옥, 감초주사 같은 미용 주사를 맞았다는 비난입니다. 비아그라, 피로 회복제, 항노화제 같은 젊음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약제들이 청와대 안에 대량 구매되었다는 사실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오래도록 권좌에 앉고 싶은 것은 박대통령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한결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어떻게 대통령이 그럴 수가 있냐?”고 두 주먹을 움켜쥐고 부르르 떠는 사람들도 결국 그 자리에 올라가면 별로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수 많은 전직 대통령을 통해 사람은 다 똑같다는 사실을 경험론적으로 체득했습니다. 새로운 다크 호스 정치인들이 그 자리에 올라가면 후천개벽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 같지만, 결국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그 사람도 마찬가지로 영원한 힘을 갈망하는 또 다른 무녀가 되고 말 것입니다. 마치 주술에 걸린 것처럼,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종국에는 그 자리에 생명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성탄절의 최고 의미와 가치는 “자리 이동” 입니다. 높은 자리에서 낮은 자리로, 화려한 하늘 보좌에서 초라한 땅의 역사 속으로, 그리고 하나님의 자리에서 인간의 자리로 내려 앉는 자기 비움입니다. 생명을 독식하는 높은 자리에서 생명을 나누는 낮은 자리로 하나님이 화육하신 사건입니다. 진정한 생명은 상석에서 혼자 누리는 것이 아니라, 말석에서 함께 나누는 것임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천하디 천한 마구간에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하나님을 보면서 우리는 성탄의 생명이 낮은 자리에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글쓴이: 김세환 목사, 아틀란타한인교회, GA
올린날: 2016년 12월 12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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