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영혼 구원과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교회들을 소개하는 <이 교회를 소개합니다> 시리즈의 일환으로, 연합감리교뉴스는 한국의 독특한 선교 기관인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이하 <고난함께>)의 사무총장 전남병 목사와 나눈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 글은 그 시리즈의 두 번째로, 인터뷰는 2025년 7월 8일, 서울에 있는 <고난함께> 사무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연합감리교뉴스(이하 연):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목사님은 언제 안수받으셨나요?

전남병 목사(이하 전): 2013년에 안수받았습니다.
연: 93학번으로 알고 있는데, 공부를 꽤 오랫동안 하셨군요.(웃음)
전: 17년간 학부 과정을 밟고, 2년간 대학원 과정을 마쳐 총 19년을 다녔습니다.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연: 전 목사님의 신앙 여정을 듣고 싶습니다.
전: 2010년 서리전도사로 담임 목회를 시작했고, 2013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4년, 제 신앙 여정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된 세월호 참사를 맞이했습니다. 오랜 방황 끝에 목회를 시작하면서 저는 교회를 빨리 부흥시키고 성장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었는데,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제가 가졌던 신앙이 사회적 고통과 아픔에 무관심한 신앙이라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 교회가 세상과 이렇게 분리 단절되어 있다면 어떤 존재의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의제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었죠.
예수님께서 우리 시대의 가난한 사람, 굶주린 사람, 목마른 사람, 옥에 갇힌 사람, 병든 사람의 모습으로 오신다고 했는데, 그런 분들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니 대부분 길에 있더군요. 2014년, 예수님이 그런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오신다면 어디로 오실까를 생각해 보았더니, 해고된 노동자들,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 집에서 쫓겨나 길거리로 나앉은 사람들, 감옥에 갇힌 사람들, 바로 그런 사람의 모습으로 오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예수님을 한번 만나러 가보자는 마음으로 길 위에서 드리는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고난함께>와는 별개로 참석했지만, 자연스럽게 거리 기도회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한 분 한 분 만나게 되면서 제 생각의 지평이 넓어졌습니다. 정확히 어느 순간 <고난함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지금 돌아보면 2014년 무렵부터 함께하게 된 것 같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그때는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시기였는데, 그렇게 길 위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목회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교회도 조금씩 부흥하여 소위 말하는 자립 교회가 되었고, 지금은 매달 약 20곳 정도를 돕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연: <고난함께> 사무총장으로 섬긴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전: 2020년부터니까 현재 만 5년이 되었네요.
연: <고난함께> 사역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거나 기뻤던 적은 언제입니까?
전: <고난함께>는 몇 가지 분명한 활동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무자들에게도 계속 강조하는 것이 저희 사역은 '연대'라는 점입니다. 연대 활동하던 곳이 끝나면 새 연대할 곳을 찾는데, 그 첫 번째 원칙은 가장 열악한 현장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문제처럼 사람도 몇 명 안 되고, 언론의 관심도 받지 못하며, 해결이 난망한 현장으로요. 두 번째 원칙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연대한다는 것입니다. 일회성 참여가 아니라, 매주 혹은 매월 정기적으로 활동을 이어갑니다. 세 번째 원칙은 문제가 해결되면 우리는 조용히 물러난다는 것입니다.
가장 보람된 순간은 그렇게 해결 가능성이 없어 보이던 순간이 해결될 때입니다. <고난함께>가 모든 것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함께 연대했던 재능교육 학습지 노동자들이 3천 일 넘는 싸움 끝에 결국 승리했습니다. 삼표시멘트(구 동양시멘트) 노동자들도 5명 정도 남은 시점에 연대했는데, 그분들도 결국 이겨서 회사로 돌아갔고, 파인텍은 두 분이 500일, 1년 넘게 70m 고공에서 농성했던 분들인데, 그분들도 결국 이겨서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이 현장들은 저희가 매주 기도회를 열었던 곳인데, <고난함께>만 한 것이 아니라 여러 단체가 함께했습니다.
또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도 천막 농성을 998일이나 이어갔지만, 마침내 재작년에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현재 세종호텔 노동자 한 분이 고공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곳은 세상의 논리로는 더는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이미 법원 판결도 끝났기에 기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기도가 반드시 길을 낼 것이라 믿습니다.
아주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고생했던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때가 가장 보람차고 감명 깊었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연: 아까 말씀하신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시죠.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전: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3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철광석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중 남대서양 공해상ㅡ육지에서 1,500km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배에 문제가 있다는 연락이 온 지 불과 5분 만에 침몰했습니다. 한국인 선원과 필리핀 선원 포함 24명 중 22명이 실종되었고,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된 사건입니다. 이제는 실종자라고 부르지 않고, 끝내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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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함께>는 부당해고 노동자를 위한 기도회, 양심수 편지 결연, 만남의집 후원 및 방문 등 평화, 통일, 인권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연대활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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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는 이미 노후화해 폐선되어야 했는데, 원래 목적과 다르게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되면서, 중국 조선소에서 수리 후 철광석 운반선으로 용도가 바뀐 것입니다. 운반선으로 변경되기 전 안전 검사에서도 "이것은 위험하다, 운항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하는 경고가 있었고, 심지어 스텔라데이지호와 비슷한 배가 6척에서 8척(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습니다.)이 비슷한 시기에 똑같이 보수 작업을 거쳤지만, 다른 배의 선장은 "이 상태로는 항해할 수 없다."라며 항해를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배가 침몰했을 때, 한국 법원이나 해양 안전 기구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오랫동안 가족들이 싸우고 또 싸운 끝에, 최근 들어 두 가지 중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하나는 법원에서 선사의 책임을 묻는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고, 다른 하나는 해양 사고 발생 시 의무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는 해양안전심판 절차에서 2024년, 부산지방해양안전심판원이 “이 사고는 선사의 책임이 있다.”라고 판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선사 측은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현재 사건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으로 이관되어 심판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법정에서는 부산지방법원 1심에서 선사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여 선사 대표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습니다. 지금은 고등법원에서 2심, 즉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부산해양안전심판원에서 선사의 명백한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는 단 한 차례도 심해 수색을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그 현실 앞에서 가족들은 직접 자신들의 처지를 알리는 문서를 만들어 거의 모든 국회의원을 찾아다니며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민단체들이 결집하기 시작했고, 결국 국회에서 청문회와 공청회가 열리면서 정부도 압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마침내 심해 수색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1차 심해 수색조차 국내 기술로는 수행할 수 없어, 미국 회사를 통해 용역을 주어 진행해야 했습니다. 심해 3,000m라 수압이 너무 높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수색 결과 조타실은 당시의 부유물까지 그대로였습니다. 필리핀 생존 선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다른 선원들도 모두 이 조타실에 모여 있었다고 했기에 그 안에 유해도 다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계약 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인양하지 못했습니다. 인양 기술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국가의 의지와 책임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금 유가족들은 2차 심해 수색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심해 수색용 로봇을 다시 투입해, 선원들의 유해ㅡ손가락 뼈 하나라도 수습하고, 저장 장치를 확보하여 왜 침몰했는지 알고 싶다는 것입니다. 가족들은 "왜 멀쩡하다고 주장했던 배가 5분 만에 침몰해서 내 아들이 젊은 나이에 거기서 죽어야 했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그 물음에 아직 국가는 제대로 답하지 않았고, 그래서 유가족들은 포기하지 않고 외치며 싸우고 있습니다. <고난함께>는 그 길에서 유가족들과 끝까지 함께할 작정입니다.
연: 속히 유가족들의 바람이 이뤄지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다른 질문을 하겠습니다. <고난함께> 사역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입니까?
전: 세 가지 정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이 길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당사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난받는 사람들은 계속 생길 것이고, 그러면 <고난함께> 사역도 계속될 것입니다. 주님 오시는 날까지, 이 사역은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실제로 저희는 3,000일 넘게 싸운 분들과 함께하며 매주 거리에서 기도회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매주 거리에 서면서도 때때로 “이걸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할 수는 있지만, 지치기도 합니다. 그때가 가장 힘든 순간입니다.
또 하나는 그래서는 안 되지만 조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노동자들이나 당사자들의 감정이 우리에게 직접 전달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우울증을 확 겪을 때가 있습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사람인지라 감정의 무게를 다 감당하기 어려운 때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재정 문제입니다. 한국 교회로부터의 후원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주 5일 혹은 6일 출근하면서 제가 받는 사례비는 100만 원입니다. 돈을 보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저희 동역자들도 밤낮없이 일하는 데 150만 원에서 160만 원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월말이 되면 '이번 달은 어떻게 사례비를 주지?'하고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종종 큰 교회에 직접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후원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감사한 것은 2023년에 뉴욕 후러싱 제일교회 김정호 목사님이 1만 달러를 헌금해 주셔서 정말 1년 동안 저희의 숨통이 트였습니다. 또 '미주고동모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고난함께 동문회' 또는 '고난함께 동지회'라는 의미인데, 미주고동모임에서 매년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보내주십니다. 그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가 부자인 것은 맞지만, 부자들이 이런 사회적인 문제, 사회 선교 문제에는 인색하지는 않은지 가끔 섭섭하기도 합니다. 부디 미주 지역의 교회에서 <고난함께>를 기억해 주시고, 무엇보다도 기도로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고난함께>를 검색하시면 저희 홈페이지로 연결되어 사역 설명과 후원 계좌도 나와 있습니다. 후원금을 보내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다시 말씀드리지만 더 많이 기도로 후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연: 특별히 앞으로 각오 한 말씀 부탁합니다.
전: 저는 제 목회에서도 늘 강조해 왔듯이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성도란 이 땅에서 건강한 시민과 동의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존 웨슬리의 가르침처럼 개인 구원이 사회 구원과 뗄 수 없고, 개인적 성화는 곧 사회적 성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존 웨슬리가 말한 총체적 구원, 온전한 복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 복음의 핵심, 복음의 한 문장 정의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말씀에서 더 나아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결국 이웃 사랑을 통해서만 드러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신 마지막 복음은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이며, 이 말씀을 통해 살아갈 때, 하나님의 사랑이 세상 속에서 드러날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랑을 보게 되리라 믿습니다. 저는 그 믿음으로, 그 복음으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저희 사역은 단순한 활동이나 봉사가 아니라, 철저한 신앙 고백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신앙 고백이 없이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길을 걸어갈 수 없으며, 그럴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재정적으로 부족해도, 이 땅에 고난의 현장이 있는 한, 고난받는 사람들이 있는 한 내일도 모레도 내년도 계속해 보겠습니다.
연: 긴 시간 감사합니다. <고난함께> 사역 위에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인도하심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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