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와 조병우 목사의 40년 이민 목회

(편집자 주: 이 글은 조병우 목사가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과의 인연을 회상하며 쓴 글이다. 본문에 있는 사진은 모두 조병우 목사가 제공했다.)

코로나19로 우리 두 내외가 사경을 헤매고 난 지 얼마 후인  2021년 3월, 딸에게 전화가 왔다. 딸은 미나리 영화를 보았느냐고 묻더니, 이삭 오빠가 어린 시절 자기 가정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가 미나리를 보는데, 1989년 미국에 이민 와서 처음 3년간 목회하던 아칸소 한인연합감리교회(당시 한마음 한인연합감리교회)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죽다 살아났으니 정말 죽기 전에 그곳을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동차로 2주일이 소요될 여행을 준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늘 가장 좋은 것으로 예비하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돌린다!

이 글을 빌어, 4,000마일이나 되는 여행에 동역해준 유동윤 선교사 부부와 오하이오에서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 장이준 목사 부부를 비롯한 많은 목회자들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우리 교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특히, 첫 목회지였던 아칸소 한인연합감리교회에 머무는 3일 동안, 우리에게  환대와 사랑을 베풀어준 정형권 목사님 부부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아칸소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정 목사님 내외와 함께 뉴욕 연회에서 목회하시다 은퇴하시고, 미나리 영화를 찍은 장소인 아카소주의 링컨으로 이사하신 김재경 목사님 가정을 찾아가 이사 심방 예배를 드렸다. 김 목사님은 ‘창세기 12장, 아브라함을 부르심’이라는 말씀을 전하시며, “아브라함처럼 75세에 은퇴하시고, 뉴욕에서 아칸소까지 1,000mile을 서남방으로 옮겨 왔다.”라고 말씀하셨다.

감동과 감격의 예배를 마치고, 대학가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시는 집사님의 풍성하고 융숭한 점심 대접을 받으며, 즐거운 교제의 시간을 가진 후, 30분 정도 떨어진 유레카스프링스(Eureka Springs)를 방문했다. 오래전부터 산속에 있는 3,500석의 야외극장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예수님의 수난극(Passion Play)을 공연하는 곳으로 유명한 이곳은 근교의 방문객을 비롯해 유럽에서까지 구경을 오는 명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갔던 수요일은 공연이 없어, 기념사진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옛 성도들을 만나러 발걸음을 돌렸다.

조병우 목사 부활절 예배. 사진 제공, 조병우 목사.

본래 계획은 식당에 모여 식사도 하고, 아칸소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수요 저녁 예배도 드리려고 했는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되어, 식당에서 모임을 가졌다. 저녁 예배를 드렸다면, 새로운 젊은 교인들도 만나고, 함께 은혜를 나누었을 텐데, 식당에서 모이니까 우리를 아는 가정들만 모이게 되었다. 30년 만의 감격스러운 재회의 순간, 우리는 한참이나 서로를 쳐다보며 말도 못 건네다가 지난날의 추억들을 회상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강산이 3번이나 변하면서, 하늘나라의 부름을 받으신 분들도 계셨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가정도 여럿 있었다. 호텔을 마련해 준 김 집사님은 “목사님이 계실 때, 저희 어머니와 정이삭 감독의 할머니를 모시고, 4시간 거리의 핫스프링스(Hot springs) 온천에 갔을 때, 어르신들이 정말 기뻐하시고 좋아하셨어요.”라고 옛이야기를 들려주며, 미나리 영화의 정이삭 감독 가정(아버지인 정한길 전도사와 어머니인 정선희 집사)은 콜로라도 스프링스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한 집사님은 30년 전 부활절 예배 때 찍었던 사진을 들고 와, 이 사진을 보면서 목사님 내외분을 위해 기도하고 계셨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동적이었다.

아칸소는 약 60년 전에 샘 월튼이 월마트(Wal-Mart) 1호점을 개점한 후, 지금까지도 그곳에 본사가 있어, 유일하게 코스코(Costco)가 들어오지 못하는 지역이며, 타이슨(Tyson) 치킨 공장이 있어, 병아리 감별사들이 종자닭을 세계로 수출하던 곳이기도 하다. 내가 목회하던 당시에는 정이삭 감독의 부모들을 포함해 감별사들이 15가정이나 되어, 감별사가 주축이 된 감별사 교회라 불리기도 했고, 주일에 일을 해야 하는 그들의 사정 때문에, 예배도 안식교처럼 토요일에 드리기도 했는데, 30만에 방문하니, 감별사들은 한 분도 남아 있지 않고, 모두 다른 지역으로 떠나있었다.

정이삭 감독의 아버지 정한길 전도사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함께 기쁨의 자리에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하며, 영화 상영 이후, 많은 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바쁘게 지낸다고 근황을 전했다. 미나리 영화를 찍었던 링컨 농장은 그대로 두고, 겨울에는 그곳에서 지내기도 하는데, 향후 선교사들과 성도들을 위한 수양관과 치유 센터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30년 전 첫 목회지에서 섭섭하게 떠나 플로리다로 가셨기에,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으시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방문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라고 말씀하셔서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 내외도 이민 첫 목회지였기에 적응하느라 바쁘고, 성도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용서를 구하는 화해의 감격적인 시간이 되었고,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실천하기 위해 이곳에 방문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병우 목사의 결혼 40주년 및 목회 40주년 축하 파티를 열어준 모습.

오클라호마로 떠나기 전, 교회의 기둥 역할을 담당하시는 우경숙 권사님께서 정형권 목사님과 김재경 목사님 내외와 함께 우리를 집으로 초청해주셨다. 집안은 장식과 풍선들로 인해 마치 잔칫집처럼 보였다. 우 권사님이 마련하신 “결혼 기념 40주년과 목회 성역 40주년”이 적힌 케이크와 깜짝 축하 파티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내가 현재 담임하는 교회도 아닌, 첫 목회지에서 이런 선물을 받을 줄이야! 그 감동, 그 최상급의 감동을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감사의 마음을 뒤로하고, 심방 예배를 드리며, 잠언 3:1-10을 통해, “풍요한 삶을 창조하라!”라는 축복의 말씀을 전했다.

33년 전 이 교회에 부임했을 때, 남편 스티븐은 교회 학교의 교사로, 우경숙 집사님(그 당시에는 집사님이셨다.)은 성가대 봉사를 하면서, 뒤늦게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딸들이 우리 딸과 나이가 비슷해 친하게 지냈는데, 플로리다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울면서 헤어졌던 기억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교회를 위해 충성한 두 분에게 하나님은 30년간 놀라운 축복을 부으셨고, 물질적으로도 넘치게 채워주셨다.

떠나기 직전 마침 부인의 건강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유 집사님이 오셔서 유동윤 선교사님 내외와 함께 회복을 위한 안수기도를 해 주었다. 내가 첫 목회를 하던 당시, 유 집사님 내외는 감별 일을 하시며, 소를 100마리나 키우셨다. 덕분에 좋은 육질의 스테이크도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첫 목회지였던 이곳에, 잊고 있었던 귀한 협력자들과 동역자들이 있었음을 새삼 깨달은 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우리 일행의 다음 행선지는 오클라호마였다. 아칸소에서 마지막 점심을 나눈 후, 우리는 225마일을 달려 오클라호마 시티(Oklahoma City, OK)로 향했다. 앞서 1,000마일을 운전해 왔기 때문에, 225마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부름 받은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시는 엄준노 목사님 내외분을 만났다. 그리고 아름답게 건축한 교회당을 둘러보며, 찬양과 감사의 기도로 주님께 영광을 돌렸다. 엄 목사님이 친히 구운 스테이크와 격조 높은 대접을 받은 우리는 또다시 210마일을 달려 달라스(Dallas, TX)에 계신 구본웅 감리사님 내외분을 뵈러 갔다.

구본웅 감리사님은 1989년 서울 광림교회에서 이곳 미나리 교회로 나를 초청해주신 평생 잊지 못할 귀한 분이다. 감사하고 반가운 마음에 찾아뵙고 점심을 대접해 드리고 싶다 말씀드렸더니 운전이 어려워 못 나오신다고 하신다. 그래서 감리사님 내외분을 만나러 댁으로 갔는데, 두 분을 만나자마자 사모님께서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시며, 잘 있느냐고 물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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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시는 것에 놀라 여쭤보니, 30년간 새벽마다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신다는 것이다. 그 말씀을 듣고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아이들이 이렇게 잘 성장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며 일하는 것이 바로 사모님처럼 뒤에서 기도해 주시는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울컥해졌다. 두 분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며, 다음 목적지인 와코(Waco, TX)에 있는 이진희 목사님 댁으로 향했다.

이진희 목사님 내외분은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던 터라 우리들을 크게 환영해 주셨다. 무엇보다, 다음 날 새벽 한국에 나가야 하시는데도 우리에게 안방까지 내어주며, 정성껏 대접해준 두 분의 사랑을 잊을 수 없다.

이후, 우리는 다시 달라스로 올라와 박광배 목사님을 만났다. 이번 여행의 두 번째 목표인 투병하는 동역자를 찾아가 함께 기도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김정근 감리사님과 함께 나오신 박 목사님께 우리 5명은 손을 얹고 라파의 하나님께서 치료의 광선을 발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르짖으며 기도했다. 그리고 하루에 천 번씩 “예수의 이름으로” 병마를 물리치는 명령의 기도를 드리실 것을 권하고, 우리도 운전할 때마다 천 번씩 명령의 기도와 함께 중보 기도를 드렸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치유의 역사가 나타날 줄로 믿습니다. 아멘!”

조병우 목사가 달라스 중앙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축도를 하고 있다.

22일 주일에는 달라스 중앙 감리교회의 이성철 목사님께서 여행자인데도 미나리 영화 목사님 오셨다고 강단을 허락해 주셔서, 아름다운 성전에서 말씀을 전하며, 은혜로운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예배를 드린 후, 우리는 뉴 올리언즈(New Orleans, LA)로 옮겨가 그곳에서 목회하시는 이동섭 목사님 내외분을 만나 함께 기도하며, 주님께 영광 돌렸다. 이 목사님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부서진 교회당을 복구하느라 수고하셨고, 봄에는 수술도 받으셔서 위로 심방 차 들리게 된 것이다.

이 목사님 부부의 사랑과 환대를 뒤로하고, 우리는 또 23,500마일을 달려, 아틀란타(Atlanta, GA)의 이성일 선교사(Fiji 선교)님 댁으로 갔다. 그곳에서 우리에게 안방을 내어주고 자신들은 거실에서 담요를 깔고 자면서도, 한 번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며, 기쁨으로 우리를 대접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3일간 우리는 거실에 담요를 피기 전, 매일 저녁 선교 부흥회를 하고, 앞으로의 사역을 위해 뜨거운 기도회를 가졌다.

마침 이성일 교수가 에모리(Emory) 대학에 있는 캔들러(Candler) 신학교에서 주관하는 한인 학생들의 환영 파티에 우리를 초청해주어, 생각지도 못하게 후배들을 격려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은퇴하시고 그곳으로 내려오신 한상신 목사님과 김지나 감리사님 그리고 그곳에서 목회하시는 신용철 목사님, 남궁전 목사님을 비롯해 내 친구 고중욱 목사까지 모두 만나 교제하는 귀한 시간도 가졌다.

아틀란타를 떠나기 전날, 아틀란타에 가면 꼭 만나 뵙는 김종우 장로님 내외분을 만나 장로님의 아픈 다리를 잡고 간절히 기도했는데, 감사하게도 떠나는 날 아침에 안수 기도로 부은 다리가 회복되었다고 하시어, 은퇴하신 김정백 목사님과 홍연표 목사님을 모시고 함께 식사를 나누고, 장로님의 사랑이 담긴 선교비도 받았다.

장로님의 사랑을 받고서 드라이브하는 기분으로 2시간 동안 100마일을 달려, 은퇴 이후 차타누가(Chattanooga, TN)로 내려오신 양재서, 양현주 목사님 내외분을 만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락 시티(Rock City)에서 관광도 하고, 아름다운 시내의 강변도 걸으며 대화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은퇴 후에 살 수 있는 후보지 한 군데를 더 얻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아침을 일찍 먹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양 목사님 댁을 출발해 집으로 돌아오는 중, 하노버(Hanover, MD)에 계신 하늘비전교회의 장재웅 목사님 내외분과 만나 긴 여행의 마지막까지 동역자들의 사랑과 환대를 받으며, 즐겁게 마무리했다.

긴 여정이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과 계획 가운데 아무런 차질 없이 진행되었음을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9)”라는 고백만 나올 뿐이다.

12일간의 미나리 여행은 어느 성도님의 말씀처럼, 유동윤 선교사님 내외와 함께한 4,500마일의 선교 여행이었다. 무사히 여행할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모든 감사와 찬양 그리고 영광을 올려 드린다.  

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email protected]로 이메일 또는 전화 630-797-6848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더 읽기 원하시면,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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