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에 한국프로야구, 한화 이글스팀의 우완 투수 이동걸(32) 선수가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렸습니다. 경기 후,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팬들이 낮설었지만 무명의 2군 투수였던 이동걸은 처음으로 온 몸에 전율이 감도는 감격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데뷔한 지 거의 10년이 되었지만, 등판할 기회를 24번밖에 못 가졌는데 그마져 모두 패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4월 25일, 25번째 등반 기회를 얻어 출전했다가 첫 승을 거둔 것입니다.“첫 승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프로야구 선수로서 선수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의 인터뷰 기사를 읽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는 과연 지난 10년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었을까? 나이는 들어가는데 벤치나 지키고 있어야 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새까만 후배들이 승수를 더해가며 관중들의 갈채를 받는 모습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가 모진 세월을 견디며 늦은 나이지만 그의 생애 첫 승을 거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가 진정 야구 자체를 좋아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그힘으로 견디고 승리한 것입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말을 합니다. “아들아, 아빠는 너희들이 무슨 일을 하든 그 일 자체를 즐기며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러면 그 일이 무엇이든 어떤 일이든 너희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아빠는 지지한다.” 비록 아이들이 꿈꾸는 일이 세상 사람들이 사모하는 소위 ‘잘 나가는 일’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기쁘게 쏟아 부을 수 있는 일을 찾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꿈이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일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내가 말하는 꿈이란 아이들의 전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비전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전은 미래에 이루어질 일로 마음에 새겨진 현재의 꿈이기 때문입니다. 이 비전을 품은 사람의 인생은 철저히 그비전을 향하게됩니다.
2011년, 워싱턴에서 열린 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에 참석했다가 백악관 정문 쪽 같은 자리에서 30년째 반전반핵운동을 벌이는 여성을 보았습니다. 하루 24시간 연중무휴, 히로시마 나가사끼의 원폭피해자 사진들이 붙어있는 입간판 하나 세워놓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비닐 숙소에 머물면서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70세의 노인이 된 스페인출신의 여성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무모하게 보이는 이 일을 하게 하는 것일까? 그때 듣게 된 사연입니다. 18세에 미국으로 이민 온 그녀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아들이 미군에 소속되어 전쟁에 투입되었다가 전사하였다는 겁니다. 그 후 그녀는 반전에 대한 확고한 사상을 갖게 되었고, 1979년부터 그 사상을 1인 시위를 통해 실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때 거기서 그녀가 1991년에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세계 각국에 반핵을 호소하고 싶었다. 여기 있으면 그것이 실현된다. 내가 직접 돌아다니지 않아도 세계를 상대할 수 있다. 핵무기가 이 세상에서 폐지되는 날까지 계속할 생각이며 여기에서 죽는다 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 당시 그녀가 인터뷰를 한 후 20년이 지났지만, 그녀가 꿈꾸는 세상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그녀가 노구를 이끌고 아직도 그 자리에서 그 일을 하고 있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그때 그녀를 보고 느낀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몸은 늙어가도 비전을 품고 사는 사람의 심령은 늘 푸릇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심어주신 비전을 품고 사는 하나님의 자녀들은 더욱 푸른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비전은 그것을 품은 사람들의 인생을 늘 푸른 삶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 모두 영적으로 푸르른 삶을 꿈꾸기를 바랍니다. 삶에 눌려 누렇게 변해가는 삶이 아니라, 꿈을 품고 사명감에 따라 살기 원합니다. 어쩔 수 없어서 사는 시들한 삶이 아니라, 항상 푸릇하여 생명력이 넘치는 삶을 살기 원합니다.
글쓴이: 이철구 목사, 남부플로리다한인연합감리교회, FL
올린날: 2015년 5월 22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