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를 향한 환대의 사역, '헬로 네이버'

(편집자 주: 기사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역에 힘쓰며, 영혼 구원과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감당하고, 사역의 지평을 넓혀가는 교회들을 소개하는 <교회를 소개합니다> 시리즈입니다. 이번에는 미국 본토에 세워진 최초의 한인 교회인 LA한인연합감리교회의 지역사회 사역을 소개합니다.)

미국 본토에 세워진 최초의 한인 교회인 LA한인연합감리교회(LA Korean United Methodist Church, 이하 LA교회) 주차장과 앞마당에는 주일이면 익숙하게 들리던 교인들의 교제 소리가 아니라, 교회가 자리한 지역의 이웃들이 교회를 찾아 함께 웃고 즐기는 소리로 가득 찼다.

122년의 역사를 지닌 LA교회는 지난 8월 8일 '헬로 네이버(Hello Neighbor)'라는 지역사회 초청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교회 주변 이웃들을 초청해 다양한 한국 문화와 음식을 소개함으로써, 교회가 지역사회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이웃을 품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 행사가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LA교회 교육부를 담당하는 이보용 목사는 주일학교 아이들이 이번 여름을 뜻깊고 재미있게 보낼 방법을 고민하다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픈하우스 개념으로 지역 주민들을 초대해서 한국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계획으로 교인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며 준비했지요.”

하지만 '헬로 네이버' 행사를 준비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교인들의 고령화로 봉사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적이었고, 처음 시도하는 지역사회 초청 행사인 만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아올지도 예상하기 어려웠다.

LA교회 총여선교회 회장인 린다 김 권사는 "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았죠. 하지만 좋은 취지를 가진 프로그램이라 저희 교인들과 외부 단체들로부터 후원을 받을 수 있었고, 전 교인이 한마음으로 협력해서 손님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안정섭 담임목사를 비롯한 기획팀 11명은 행사 넉 달 전부터 매주 화상회의를 열어 세부 계획을 하나씩 짜 나갔다. 포스터 제작, 지역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한 홍보, 외부 후원 유치 등 준비할 사항을 꼼꼼히 점검했다.

교인들은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인맥을 활용해 한국 과자와 마스크팩 등 물품 후원도 이끌어냈다. 김밥·떡볶이 만들기 체험, 한국 전통놀이, 무용 공연, 바운스 하우스 등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하나씩 구체화됐다.

행사 당일에는 교인 4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일손 부족에 대한 우려를 씻어냈다. 인근 한국학교 학생들도 지역사회 봉사 활동의 하나로 자원봉사에 동참해 힘을 보탰다.

지난 8월 8일 LA한인연합감리교회가 '헬로 네이버(Hello Neighbor)' 지역사회 초청 행사를 열고 지역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사진 제공, LA연합감리교회.지난 8월 8일 LA한인연합감리교회가 '헬로 네이버(Hello Neighbor)' 지역사회 초청 행사를 열고 지역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사진 제공, LA연합감리교회.

이날 행사에는 지역 주민 약 70명이 방문했다. 초청된 무용단까지 더하면 봉사자를 제외한 전체 참석 인원은 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방문객들에게는 한국 과자와 마스크팩, 김, 성경 구절이 담긴 북마크, 그리고 교회와 한국학교를 소개하는 안내지가 담긴 선물 꾸러미가 전달됐다.

LA교회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로스앤젤레스 한인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교인 대부분이 인근을 떠나 원거리로 이주했고, 현재 교회 주변에 실제로 거주하는 교인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때문에 교회는 물리적으로 늘 그 자리에 있었으나, 지역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인근 주민들에게는 '그들만의 공간'으로 비쳐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단절감은 한 인근 주민의 인터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교회 인근에 거주하는 한 남미계 주민은 커뮤니티 소식지를 통해 '헬로 네이버' 행사를 접하고 두 자녀와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평소 아이들이 K-Pop 등 한국 문화에 큰 관심을 보여 온 덕분에 온 가족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이 자리에 한인 교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곳인지는 전혀 몰랐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비로소 LA교회를 더 잘 알게 된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제기차기와 딱지치기 등 한국 전통놀이를 즐기고, 김밥을 직접 만들어 먹으며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한복을 입은 무용단의 부채춤 공연을 관람한 뒤에는 직접 부채춤 동작과 장구 치는 법을 배워보는 체험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헬로 네이버'는 단순히 한국 문화를 알리는 교회 행사에 그치지 않았다. 1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 위에서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세대를 품으려는 교회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었다.

세 딸을 둔 한 주일학교 학부모는 이번 행사가 지역사회와 교회 공동체를 하나로 이어준 마음 따뜻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저희 세 딸에게는 교회 어르신들의 따뜻한 정과 사랑 속에서 자신들의 뿌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이번 첫 ‘헬로 네이버’ 축제를 늘 소중히 기억할 것이며, 다음 행사도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담임목사를 비롯한 교회 지도자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의 이웃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됐다.

오랫동안 교회를 지켜온 이들에게 '이웃'은 자연스럽게 함께 예배하고 교제해 온 한인 교우들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제 교회가 새롭게 눈을 돌리기 시작한 이웃은 교회 건물 주변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 즉 매일 교회 앞을 지나면서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던 다양한 인종적·문화적 배경의 지역 주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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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네이버'는 바로 이 사실을 발견하면서 출발했다. 교회의 이웃을 신앙 공동체 안에 이미 속한 사람들로만 한정하지 않고, 교회 담장 밖 가까운 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까지 '우리의 이웃'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였다.

LA교회 교육부 부장으로 섬기는 서동영 장로는 이번 행사가 한인 교회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한인 교회들이 1세대와 2세대에서 끝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교회가 인종에 기초한 교회(ethnic church)에서 지역사회를 품는 교회(community church)로 바뀌어야 3세와 4세로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그러한 변화의 출발점이 바로 이웃을 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전제가 이웃을 품는 일인데, 이제까지 말만 했지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헬로 네이버'를 통해 그러한 변화의 작은 불꽃을 본 것 같아서 정말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처음에는 소수의 주일학교 어린이에게 뜻깊고 즐거운 여름을 선물하려는 소박한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교회와 지역사회를 잇는 더 큰 비전으로 이어졌다고 교회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실제로 행사 다음 날인 8월 9일 주일예배에는 전날 '헬로 네이버'를 찾았던 한 다문화 가정의 아버지가 자녀와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LA한인연합감리교회는 이번 행사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오는 9월 둘째 주 개강하는 한국학교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를 계속 이어갈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처럼 122년 역사를 지닌 한인 교회가 건넨 인사, "헬로 네이버"는 교회 담장 너머 이웃들에게 가 닿았고, 이웃들 또한 그 인사에 화답하듯 교회를 향해 같은 인사를 건넸다.

“Hello neighbor."

안정섭 목사는 이번 행사가 교회와 이웃 사이의 담을 허무는 작은 시작이 되었다며, 보람과 감사를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헬로 네이버'를 통해 이웃과의 경계를 허물고, 세대와 세대의 벽을 넘어 함께 웃고 즐기며, 교회가 지역사회의 따뜻한 이웃이 될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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