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속한 북일리노이 연회는 지난주 2025년 연회를 잘 마쳤습니다. 이번 연회에서는 2024년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린 연합감리교회 총회(General Conference)에서 통과된 네 가지 헌법 개정안을 비준하기 위해, 모든 연회원이 각 안건을 꼼꼼히 살펴보고 찬반 의견과 질문을 나누며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이 과정이 참 감사했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느껴졌습니다.
우리 연회에서 진행된 투표는 다른 모든 연회와 마찬가지로 개표하지 않고 총회로 전달되었습니다. 총회는 전 세계 연회에서 모인 투표지를 일괄 개표한 뒤, 올해 말까지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헌법 개정안이 비준되기 위해서는 전체 연회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그 결과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저는 각 개정안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고 묵상하며, 지금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어디로 이끌고 계시는지,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나의 자리는 어디인지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번 개정안이 우리 교단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고 뜻깊은 일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투표한 네 개 항목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세계 지역화(Worldwide Regionalization)
첫 번째 개정안인 ‘세계 지역화’는 지금까지 미국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교단 구조를 바꾸어, 각 대륙과 지역이 자국의 문화와 현실에 맞게 규정과 사역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입니다.
연회 중 만난 필리핀 출신 평신도 리더 조슬린 해이악(Jocelyn Hayak)은 필리핀에서 자라며 미국 중심의 제도 아래 현지 실정과 맞지 않는 정책들로 인해 필리핀 교회가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이번 개정안이 필리핀뿐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교회들이 각자의 문화와 필요에 맞는 방식으로 부흥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진심 어린 기대를 전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 또한, 다양성이 존중받는 구조야말로 교회의 생명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길임을 새삼 느꼈습니다.
2. 포용성 명시: 성별(gender)과 능력(ability)
두 번째 개정안은 개체교회 교인 자격 조항에 ‘성별’과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예배에 참석하고 교인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신체적 능력이나 성별과 상관없이 모두가 환영받는 신앙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교회의 정체성을 헌법에 담은 것입니다.
북일리노이 연회에 참석한 시각장애인 폴라 브로더릭(Paula Broderick)은 “단지 작은 단어 하나가 더해졌을 뿐이지만, 평생 앞을 보지 못해 차별을 겪어온 저에게는 그것이 하나님의 큰 사랑처럼 느껴졌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말은 제 마음에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단어 하나의 변화가, 교회 문 앞에 놓인 휠체어 경사로가 되고, 예배에 자막과 수어 통역이 제공되면, 무엇보다 마음을 여는 따뜻한 눈빛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 역시 소수 인종 여성 목회자로 살아오며 수많은 차별의 벽을 마주해야 했던 사람으로서, ‘성별’이라는 단어 하나가 지닌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성소수자들에게도 열린 환영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연합감리교회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누구도 ‘다름’을 이유로 배제하지 않는 공동체가 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선언한 것입니다.
3. 인종 정의(Racial Justice): 신앙의 본질로
세 번째 개정안은 ‘인종 정의’라는 언어를 교단 헌법에 처음으로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제 연합감리교회는 인종 정의를 신앙의 부차적 주제가 아닌, 본질적인 가치로 천명하게 된 것입니다.
연회 중 한 백인 평신도는 “나는 인종차별을 한 적이 없는데, ‘백인우월주의’와 같은 표현은 다소 과격하게 느껴진다.“라는 의견을 나누었고, 주위에서도 그 말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그때 제레마이야 톰슨(Jeremiah Thompson) 목사님이 마이크를 잡고 담담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백인 우월주의는 단지 개인의 죄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와 시스템 깊숙이 뿌리내린 죄입니다. 저는 백인 남성이고, 저의 조상들은 이 땅의 원주민을 몰아내고 식민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죄를 회개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고 고백해야 합니다.”
그 말씀 앞에서 저는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은 기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결단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한국 액센트를 가진 이민자인 저는 이 개정안에 진심으로 찬성하는 한편, 제 안에 숨겨진 무의식적 인종차별도 마주하며 극복해 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4. 성직 대표 자격 요건 명확화

네 번째 개정안은 총회와 지역총회에 참여하는 목회자 대표들이 갖추어야 할 자격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여, 교단의 의사결정 구조가 더욱 공정하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이 안건은 제 예상과 달리, 놀랍게도 가장 열띤 토론이 이어졌던 개정안이었습니다. 큰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아프리카 출신 목회자들과 타 교단 신학교 출신 목회자들에게서 나왔습니다.
아프리카 출신 목회자인 이니스 밀러(Innis Miller)는 자신의 고향에서는 제대로 된 신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부족했다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아프리카 출신 목회자들이 미국에서 목회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에 대해 연회 대표(delegate)이자 감리사인 브라이언 길버트(Brian Gilbert)는 “이번 개정안은 이미 목회 중인 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미국 고등교육자문위원회(senate-approved schools)에서 수학한 경우는 여전히 인정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 더욱 공신력 있고 신뢰받는 목회자 리더십을 양성하기 위해 이러한 기준 정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신학 교육을 받았고, 미국에서는 감리교 신학교에서 공부한 뒤, 현재는 장로교 계열의 학교에서 목회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감리교는 하나님의 사랑과 그 사랑에 우리가 응답하는 삶을 강조하고, 장로교는 하나님의 주권과 예정을 강조하는 것처럼, 같은 기독교 신앙 안에서도 교단마다 사용하는 신학의 언어와 강조점이 얼마나 다른지를 저는 직접 경험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직접 경험하면서 저는 각 교단의 고유한 신학 전통을 배우고 이해하는 일이 목회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특히 감리교 전통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따라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세계 곳곳에는 여전히 신학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교회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 개정안이 각 지역의 상황과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되, 감리교의 핵심 신학을 유지하며 목회자를 양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과 토대가 되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개정안에 대한 전 세계 연회들의 투표 결과는 총회에 전달되었고, 올해 말이면 그 최종 비준 여부가 발표될 것입니다. 그 결과를 기다리는 지금, 제 마음속에는 한 가지 질문이 조용히 떠오릅니다.
“당신이 꿈꾸는 교회는 어떤 공동체입니까?”
그리고 이 질문 앞에서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차이를 나누지 않고, 다름을 품으며, 사랑으로 함께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교회요.”
저는 연합감리교회가 이번 개정안을 통해 바로 그런 교회가 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email protected]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더 읽기 원하시면,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