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울타리를 다시 세우다: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전쟁, 신앙, 회복의 서사

2025년인 올해는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 75주년이자 한국 분단 80년이 되는 해다. 이 비극적인 전쟁은 미군과 유엔군 약 5만 명, 중국군 50만 명, 그리고 남북한 민간인을 포함하여 300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1953년 7월 27일 군사 휴전 협정이 체결되었지만, 분단된 한반도에는 약 1,000만 명의 이산가족이 남겨졌다.

 Rev. Seok-Jong Yoo유석종 목사. 사진, 유석종 목사 제공.

연합감리교회 은퇴 목사이자 한국전쟁의 직접적 피해자인 유석종 목사의 회고록 무너진 울타리 다시 세우다: 나의 가족 이야기는 20세기 한국 현대사의 격동 속에서 한 가정이 겪은 고난과 회복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처음에는 한국어로 출간되었으며, 최근 영어판 <Rebuilding the Fallen Fence: A Korean American Family>1)도 출간되어 더 넓은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다. 세대를 넘어서고 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이 이야기에는 믿음과 가족애, 그리고 인간 정신의 놀라운 회복력을 증명하는 간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제목처럼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한국전쟁이 유 목사 가족에게 남긴 참담한 상흔을 다루고, 2부는 흩어진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되는 기적 같은 여정과 저자 자신의 삶이 회복되어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너짐: 전쟁이 남긴 지워지지 않는 상처

유 목사는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린 시절의 시점에서 서술된 그의 생생한 기억들은 전쟁과 분단 국가의 비참한 모습을 그린다. 38선 인근 문산에 살던 가족은 가장 먼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유 목사는 과거 목회자이자 반공 운동 지도자였던 아버지가 서울에 숨어 있다가 집으로 돌아온 지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공산주의자들에게 납치되는 충격적인 순간을 회상한다. "아버지의 머리는 눈처럼 하얗게 보였다"라고 그는 당시 50세였던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순간을 떠올린다. 이 헤아릴 수 없는, 압도적인 상실감은 가족의 뿔뿔이 흩어짐과 맞물려 책 제목인 ‘무너진 울타리’를 상징한다.

전쟁의 파괴성은 다른 형제자매들에게도 미친다. 유 목사의 큰누나 희정과 둘째 누나 희성은 당시 복잡한 정치적 지형에 따른 신념과 전쟁의 혼란 속에서 월북을 택한다. 이후 재회를 통해 알게 된 그들의 이야기는 이념이 다른 세상에서 살아간 삶을 엿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한다. 막내 동생 석영(후에 데이비드)은 미국 가정에 입양되었는데, 이는 해외에서 새로운 가정을 찾은 수천 명에 이르는 한국인 고아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념적 갈등과 전쟁의 잔혹함으로 산산조각 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 보여주며, 고통스러운 분단과 그 상황을 감당해야 했던 가족의 슬픔을 담담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기록해 독자들로 하여금 분단이 가져온 찢김과 상처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울타리를 다시 세우다: 신앙, 인내, 그리고 예상치 못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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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는 저자 자신의 재건 여정으로 전환된다. 어린 시절 형성된 애국심과 궁극적으로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된 과정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 목사는 초등학생 시절, 한 학우의 벌을 대신 받기 위해 스스로 희생한 결정적인 순간을 회상하는데, 이 행동이 초기 기독교 교육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희생정신과 타인에 대한 헌신은 그의 삶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주제가 된다.

이야기는 이어서 유 목사가 신학교를 졸업하고, 대한기독교서회 편집자로 첫 직장 생활을 하며, 예상치 않게 중앙대학교 강단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간다. 여기에는 토착 신학의 선구자인 윤성범 박사와 압제적인 군사 독재에 용감하게 맞선 박대선 박사 등과 같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과의 만남도 담겨 있다. 유 목사가 대한기독교서회에서 겪은 정부 검열과 중앙대학교에서의 학생 시위는 그의 한국 목회 활동 시기 한국의 엄혹한 정치 상황을 잘 보여준다.

책의 상당 부분은 그의 형제자매들 이야기에 할애된다. 넷째 누나 희영은 1960년대 파독 간호사로 이주하여, 낯선 이국 땅에서 밤낮없이 일해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며 새로운 삶을 일궜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 영조(광부)의 이야기는 ‘파독 근로자’ 세대의 희생과 회복력을 들려준다. 다섯째 누나 희숙과 그녀의 남편 명화 또한 ‘아메리칸드림’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며, 언어 장벽과 인종 차별이라는 역경 속에서도 굳건한 신앙과 성실한 태도로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

재회와 성찰: 울타리를 다시 세우다

아마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부분은 저자가 북한에 있는 두 누나와 여러 차례 재회한 이야기일 것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 만남들은 50년 넘게 떨어져 산 가족의 재회라는 점에서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유 목사는 긴 세월 너무 다른 환경과 이념 아래 살아온 데서 비롯된 긴장감과 어색함을 넘어 가족의 깊은 유대감을 재발견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공유한다. 그는 열악한 사회 현실 속에서도 북한 친지들과 나눈 식사, 노래, 웃음의 기쁨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는 북한에 있는 누나들을 위해 몰래 예배를 인도하며, 포로 상태에서 번성하는 것에 대한 예레미야 29장 4~7절 말씀을 읽어준 가슴 뭉클한 순간도 기록했다.

이 재회는 유 목사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북한 주민들을 적이 아닌 ‘하나님의 자비와 돌봄이 필요한 형제자매’로 보게 되었다. 한국전쟁의 유산과 항구적인 평화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그의 성찰은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한반도 통일이 궁극적으로 한국 국민 스스로, 즉 성경 속 야곱과 요셉이 용서와 화해를 통해 관계를 회복했듯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은 또한 동생 데이비드의 이야기를 통해 해외 입양의 복잡성을 다룬다. 유 목사는 데이비드가 겪은 정체성 혼란, 차별, 그리고 입양된 미국 가정 내에서 사랑이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그는 진정한 사랑, 문화적 연결, 그리고 입양아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제 입양 절차 개선을 위한 사려 깊은 제안도 제시한다.

회고록은 저자 자신이 고인이 된 아내 연실의 치매 투병 과정을 돌보며 느낀 감회를 담으며 절정에 이른다. 그는 ‘두 살로 돌아간’ 아내와 함께한 다정한 일화들과, 아내를 향한 흔들림 없는 헌신적인 간병을 통해 책 전반에 흐르는 ‘따뜻한 손’이라는 비유를 생생하게 구현한다.

한국계 미국인 문학의 독특한 기여

유 목사의 손녀인 유선미(Hope Sun-Mi Alice Yu)는 서문에서 이 회고록이 한국계 미국인 문학에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다고 적절하게 언급한다. 비판적이고 젊은 작가들이 쓴 많은 현대 문학 작품과 달리, 유 목사의 이야기는 연로한 아시아인의 이방에서의 삶을 저자 자신의 시각에서 완전하고 진실하게 보여준다. 이는 종종 고정관념 속에 갇히거나 타인의 시선으로만 묘사되던 세대에 건강하고 진솔한 자율성을 부여한다. 책은 ‘일상에 뿌리내린 삶의 완전한 복잡성’을 깊이 탐구하며, 전쟁의 그림자 속에서도 유머와 은혜를 발견한다.

유석종 목사의 <무너진 울타리를 다시 세우다>는 단순한 가족사를 넘어선다. 이는 생존, 적응, 사랑이라는 인간 정신의 역량에 대한 강력한 증언이다. 이 책은 세상의 깨어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신앙의 이야기이며, 단지 한 가족만이 아니라 분단된 조국과 그 너머로 나아가는 치유와 화해의 희망을 제시하는 이야기이다. 이 회고록은 한국 역사, 한국 디아스포라, 가족 유대의 복잡성, 그리고 극심한 역경 속에서도 굳건한 기독교 신앙의 힘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할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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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문본 <Rebuilding the Fallen Fence: A Korean American Family>는 Amazon.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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