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가 되면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에 대해 되돌아보고 감사를 표한다. 비록 상업주의나 물질만능주의 때문에 어머니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현하는 본래의 모습이 흐려지고, 보석이나 값비싼 선물을 드리는 것만이 이 특별한 날의 전부인 것처럼 광고나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표현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부정적인 이미지 속에서도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에 대한 감사의 표현에 대한 메시지는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머니께 표현하는 감사’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한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아들 셋을 키워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은 ‘밥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고 할 정도로 많이 먹는다. 또한 그 엄청난 식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머니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셨다. 특별한 날 밥상에 생선이나 고기가 올라오는 날에는 아이들 사이에서 소리 없는 ‘젓가락 전쟁’이 나고. 한바탕 전쟁을 치른 밥상 위에는 앙상한 뼈만이 세 남자 아이들의 왕성한 식욕을 증거하곤 했다.
버스도 잘 다니지 않던 시골이라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구경하기 힘들었지만 가끔 삶은 닭은 식탁에 올라왔다. 닭 삶는 냄새가 나기 시작할 때면 밖에서 놀던 아이들은 집으로 뛰어들어와 부엌 앞에서 피어 오르는 가마솥의 연기를 침을 흘리며 바라보곤 했고, 아직 다 차려지지도 않은 밥상에 미리 둘러 앉아 아버지의 식사기도 끝나기만을 기다리곤 했다.
“먼저, 다리 하나는 할머니께,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아버지 드리고…” 어머니는 잘 삶아진 닭을 나누기 시작한다. 둘째인 나는 항상 어머니가 나누어 주신 닭이 형이나 동생보다 작다며 불평불만을 하였고, 야단을 한번 맞은 후 눈물이 고인 눈으로 허겁지겁 맛있는 닭을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항상 삶은 닭이 식탁에 올라올 때면 닭 발은 어머니 몫이었다. “나는 오독오독한 이 닭 발이 좋아.”자기의 배를 채우기에 여념이 없던 아이들은 어머니의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다.
시간이 흘러, 형이 첫 월급을 받던 날이었다. 이 세 남자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어머니께 의미 있는 선물을 드리려고 계획하였다. 이 우둔했던 아이들은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닭 발을 해드리기로 결정하고 시장에 나가 닭 발을 잔뜩 사다가 그날 저녁 밥상에 올렸다. 어머니는 차려진 닭 발들을 보시더니 아무 말없이 눈물을 흘리시는 것이었다. 우리는 처음에 어머니가 감동하셔서 눈물 흘리시는 줄 알고 나름대로 자랑스러워 했지만, 그날 저녁 어머니는 우리를 모아놓고 그 당시 남은 닭 발을 어머니가 드셔야만 했던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상황과 우리들에게 닭 발을 좋아한다고 말해야 했던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비록 좋은 의도로 준비한 선물이지만, 어머니의 깊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우리의 우둔함이 다시 한번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것 같아 정말 죄송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어머니의 깊은 사랑의 마음을 생각하며, 우리의 제한되고 우둔한 생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마음 또한 생각 해본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하나님 사랑합니다.”
글쓴이: 이승필 목사,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올린날: 2015년 5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