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조지의 현실 이야기, 영화 “멋진 인생” 2부

(편집자 : 기고문은 연합감리교뉴스의 <영화와 설교> 시리즈로,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TV 나오는 고전 영화 <멋진 인생>에 대한 김영일 교수의 글로,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이야기 재해석한 2부.)

자살에 대한 소고

사진 제공, 김영일 교수.사진 제공, 김영일 교수.

조지는 그의 사업체가 파산 위기에 몰리고, 절망에 빠지자 자살을 결심한다. 그의 죽음으로 회사를 비롯한 그의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쩌면 그는 그것이 자신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창조주 하나님으로부터 그분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을 때부터 인간은 존엄성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인간 본연의 존재 안에는 거룩함과 신비함 그리고 자율성과 존엄성이 내포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귀한 개인의 생명을 절망의 늪 속에 갇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한 채 끊어버리려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적지 않다.

자살은 자신이 결단하여 자신의 생명을 단절하는 행위이다.

자살이란 말의 영어표기인 “suicide"의 어두 "sui"는 라틴어의 “자기 자신”을 뜻하고, 어미 “cide”는 결단한다(decide)라는 낱말의 어미인 “cide”와 살인(homicide)이란 말의 어미인 “cide” 그리고 “잘라내다”(cut off)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cide”와 일치한다. 결국, 자살이란 자신이 결단하여 자신의 생명을 “잘라내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밀 뒤르켐은 “어떤 사람이 자살할 가능성이 높은가?”에 대해 연구했다. 그 연구 결과를 쓴 그의 저서 “자살에 대하여 연구하였다.[1]”에 의하면, 이기적 자살(egoistic suicide)은 개인과 사회와의 상호관계가 결핍된 결과로 파생된다. 즉, 개인과 사회의 통합이 약해 사회적 규범이 그 개인의 행동에 영향력을 갖지 못하거나, 자신이 사회 공동체에 좋은 관계를 갖지 못하고 고립되었을 때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형태의 자살은 무규범적 자살로, 이는 개인이 삶의 의미를 상실하거나 삶의 가치를 갖지 못할 때 발생한다. 즉, 개인이 삶의 방향 감각을 상실하거나 안정감을 잃고, 규범이 없는 상태인 “아노미(anomie) 현상”에 이르렀을 때, 자살이라는 탈출구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두루알리미 광고 박스 이미지 연합감리교뉴스에서 제공하는 주간 e-뉴스레터인 <두루알리미>를 받아보시려면, 지금 신청하세요.

요한복음은 아노미(anomie) 현상의 인간이 거룩하신 하나님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오직 믿음(3:16)이라고 했고, 알브레이트 리츨(Albrecht Ritschl)은 도덕적 가치판단(moral valuation)이라고 주장했으며, 칼 바르트(Karl Barth)는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라고 언급했다.

관계성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자살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을 중심으로 연결된 관계를 파괴하는 가족적인 문제이자 사회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해 뒤틀린 사람, 고독과 절망으로 신음하며 절규하는 사람, 불안의 감방에 갇혀 빛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겐 사랑과 보살핌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어주는 공동체와 사회가 필요하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어주는 진정한 이웃이 존재하는가? 아니 내가 이웃에게 진정한 이웃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예수는 참 이웃이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사마리아인의 예화를 들려준다. (누가복음 10:25-37)

영화 “멋진 인생”의 스틸컷 갈무리 콜라쥐.영화 “멋진 인생”의 스틸컷 갈무리 콜라쥐. 

멋진 인생

“멋진 인생”은 과연 어떤 인생인가?

이 영화는 주인공인 조지 베일러와 같이 이웃을 위한 배려와 헌신의 삶이야말로 진짜 멋진 인생이라고 말한다. 비움의 삶, 타인을 위해서만 사는 헌신적인 삶, 나눔의 삶, 이웃의 안녕을 위해 자신을 불사르는 삶은 위대하다. 그리고 그 결과 자신도 남들에게 나눔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이처럼 나눔이란 누룩(누가복음 13:21)과 같이 계속 부푼다.

조지의 희생적인 삶과 함께 우리는 헨리의 삶을 통해서도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 그것은 행복이란 돈으로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헨리에게 돈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그는 그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었다. 많은 사람이 물질 만능주의 속에서 허덕이고 시험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돈을 신처럼 모시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돈에 집착하게 된 헨리를 과연 행복하고 “멋진 인생”을 살았다고 얘기할 수 있는가?

코로나로 점철된 2021년을 보내고 2022년을 맞이하는 지금, “멋진 인생”을 위해 우리는 어떤 인생을 꿈꾸고, 살아내야 할까?

1)  Emile Durkheim, Suicide:  A Study in Sociology (New York:  Free Press, 1897, 1951).

 

관련 기사 보기

평범한 조지의 현실 이야기, 영화 “멋진 인생” 1부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email protected]이메일 또는 전화 615-742-5109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읽기 원하시면,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하세요

개체교회
영화 <장미의 이름>의 소재가 된 울베르토 에코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의 표지 중 일부.

영화 《장미의 이름 The Name of the Rose》에 나타난 기독교윤리 1-2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중세 기독교 신학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중용의 교리와 신앙의 실천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통찰로 이어졌다. 김영일 교수는 종교는 인간에게 의미와 소속감, 평화와 윤리, 더 나아가 사회 통합과 변화의 동기를 제공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며, 사회를 외면하는 교회는 살아 있는 교회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회적 관심
6월 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2025년 대선, 어떻게 보아야 하나?

박충구 교수는 계엄으로 인해 치러진 2025년 대선을 돌아보며, 하나님은 억압받는 이들이 해방되고,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원하시며, 그 길은 민주주의 안에서만 열린다고 말한다.
이민
6월 10일,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서 연합감리교회 경제정의목회자및평신도연합(Clergy and Laity United for Economic Justice)이 주최한 기도회를 주방위군이 지켜보고 있다. 현장에 놓인 포스터에는 참가자들이 스페인어로 쓴 평화, 사랑, 평등을 촉구하는 구호가 적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세관집행국(ICE)에 항의하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배치하자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연합감리교인들은 이민자 권리를 옹호하는 동시에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사진 제공, 경제정의목회자및평신도연합.

LA 이민자 권리 및 평화 옹호 운동…미 감리교인들, 긴장 완화에 나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세관집행국(ICE)에 항의하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배치하자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연합감리교인들은 이민과 권리를 옹호하는 동시에 긴장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United Methodist Communications is an agency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2025 United Methodist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