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이번 주 수요일은 교회 절기상으로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 날입니다. 이 사순절의 첫 날을 우리는 재의 수요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재의 수요일로부터 기독교의 사순절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재의 수요일에 반드시 하는 의식행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마에 십자가 모양으로 재를 바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께서는 왜 이마에 재를 바르는지를 아십니까?

성경에서는 “재를 덮는 행위”를 회개의 행위로 간주합니다. 예를 들면, 욥이 하나님께 두 번째 응답하는 부분인 욥기서 42장 6절에 보면, 욥은 ”티끌과 잿더미 가운데서 회개”한다고 고백합니다. 다니엘서 9장은 포로 이후 공동체의 회개기도로 다니엘의 기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니엘서 9장에서 다니엘은 “금식하며, 베옷을 입고, 재를 무릅쓰고 하나님께 기도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구약성경에서 우리는 “재를 쓴다는 것”이 바로 자신의 잘못을 회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재의 수요일에 우리가 이마에 재를 바르는 행위 역시도, 지난 날 우리의 죄와 허물을 우리 스스로가 재를 뒤집어쓰듯이 회개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구약에서의 재란 “회개를 상징하는 것뿐 아니라, 인간은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재의 수요일 재를 이마에 바르는 의식을 행할 때, 창세기 3장 19절의 말씀을 일러줍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인 아담이 죄를 범한 후, 하나님께서 그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인간은 신이 아니라 창조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또한 인간은 스스로 구원할 수 없으며, 인간에게 닥쳐질 사망의 문제, 즉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창조자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의 대표인 아담에게 인간은 “흙으로 돌아가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고대 바벨론 신화 중 하나인 길가메쉬 서사시에는 길가메쉬라는 주인공이 ”유한한 인간이 영원한 신의 세계에 참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영원한 생명을 얻은 유트네피스팀에게 던집니다. 그리고 유트네피스팀은 인간이 스스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길가메쉬에게 알려줍니다. 그러나 성경은 고대 바벨론이 가졌던 세계관과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경은 분명히 우리에게 말씀합니다. 한 번 죽는 것은 정해진 사실이고, 그 후에는 반드시 심판이 있다(히 9:27)고 말입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으며 또한 영원한 생명을 가진 존재이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흙으로 창조되었기에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입니다.

바로 재의 수요일이란 이런 우리의 실존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우리의 삶을 깊이 성찰하는 날입니다.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니 세상이 주는 영예와 물질의 유혹에 매이지 말고, 하나님 없이 살 수 없는 인간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고백하는 참으로 의미 있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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