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절 둘째 주일입니다. 대강절 기간 동안 매 주일 예배를 시작하기전 대강절 촛불을 하나씩 켜고 예배를 시작하게 됩니다. 초는 회개/준비를 상징하는 보라색이나 희망을 나타내는 파란색의 초를 사용하며, 촛불 하나 하나에 평화, 소망, 기쁨, 사랑등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보라색이나 파란색의 초 가운데 핑크색 초가 하나 끼게 되는데 이는 대강절 셋째 주일의 주제인 기쁨을 나타내기 위한 것입니다. 오늘은 대강절 둘째 주일이지만 설교의 주제가 예수님을 만난 기쁨에 관한 것이기에 한주 앞당겨 분홍색 초를 켜고 예배를 드리게 되겠니다. 지난 주일에 말씀 드렸듯이 대강절 초들 가운데 있는 하얀색 초는 그리스도를 상징하며, 성탄 주일이나 성탄절 예배 때 주님이 이 땅에 오심을 기억하여 켜게 됩니다.
대강절 기간 동안 이렇게 대강절 초를 켜고 예배를 드리는 것은 예수님께서 이 땅에 빛으로 오셨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함 입니다. 사실 매 주일 예배를 드릴 때 본당 앞에 있는 초를 켜고 예배를 드리는 이유 또한 이 땅에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기 위함 입니다. 이때 초를 두개 켜는 것은 인간이며 하나님이신 예수님을 나타내기 위해서 이며, 또한 예배가 끝날 때 전통적으로 예배실에 있는 초를 끄기 전에 촛불을 켜고 끄는데 사용하는 캔들라이터에 불을 옮겨서 마지막 찬송을 부르며 예배실 밖으로 가지고 나옴으로 우리와 함께 세상으로 나가시는 예수님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게 됩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이 부분을 생략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촛불 집회가 매 주말 열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언론을 통해서 알려지면서 분노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탄핵을 요구하며 모이기 시작한 것이 벌써 6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 담화를 발표하며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그의 진정 없는 불통 스타일의 담화로 상황이 오히려 더 악화되는 가운데 촛불을 든 국민의 숫자는 계속 늘어가 이번 주말에는 주최측 추산 232만명이 전국에서 촛불을 들었다고 합니다. 요한복음에서는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세상 사람들이 받아 들이지 않았다고 했는데, 미련한 한 지도자의 교만은 232만개의 촛불도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지난주부터 젊은 교인들이 많은 시카고 교외의 한 교회에서 “작은 촛불 기도회”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지러운 정국에 조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믿는 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을 감당하고자 작은 촛불을 켜고 하나님께서 조국에 덥힌 어둠을 내 쫓아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모임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들으며 이럴 때일수록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더욱 소중하게 소망과 평화의 촛불을 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계시록에 보니 교회를 촛대로 비유하면서 빛을 잃은 교회의 촛대는 옮겨 버리시겠다는 경고를 주시는 (계 2:5) 것을 보게 됩니다. 촛불이 꺼져 버린 교회 … 예수 그리스도의 촛불이 사라지고, 세상을 비추는 소명의 촛불이 사라지고, 죽음을 이기는 소망의 촛불이 사라진 교회는 더 이상 교회로서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말씀으로 받아 들여 집니다. 촛불을 켜고 예배를 드리는 대강절! 우리 가운데 평화와 소망, 기쁨과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의 촛불이 꺼지지 않고 타올라 어둠 속의 세상을 따듯하게 비출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켜 놓은 기도와 사랑, 그리고 희생의 촛불을 통해 윤동주 시인의 “초 한대”라는 시에 나오듯 “어둠이 창구멍으로 도망”가는 역사가 있게 되리라 믿습니다. 아멘!
글쓴이: 김태준 목사, 살렘한인연합감리교회, IL
올린날: 2016년 12월 6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