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잠언 31:10-31 읽기

(편집자 주: 여성의 달인 3월을 맞이하여, 강선아 목사가 UM & Global에 기고한 Culture and Interpreting the Virtuous Woman in Proverbs 31:10-31을 연합감리교뉴스의 의뢰로 저자가 번역해서 보낸 글이다.)

“크리스천으로서 저는 실격이에요. 하나님께서는 여성에게 좋은 엄마와 좋은 아내 되기를 원하시는데, 저는 제 일을 포기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출퇴근할 때마다 말할 수 없는 죄의식에 숨이 막혀요.”

오랜 기간 알고 지내던 젊은 여성이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다. 새롭게 시작한 여성을 위한 성경공부에서 잠언 31장을 배운다며, 기대에 찼던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잠언 31:10-31은 남녀 모두에게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성경구절이다. 어머니의 날 설교에 자주 등장하며, 유대교 결혼예식이나 장례식에서도 사용된다. 다른 유명한 성경본문과 달리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도 내가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잠언 31:10-31을 선택한 이유이다.

얼핏 성경은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이기에 어떤 사람이 읽어도 똑같은 울림을 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유교 문화가 깊이 스며들어 있는 한국 문화에서의 잠언 31장은 서양 문화의 그것과는 읽히는 방식이 다르다.

먼저, 잠언 31장 10-31절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킹제임스역 성경은 “덕 있는 여자(virtuous woman)”로, 신개정표준역 성경(NRSV)은 “능력 있는 아내(capable wife)”로 번역한다. 그중 한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개역개정판 성경(1998)은 “현숙한 여인”이라 번역하여, 성리학적으로 이상적인 여인, 즉 부덕을 갖춘 여인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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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역개정판을 번역할 때 참고한 중국어 대표본(1854)과 일본어 구신약전서(1887)가 유교경전을 참고해 번역되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 교인들의 성경 지식은 남성 목회자들의 설교나 성경공부를 통해 얻은 것이기에, 잠언 31장의 메시지는 헌신적인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나 내조로 잘하는 아내가 되라는 유교적인 메시지로 탈바꿈되곤 한다. 교회에서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검색하면 나오는 대다수의 설교와 성경공부 내용도 여성에게 현모양처가 될 것을 가르치며, 더 나아가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덕목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한다.

한국 사회에서 잠언 31장 10-31절의 칭찬받는 여인이 되기 위해서는 현모양처가 되어 가족을 섬기고, 자신을 희생해야 하며, 그 범주에 들어가지 못한 워킹맘이나 자녀가 없는 여성들은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오늘날, 여성들이 교회의 어디에서 섬기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많은 수의 여성 교인들이 교회학교 교사나 안내 또는 헌금위원이나 식사 담당으로 섬기고 있으며, 여성 담임목회자의 수도 그리 많지 않다. 사도바울이 고린도전서 12장에서 가르친 대로 사람마다 각기 은사가 다르고 저마다의 일이 소중하다.

하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주어지는 봉사의 범주는 성경적이라기보다 유교 문화 속의 여성상에 가까운 것이 많고, 잠언 31장 10-31절이 이러한 교회 문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주인공인 “현숙한 여인”은 유교 전통이 칭송할 만한 여공(女功)이다. 길쌈으로 옷을 지어 입히고, 가족의 먹거리를 구해다가 먹이며, 밭을 가꾸고, 여종들을 지혜롭게 다스리는 이 여인은 남편뿐 아니라 온 마을이 알고, 칭찬하는 여인이며, 이러한 여인들의 이야기는 유교 경전에도 수없이 많이 실려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칭송받는 “현숙한 여인”은 과연 어떤 여인인가?

누구나가 생각할 수 있는 유교적 여인들은 남편을 뒤에서 내조하며, 뛰어난 재주를 가졌다 한들 그들의 수고가 남편과 집안의 자랑거리가 될 뿐, 남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부장 제도에 희생양 된 모습이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 가장 많이 읽힌 유교 교육서, 내훈(1475)은 다른 유교적 여성상을 제시한다.

저자인 소혜왕후(혹은 인수대비)는 세조의 며느리로, 뛰어난 유교적 소양과 지식을 바탕으로 정사에도 관여한 인물이다. 소혜왕후는 내훈을 통해, 바람직한 아내는 지식과 덕을 갖추어 남편에게 조언하고, 더 나아가 남편을 꾸짖어 남편이 군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 소혜왕후는 무엇보다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교육에 관한 인식을 깊이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오랜 고정관념은 잠언 31장의 이름도 모르는 여인을 유교적 현모양처로 한정 지어 해석하고, 여성들로 하여금 그것을 본받아 또 다른 현모양처를 재생산하게 했다. 하지만 만일 내훈이 가르치는 대로 주도적이고 전문적인 모습을 바람직한 여성상으로 삼았다면, 잠언 31장은 다르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잠언 31장 여인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이다. 길쌈의 장인이요(13, 19, 22절), 국제적인 상인이며(14, 17, 24절), 사업가이자(15, 18, 21, 24-25, 27절) 성공적인 투자가(16절)이다. 그뿐인가! 자선가요(20-21절), 자원 관리자(23, 27-29절)이자, 현자/전문가(26절)이며, 교육자(28절)이고, 집사(30절)이기도 하다.” 즉, 잠언 31장의 여인은 전문직 여성으로, 이미 그 능력과 지혜가 어떤 사람들보다 뛰어나고, 집안에만 갇혀 가사를 돌보는 전형적인 여성이 아닌 활동반경을 국제적으로 넓힌 유명인사(28-31절)이기도 하다.   

잠언 31장의 여인은 여태껏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유교적 가부장제의 틀에 갇힌 성경 해석을 거부하고,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도전한다. 이제까지 성경을 통해, 유교적 이상향을 기독교적 이상향으로 둔갑 시켜 여성들의 자기발전을 미루게 하고, 남성 목회자들과 지도자들에 의해 소극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상으로 살아왔던 여성 독자들 역시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상향을 새로이 하고, 훈련을 통해 이 오랜 역사와 문화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혹자는 가망이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미셸 푸코가 말한 것처럼 권력은 위로부터 오기도 하지만, 밑에서부터 창조되기도 한다.2

새롭게 성경을 읽는 사람이 늘어나고, 새로운 성경 해석을 가르치는 사람과 교회가 생겨난다면, 견고하게 이어져 온 성경 해석에 의심을 품고, 다른 방향을 모색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아질 것이다.

우리 감리교인들은 감리교 사대 원리(Wesleyan Quadrilateral)라는 신학을 가지고 있다. 성경, 전통, 경험 그리고 이성이라는 이 네 가지 원리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성숙한 신앙인이 되기 위한 방법이다.

예를 들면, “나의 성경 해석이 다른 사람 속에 있는 하나님의 이미지(Imago Dei)를 발견하게 하는가?” “그들을 존중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가?” 등의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만드는 이성은 특히 우리가 균등한 시각으로 성경을 읽고, 하나님의 음성을 잘 분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혜와 분별에 뛰어나신 하나님의 은총이 우리 위에 임하소서.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도구로 사용하게 하소서!

1. Sun-Ah Kang, “REREADING “A VIRTUOUS WOMAN” (’ĒŠET HAYIL) IN PROVERBS 31:10–31” in Landscapes of Korean and Korean American Biblical Interpretation, ed. John Ahn (SBL Press, 2019), 139.

2. Michel Foucault, The History of Sexuality, vol. I (New York: Vintage Books, 1990), 94.

강선아 목사는 북일리노이 연회의 정회원 목사이며, 시카고 근교 에반스톤에 있는 게렛복음주의 신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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