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잘라도 무

가끔 지난 시간을 돌아보다보면 갈 길 몰라 헤매던 때 그 길에 서서 길을 가르쳐 주셨던 스승 같은 어른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오래 전 한국의 청파감리교회를 담임하셨던 이미 고인이 되신 박정오 목사님이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오늘 이 어른이 기억이 난 것은 '어디를 잘라도 무'라는 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생전에 가까이 뵐 때마다 사람(교인)됨을 설명하실 때 이 말씀을 하시곤 했습니다. 무는 위를 잘라도, 꼬리부분을 잘라도 항상 무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아야 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언젠가 교단에서 감독을 뽑기 위해 선거전이 한창일 때였습니다. 연회가 열리는 장소는 선거전이었고 각각의 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해 당사자들이나 선거 참모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때였습니다. 박 목사님과 함께 연회 친교실에서 잠깐 다과를 나누는데 한 감독후보가 다가와 목사님께 정중하게 인사하며 한표를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표심을 숨기고 '수고하십시오,' '잘될 겁니다,'혹은 '힘껏 돕겠습니다' 하고는 이쪽 저쪽 잇속을 다 챙기거나 누구에게도 인심 잃지 않는 처신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박목사님은 다가와 인사를 하는 그 감독후보를 향해 "나한테 오지 마세요. 나는 이미 마음을 결정했으니 애쓰지 말고 다른 사람 찾아가시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보는 머쓱했지만 오히려 자신을 솔직히 표현하는 목사님에게 존경의 마음을 가지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사님이 늘 말씀하시던 '어디를 잘라도 무'라는 말씀 속에 담긴 한결같은 마음의 표현이 이렇게 나타나는 것을 보고 곁에서 감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중국 고서 중에 하나인 대학에 '신독(愼獨)'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 뜻은 "다른 사람이 보거나 듣는 사람이 없는 곳에 혼자 있는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생각을 하지 않는 마음과 태도"라는 말입니다.

목사님이 이 말을 아셨는지는 모르지만 목사님의 '어디를 잘라도 무'라는 말과 삶이 같은 가르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리하고 가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수십 년의 수양을 해도 쉽지 않듯이 겉과 속의 거리 또한 오랜 세월 몸부림쳐도 그리 좁혀지지 않는 연약함을 느낄 때마다 이런 어른들의 말씀이 자꾸 생각납니다.

교회 안에서의 삶과 세상한가운데서의 삶, 말하는 것과 행하는 것, 앞에서 말할 때와 뒤에서 말할 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위급한 일을 당할 때와 평안할 때, 궁핍할 때와 풍요로울 때, 예배드릴 때와 회의할 때, 일을 맡았을 때와 일을 내려놓을 때, 누가 볼 때나 아무도 안볼 때나 '항상' '언제나' '늘' '어디를 잘라도 무'처럼 한결같이 변함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그립습니다.

글쓴이: 주활 목사, 솔즈베리감리교회 MD
올린날: 2013년 9월 16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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