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노트들을 보관한 서가를 정리하다가 20년 전 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하루의 일기를 읽으면서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어떤 일로 교인 한 분과 언쟁을 벌이게 되었고, 그 일로 피차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되었습니다. 사실 내 양심에 거리끼는 일을 한 바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교인 하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 내가 마음이 편했을 리는 없었습니다. 그 다음 날, 새벽기도회를 끝내고 불편한 마음을 달래려고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는데, "나 주를 멀리 떠났다 이제 옵니다."라는 찬송을 부르면서 내 죄가 무엇인지 깨달아졌습니다. "오만 (arrogance)"의 죄였습니다. 내 마음에는 특히 우리 주님을 향하여 죄송한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또한 내 이러한 오만함과 거친 태도 때문에 상처를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대한 미안함으로 가득 찼습니다. 눈물로 죄를 회개하면서, 이상하게 내 마음에는 평안을 느꼈습니다.
그 날 일기의 한 부분입니다.
"&ellipsis;.마음은 죄송함으로 차고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놀라운 평안과 기쁨이 또한 차 오른다. 참 회개는 무엇을 가져오는가 – 오랜만에 내 마음에 생생하게 경험된다. 하루 종일 이 경험이 나를 지배하였다. 걷는 동안에 온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가진다. 마음에 기쁨이 너무 크니까 몸 전체에 그 감각이 스멀거린다. 믿는 자가 독수리가 나는 것 같이 날개를 가진다는 은유가 실감이 난다. 참 날개를 가진 기분이다. 한 편에서는 "너무 너무 죄송해요, 주님!", 그리고 또 한 편으로는 "너무 너무 감사해요, 주님." 두 가지 상반되는 고백이 교차되어 끊임없이 마음에서 울린다."
이 일기를 읽으면서, 회개의 은혜를 다시 사모하게 됩니다. 진정한 평안은 회개의 경험을 통해 옵니다. 이제 곧 사순절이 옵니다. 사순절의 첫 날을 우리는 참회의 수요일, 혹은 재의 수요일 (Ash Wednesday)이라고 부릅니다. 참회의 수요일은 지은 죄와 잘못에 대한 진정한 참회의 시간입니다. 죄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장벽을 만듭니다. 그래서 이사야는 "오직 너희 죄악이 너희와 너희 하나님 사이를 갈라 놓았고, 너희 죄가 그 얼굴을 가리워서 너희에게서 듣지 않으시게 함이니..."(사 59:1-2)라고 말합니다. 진정한 회개는 이 장벽을 허무는 능력이 있습니다. 돌이킴이 없이 하나님의 용서의 은혜를 누릴 수 없습니다. 진정한 평안은 건강이나, 소유나, 성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회개를 통한 용서의 은혜를 통해 온다는 것을 우리는 체험으로 압니다.
그러나 물론 죄를 회개하는 일은 참회의 수요일, 하루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사순절 (참회의 수요일부터 부활절 전 날까지 주일을 제외한40일) 기간에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삶, 십자가의 고난, 부활 등을 생각하며 근신하고 회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래의 기독교회 특히 한국의 기독교회는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처럼 화려한 절기는 성대하게 지키면서도 사순절과 같이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고, 회개하는 일에는 소홀해왔습니다. 그 결과로, 깊은 영성과 진정한 평안을 경험하지 못하는, 깊이를 잃은 종교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는 수요일, 참회의 예배를 드리려고 합니다. 찬송가의 가사대로 "성령이여 강림하사 나를 감화하시고 회개하고 애통할 맘 충만하게 하소서." 기도하며 나오시기 바랍니다. 성령께서 깨우쳐 주시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는 절대로 자신을 죄인으로 여길 수 없습니다 죄의 짐이 너무 무겁기 때문에 자원해서 스스로 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러나 그런 죄가 고백되지 않으면 우리 안에 머물면서 마치 청소되지 않은 집안처럼 악취와 질병을 만들어냅니다. 우리의 죄를 깨닫게 하시고 회개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성령님께 구해야 합니다.
회개의 은혜를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사순절이 되기를 바라며, 여러분을 참회의 수요일 예배에 초대합니다.
글쓴이: 김웅민 목사, LA복음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3년 2월 11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