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삶

지난 월요일 아침 7시경이었다. 엘 에이(LA)에 회의가 있어 보스턴 공항을 향해 가고 있었다. 495번과 93번 고속도로를 아내가 운전하는데 전혀 막히지 않았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토요일이라면 몰라도 주중 차가 막히는 시간인데 전혀 문제가 없어 참으로 이상했다. 이번 주는 학교가 방학이라 그런 모양이라고 아내가 말했다. 나중에서야 그날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열려 학교들이 모두 쉬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주중의 아침 고속도로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측한 바와 크게 달랐다.

사실 일요일 전날 저녁 보스턴 마라톤 경기에 와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캘리포니아에서 회의가 열리지 않았으면 나는 분명히 그곳에 갔을 것이다. 역사적인 보스턴 마라톤 경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만일 그곳에 갔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피해자중의 한 사람이 되었을지 모른다. 아니면 보스턴 마라톤 폭발 사고의 목격자가 되었을 지 모른다. 사람들이 몇 시간 후에 일어날 일을 알았더라면 보스턴 마라톤은 취소되었을 것이고 아무도 그곳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월요일 오후 엘 에이 캘리포니아 공항에 도착했을 때 같은 교회에서 오신 분으로부터 보스턴 폭발 사고 소식을 처음 들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니 3명이 죽고 백여 명이 다쳤단다. 회의가 열리는 호텔에 도착하니 CNN 뉴스는 보스턴 마라톤 현장 폭발 소식만을 계속 전하고 있었다. TV 화면에는 테러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누가 왜 그랬는지를 밝혀 낼 것이라" 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 가지 않았으니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자의 보호하심의 결과라고 믿었다.

앞으로 공공건물과 공항 등에는 안전요원을 증가시켜 안전도를 높일 것이다. 아마 보스턴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의 안전 검사를 받는 시간도 더 걸릴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한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어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불상사는 언젠 또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 경찰이나 FBI 처럼 안전을 담당하는 부서와 모든 사람이 안전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근본적인 불안을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예측할 수 없고 불안한 현실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이번 사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있다. 폭발 사고가 나던 순간 쓰러진 마라토너 이야기다. 그는 올해 78세인 빌 이프리그 씨다. 그는 금년에 45번째로 마라톤에 참가했고 보스턴 마라톤에만도 세 번째 참석한 베테랑인데 "첫 번째 폭발 때 충격이 내 몸 전체를 감쌌다. 다리가 풀려 바닥에 쓰러졌다" 고 말했다. 그는 비틀거리면서 다시 일어나 결승라인을 통과했다. 그는 사고 중에도 굴복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불굴의 정신을 보여 주었다.

이번 폭발 사고는 나에게도 삶은 예측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깨우쳐 주었다. 나는 회의 참석하는 동안에는 칼럼을 쓸 수 없어 비행기 안에서 미리 준비했다. 화요일 오후에 원고를 보내기 전 마지막 손질만 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고 후에는 원고를 다시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칼럼 내용이 현재 상황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리 미리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상황이 전개 되니 미리 준비한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사고만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죽음도 예측할 수 없다. 어떤 농부가 농사를 지었는데 대풍년이었다. 지금 있는 창고로는 곡식을 다 저장할 수 없어 창고를 헐고 더 크게 지어 곡식을 쌓아 두리라 생각했다. 앞으로 몇 해 동안은 일도 안하고 친구들을 초대하여 파티나 하면서 인생을 즐기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그는 이런 음성을 들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오늘밤에 네 영혼을 네게서 도로 찾을 것이다. 그러면 네가 장만한 것들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누가복음 12:20).

나 자신 지난 세월을 뒤돌아 보면 참으로 축복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평탄했다. 자주 이사한 것을 빼고는 특별히 불평할 만한 것이 없었다. 형제 자매들과 그들의 자녀들도 모두 잘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어떤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도 담담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래를 예측할 능력은 없지만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내가 의지하는 분이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우시리라 확신한다.

이번 보스턴 폭발 사고로 여덟 살 먹은 소년이 죽었다. 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이름이 마틴 리처드인데 마라톤에 참가한 아빠 윌리엄을 응원하고 있었다. 아빠의 완주의 순간을 기다리던 순간에 폭발에 희생되었다. 이번 사고로 그의 가족은 모두 피해를 입었다. 이번 피해 입은 사람들에게 위로부터 내리는 위로가 함께하길 기도한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삶은 예측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러나 절대자를 의지하는 사람들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리라 믿는다.

글쓴이: 김용환 목사, 북부보스턴한인교회 MA
올린날: 2013년 4월 18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관련

선교
정희수 감독이 샌디에고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린 한인목회강화협의회 2018년차 회의 개회예배에서 설교하고 있다. Photo by Thomas Kim, UMNS

가라 하신 깊은 곳

"깊은 곳, 그곳은 두려움을 마다하지 않고 가는 길입니다.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고 가는 길입니다. 그동안 알았던 모든 공식이 통하지 않는 변혁적인 도전 앞에서 주님은 깊은 곳으로 가라고 하십니다." 정희수 감독의 한목협 2018년 연차회의 개회예배 설교전문.
사회적 관심
백두산에서 남과 북의 정상이 두손을 잡았다. KBS 화면 캡쳐

우리 시대에 평화? 한국의 진전을 축하하며

위스콘신 연회의 정희수 감독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를 요청하다. "Peace in Our Time" by Bishop Jung in English and Korean.
사회적 관심
Goodbye-reunion at Mt. Diamond in N. Korea in 2018. MBC TV screen capture.

희망의 시작 '작별 상봉(作別 相逢)'

'180초짜리 만남'이나 '작별 상봉'은 헤어짐을 위한 만남이 아니라 또 다른 희망의 시작을 알리는 만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