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져주세요!

의대생이었던 남편은 대학시절 시골로 의료봉사를 나갔다가 지금의 아내와 눈이 맞아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랑보다는 동정에 이끌린 결혼이었습니다. 아내는 전형적인 시골 농가의 딸이었습니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학교는 근처도 가보지 못했고, 덕분에 아내는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르는 문맹자였습니다. 그러나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와 힘든 잡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는 당시 실험실의 포르말린과 메칠 알코올 냄새에 찌든 허약한 의대생의 눈에 자극적인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남편은 순간적인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실수를 했고, 책임의식 때문에 부모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녀와 결혼을 하고 말았습니다.

결혼이 생각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결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백치 같은 아내와 의학도였던 남편은 처음부터 빗나간 부정교합이었습니다. 게다가 아내는 차라리 일만 하는 하녀에 더 가까웠습니다. 어리광도 피울 줄 모르고, 불평도 한마디 할 줄 모릅니다. 부엌에서 음식만 만들고, 집안의 온갖 허드렛일을 머슴처럼 해냅니다. 사랑스러운 연인이라기보다는 든든한 가족입니다. 남편을 보면 그냥 웃기만 합니다. 옛말의 "여우하고는 살아도 곰과는 살지 못한다"는 격언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아내는 분명히 고마운 사람이지만, 함께 살기에는 결코 쉬운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은 학업을 중지하고 늦은 나이에 군대를 지원하여 입대하였습니다.

현실로부터 도망치려는 발버둥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섯 달 만에 목석 같은 아내가 자기에게 편지를 쓴 것입니다. 글을 모르던 아내가 그 동안 열심히 한글을 배운 것입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변변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내는 글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애정도 표현할 줄 모르는 애정 결핍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편지를 보낸 것입니다. 그녀는 편지지에 자신의 손을 대고 연필로 손의 테두리를 따라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들쑥날쑥 이렇게 썼습니다. "사랑하는 여보, 제 손입니다. 만져주세요!" 이 한 줄에 그 동안 쓸쓸하고 외로웠을 아내의 슬픈 마음이 듬뿍 묻어 있었습니다. 아내도 애정이 그리운 연인이었던 것입니다. 단지 사랑하는 방법이 달랐던 것뿐입니다. 오히려 같이 살면서도 아내의 마음을 읽지 못한 자신이 실질적인 맹인이었습니다. 남편은 무심하고 무정했던 자신의 태도를 후회하며 미안한 눈물을 떨구었습니다.

사람은 가장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모르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무심합니다. 그래서 영원한 "청맹과니"로 살아갑니다. 지혜중의 최고의 지혜는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읽는 지혜"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곧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입니다.

글쓴이: 김세환 목사, LA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3년 2월 22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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