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자와 함께하는 어른들

우리가 사는 세상을 가만히 바라보노라면 모두가 '큰' 것을 좋아하는 듯 합니다. 사람도 물건도 경치도 뭐든지 큰 것을 대단하게 여깁니다. 우리 모두 미국에 처음 와서 그랜드 캐년이나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면서 그 크기와 장엄함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은근히 한국의 '작은' 것들과 비교하고 좀 '열등'의식을 느끼지는 않았는지요? 그런데 이민 생활이 오래 지난 후 한국을 방문했더니 그 '작은' 한국의 농촌과 산지, 문화재들과 경치들이 이제는 아주 다정스럽고 애틋하게 다가온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에는 작고 볼품없다 여기던 그 '작은' 것들이 이제는 그렇게 소중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어떻게 이렇게 작은 것들을 좋아하게 되었을까요? 작은 것일지라도 그것에서 '자기'와 관련된 뭔가를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기가 태어나 자라고 가서 만지고 함께 바라보며 놀던 그것들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찾게 된 것이겠지요. 아마 그 작은 것들에서 '나'의 분신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전에는 나와 관련이 없을지라도 큰 것이면 다 위대하게 보이고 좋았는데 이제는 오히려 그것이 가장 작은 것일지라도 뭔가 그 것이 '나'를 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애틋한 아름다움이 전달되어 오는 것은 아닐까요?

서기 1세기,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이 지구 위를 걸으실 때에 사람들은 늘 큰 것만을 숭상했습니다. 큰 나라, 큰 자리, 큰 신분에 앉은 높은 인물, 큰 재산과 큰 율법(지식)을 가진 사람들만 좋아 보이는 세상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자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장성한 남자가 아닌 연약한 여자들과 아이들은 사람의 수에도 들지 못하였고 온전한 인간 대접도 못 받았습니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하나님의 축복을 덜 받은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뭔가 어려운 일을 당하는 사람은 하나님께 저주를 받아 그런 것이라고 정죄하기도 했습니다. 정말로 '큰' 것만이 하나님께서 세우신 모든 좋은 것들의 조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땅위에 오셔서 그러한 생각들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너희가 여기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

주님은 큰 것이나 작은 것이나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주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주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모르고 우리는 스스로 작은 것을 초라하게 여기고 비교하며 업신여기지요. 이는 주님이 창조하고 사랑하시는 주님의 작품을 하챦게 여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님은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작은 것들을 더 소중히 보시고 귀하게 여기십니다. 왜? 작은 것들은 세상의 대접을 못 받기에 그들이 못 받는 사랑을 보충해 주시려고 더 귀하게 여기시는 것이지요.

평소 우리가 소홀히 하는 우리 주변의 '작은' 것들은 무엇일까요? 이번 한 주간 동안 우리 교회에서는 어린이 여름성경학교 VBS가 열렸습니다. 어린이 심령부흥회인 셈이지요. 이 기간 중에 여러 성도들이 오셔서 어린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교사들과 헬퍼들에게 격려해 주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주님께서 작은 자들을 찾아와 하나님의 사랑을 심어 주는 모습 같았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주님을닮은 '교회 어른'들의 모습은 평생 그 마음의 풍경 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실천하며 따뜻한 주님의 임재를 보여주는 어른들! 이 모습에서 아이들은 주님이 자기와 함께 하신다는 확신을 배울 것이고 이러한 교회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 남부 시카고 교회가 차세대로 이어지는 'Home Church"의식을 갖는데 큰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오늘 금요일 저녁에는 어린이 여름성경학교 발표회가 있고 이어 성찬식의 순서가 있습니다. 알다시피, 성찬식은 우리가 예수님과 하나가 되고 또한 이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과 주님의 은혜로 한 몸이 되는 시간입니다. 우리 한 번, 어린이들과 하나가 되어 보실까요?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하는 것이 내게 하는 것이라고 당부하신 주님의 음성을 기억합시다. 지극히 작은 자와 함께 어울리는 이 믿음의 행위, 이를 기뻐 하시고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더욱 부흥케 하시는 줄 믿습니다.

글쓴이: 황헌영 목사, 남부시카고한인연합감리교회 IL
올린날: 2013년 6월 20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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