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1/21)에는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취임식이라서 인지 4년 전에 비해 취임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거의 7~80만 명의 인파가 추운 겨울에 야외에 모여서 짧지 않은 예식과 식전/후 행사를 거의 관람 수준으로 참석하는 것을 보면서 대통령 선거일과 취임식 일정을 꼭 이렇게 추운 겨울에 해야만 하는지, 아니면 야외에서 활동하기 좋은 봄이나 가을로 바꿀 수는 없는 건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뉴욕에 거주하는 친척 내외가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 전날인 주일 저녁에 내려와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갔는데, 공식 취임식은 오전 11시 30분에 시작하지만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한 보안 검사를 워낙 철저히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일찍 행사장에 도착하라고 했다고 하면서, 당일 오전 4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행사장으로 가는 것을 봤습니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뉴욕에서부터 운전하고 와서 꼭두새벽에 준비하고 식이 시작되기 훨씬 이른 시간에 취임식장에 가는 것을 보고 그래도 취임식장안에 지정된 좌석이 있는 줄 알았더니 지정 좌석이 아니라 지정된 지역에 들어가서 줄곧 서서 참석하는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좀 놀랐습니다.
취임식장에서 찍은 사진을 facebook에 올려서 봤는데, 지정된 지역이 취임식이 진행되는 식단과 얼마나 멀든지 그곳에서 찍은 식단 광경이 그냥 까마득하게 멀리 보이는 것을 보며 이렇게 추운 겨울날에 사람들을 저기에 가서 저렇게 서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왜냐하면 요즘 들어 나라의 지도자로서의 대통령의 권한이나 능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거나 이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국가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또는 좀 더 대통령의 권한을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 이들도 많지만 현대 민주주의가 가정 발전되고 성숙 하다고 하는 미국에서 조차 여전히 대통령이 나라의 최고 지도자라는 사실을 취임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연설의 주제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그것은 아마"함께(Together)"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 나라에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국민들이 나라를 위해서 하나가 되어 함께 노력하여 위대한 나라의 전통을 이어가자'는 의도의 연설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국민 모두 남/여/노/소나 인종과 언어에 상관없이 모두 다 함께 힘을 모아 하나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선호적 발언이 지나쳤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함께 하나가 된다는 것은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기에 어떤 공동체가 얼마나 성숙한 공동체인지를 평할 때마다 그 기준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바로 '하나됨'입니다. 얼마나 그 공동체를 이룬 이들이 함께 하나가 되었는지에 따라 공동체에 대한 성숙과 신뢰의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 나라의 지도자로 취임하는 대통령이 나라의 구성원인 국민들에게 하나됨을 강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어떤 공동체이든지 그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지적하라고 하면 '하나되지 못함'이라고 합니다. 공동체를 이룬 모든 구성원들이 염원하는 것이 하나됨이면서도 모든 공동체의 문제 또한 하나됨이라고 지적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마 그것은 하나됨에 대한 자기중심적 이해 때문일 것입니다. 즉,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내 의견대로 따라주면 하나되었다고 하면서도 다른 이들이 모두 같은 의견으로 하나가 되었어도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공동체의 의견이 분분하고 하나가 되지 못하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됨은 어떤 사람의 의견을 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할 때에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됨은 방향의 문제입니다. 하나됨은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한 사람의 생각으로 통일될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바라보는 방향이 하나로 같을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교회에는 12명의 각급 직분자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임직합니다. 1명의 장로, 5명의 권사, 그리고 6명의 집사가 새로이 직분자로 세움을 입고 우리 교회의 사역자로, 그리고 우리 교회의 몸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로 임직합니다. 우리 교회도 신앙공동체로서 모든 교인들이 하나가 되고자 하는 바램과 기대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대와 바램은 누구 한 사람의 의견으로 일치되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교회의 머리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향할 때 비로소 이루어 질 것입니다. 이번에 새로 임직하는 직분자들을 통해 우리 교회 교우들이 다 함께 교회의 머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축복합니다.
글쓴이: 이승우 목사, 워싱톤감리교회 MD
올린날: 2013년 1월 31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