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침샘암으로 5년 동안 투병하던 작가 최인호씨가 몇 주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숨을 거두는 최후의 순간까지 환자가 아닌 작가로 살기를 원했고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그는 투병 중인 사람들과 앞으로 병에 걸릴 사람들에게 병이 들면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 주었다. 사람들이 세상 떠나는 원인이 다양하지만 병으로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만일 내가 병에 걸린다면 나는 병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드릴까? 병이 들기 전에 어떻게 살 것인지를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과연 최인호씨처럼 병에 걸린 후에도 뭔가를 하고 싶을까? 그 분은 글을 쓰고 싶어 했고 글을 잘 썼다. 그의 머리 속에는 쓰고 싶은 많은 책들의 줄거리가 있었을 것이다. 아직 살아있다면 그는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을 쓸 것이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에게는 그런 탁월한 재능이 없다. 그는 글 쓰는 것이 살아야 하는 이유라고 말하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 있게 이거라고 말하기 어렵다. 삶의 최후의 순간까지 열정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있을까?

내가 부러워하고 본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신미식씨이다. 그는 서른 살에 처음 카메라를 장만해서 서른 한 살에 카메라를 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난 20년 동안 그가 찾아간 나라가 자그마치 80여 개국이다. 그는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글도 쓴다. 그가 찍은 사진과 글을 모아 출판한 책이 26권이나 된다. <떠나지 않으면="" 만남도="" 없다="">, <여행과 사진에="" 미치다="">, <사진에 미친="" 놈,="" 신미식="">, <감동이 오기="" 전에="" 셔터를="" 누르지="" 마라=""> 등이 그가 쓴 책들이다.

그가 찍은 사진을 보면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특히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 그들이 바로 천사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가족사진을 찍어 주기 시작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가족사진을 받고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나 자신도 흐뭇하다. 그는 요즈음 사진 찍는 일 외에도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한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갖다 주고 최근에는 에티오피아 사람 141명의 백내장 수술도 시켜 주었다. 그의 관심이 사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행복으로 바뀌었다.

신미식씨는 50대 초반 미혼이다. 일 년의 절반을 여행하는데 보내니 결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부모, 배우자와 자녀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이 그의 가족이다. 그는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후에 그들을 잊지 못해 또 다시 그들을 찾아간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손에 들고 말이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더 이상 낯선 사람들이 아니다. 자기가 태어난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그는 지구 구석구석에 보고 싶은 가족이 있다.

요즈음 작년에 갑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난 강영우 박사가 쓴 책을 읽고 있다. 그는 꺼져가는 촛불처럼 언제 숨을 거둘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글을 썼다. <내 눈에는="" 희망만="" 보였다="">라는 책이다. 보지도 못하는 분이 어떻게 죽음을 눈앞에 두고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렸을까? 그 동안 책도 많이 썼는데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해 주고 싶었을까? 그가 사는 동안 보이지 않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처럼 병도, 죽음도 그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성경에서 최후의 순간까지 열정을 가지고 산 사람 중의 하나는 모세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도전이 그치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불평을 들어보자. "이 모든 백성을 제가 배기라도 했습니까? 제가 그들을 낳기라도 했습니까? 어찌하여 저더러, 주님께서 그들의 조상에게 맹세하신 땅으로, 마치 유모가 젖먹이를 품듯이, 그들을 품에 품고 가라고 하십니까?" (민수기 11:12)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모세는 끝까지 그의 사명에 충실했다. 그 곁에서 계속해서 도와주시는 분이 계셨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개인이나 단체가 목적 선언문을 만들어 실천하려고 애를 쓴다. 종교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나 단체들이 이런데 관심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 송이의 꽃과 나무 한 그루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세상 어느 사람 그리고 어느 것도 모두 존재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그 사실을 본인이 확신하고 있고 또한 다른 사람도 인정한다면 이 세상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리고 그 무엇도 소홀히 여길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즈음 뉴잉글랜드 지역 단풍은 지난 여러 해의 단풍과 비교할 때 가장 아름답다. 나뭇잎들이 온 세상에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다. 나뭇잎도 자신의 최고의 미모를 보여주려고 애를 쓰는데 나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 병이라도 들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내가 떠난 후에 한 사람이라도 나처럼 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지금 그런 것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저 이 순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면 고마울 뿐이다.

글쓴이: 김용환 목사, 북부보스턴한인교회 MA
올린날: 2013년 11월 11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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