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미국생활

지난 월요일 제가 밖에 나가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박목사님이 사는 사택 2층의 화장실 물이 넘쳐서 현혜원 전도사님이 살고 있는 사택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는 것입니다. 부랴부랴 돌아와서 사택을 보니 이미 황OO 교우께서 지저분한 것들을 정리해 놓아서 안정이 된 상태였습니다. 천장이 마르면 수리를 할 예정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의 목회 초년병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교회 사택에 불을 두 번이나 낸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시카고에 회의를 다녀오니 집안에서 불에 탄 냄새가 나고 집안이 물바다였습니다. 큰 아이 바우가 4살, 둘째 솔이 1살 반, 막내 가람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아내가 아이들에게 감자 튀김을 주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둘째 아이가 주스를 머리에 부어서 씻어주어야 했고, 막내가 울고 있어서 우유를 주고 보니, 이제 기저귀를 갈아줘야 할 형편이었답니다. 아이를 씻기고 물을 닦아주고 있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서 살펴보니 부엌의 튀김용 기름에 불이 붙어 컵보드를 태우고 있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수건에 물을 묻혀 불을 끄려고 하는데 오히려 불이 무섭게 번져 가는 모습에 아내는 아이 셋을 부둥켜안고 집밖으로 나와 이웃집에 가 화재신고를 했습니다.

당장 가족이 머무르게 된 모텔에 가 보니 아내의 얼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 동안 계속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사택에 불이 났으니 남편이 이제 교회에서 쫓겨날까 걱정이 되어 넋을 놓고 울고 있다가 모텔 욕조에 물을 틀어 놓은 것을 잊어버려 이젠 모텔에까지 물난리가 났습니다. 불난리에 물난리에 2 주간 모텔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불은 그 후에 한 번 더 났습니다. 제가 다시 시카고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나간 사이에, 아내가 요리를 하는데 환풍기에 연결된 전선이 부실해서 거기에서 불씨가 튀고 필터에 붙어있던 기름기에 불이 붙은 것입니다. 나중에 보니 필터가 마치 꿀벌 통에 꿀이 차 있듯 기름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오븐에 달린 환풍기 필터 하나도 제대로 갈아주지 않는 엉터리 남편을 만나 아내가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아내뿐만 아니라, 교인들도 어지간히 고생시켰습니다.

목회자 사택에는 교회에서 신경 쓰고 고쳐주는 것도 많지만, 목사 스스로 정기적으로 갈아주거나 청소해야 하는 가정용품과 기본적인 시설도 많이 있습니다. 수명이 다한 전구를 갈아주고, 에어컨과 히터의 에어 필터, 빨래 건조기의 필터, 부엌 전기 혹은 가스 오븐 위의 환풍기 필터, 지붕과 물통 위 거터(gutter) 청소 그리고 사택과 교회의 전기 배전시설과 퓨즈 등등 기본적으로 배우고 알아야 할 일들이 적지 않습니다. 미국에 유학 와서 학교 기숙사와 도시지역 아파트 생활만 하다가 단독주택 구조인 사택에서 생활하다 보면, 낯설고 잘 모르는 일이 많습니다.

불이 날 때마다 교인들은 목사 가정 굶을까 음식을 해서 나르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 고마운 교인들의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글쓴이: 김응선 목사, 시카고중앙연합감리교회 IL
올린날: 2013년 8월 19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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