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이란 노래로 일약 세계적인 가수가 된 싸이가 지난주에 '젠틀맨(Gentleman)'이라는 새로운 곡을 발표했다는 것은 아마 잘 아실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대중음악에 대해 문외한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별다른 관심이나 흥미가 없는 제가 알 정도니까 아마 거의 모든 이들이 아실 것입니다. 강남스타일이 발표된 후 지난 9개월동안 전 세계에서 16억 명 가까운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 봤는데, 이번에 발표한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불과 한 주 만에 1억 8천만 명이나 봤다는 통계도 싸이의 노래를 좋아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TV나 신문과 같은 언론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모르려고 해도 모를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싸이에 대한 언론 보도는 칭찬과 긍정의 일색입니다. 이제 전 세계 대중음악을 싸이가 주도한다는 정도의 평은 오히려 구태의연한 편이고, 싸이가 전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는데 지대한 공로자임을 자타가 공인할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문화 훈장을 주더니 이번에는 대통령까지 그를 언급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제 싸이를 모르면 문화를 모르고, 시대를 모르는, 세계의 흐름을 모르는 무식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한 싸이의 젠틀맨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우선 비디오의 내용이 노래제목인 젠틀맨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장면들로 시종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 뻘 되는 어르신들을 종 부리듯 한다든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공을 멀리 차버린다든가, 용변이 급해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이 있는데 엘리베이터를 모든 층에 서게 한다든가, 선탠을 하는 여성의 비키니 끈을 풀어버리고, 커피를 마시는데 잔을 툭 치고, 앉는 것을 도와주는 척 하다가 의자를 빼버린다든가...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의 제목인 젠틀맨과는 거리가 먼 모습들이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마더 파더 젠틀맨(mother father gentleman)"이라는 가사는 언어의 유희니 패러디니 하는 평가를 하는데,얼핏 들으면 영어 욕설을 패러디하기는커녕 유희로 삼기에도 민망한 욕설로 들립니다. 이런 말은 표현이 너무 노골적이라 웬만큼 화가 나도 잘 쓰지 않는 욕인데 그렇게 끝이 납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싸이가 즐기는 표정으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노래의 의도가 전통적인 젠틀맨에 대한 이해를 뒤집으려고 제작되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그나마 그와 같은 장면들을 해학적으로 이해하며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젠틀맨에 대한 전 이해가 없는 이들에게는 마치 그런 행동들이 젠틀맨의 행동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위험하다는 겁니다. 대중문화의 가장 큰 힘이면서 또한 큰 유혹은 방송을 보는 이들이 방송을 보고 그대로 모방하는 점인데. 그래서 가치관이 아직 채 정립되지 못한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대중 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커서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있으면 그가 부르는 노래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수가 하는 모든 것을 좋아하고 모방하려고 하는데 전혀 젠틀맨답지 않은 소행들을 그것도 즐기면서 하는 싸이의 모습을 보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그의 모습을 그대로 모방할꺼라는 생각을 하면 그냥 젠틀맨에 대한 역설적인 의도를 담아낸 노래라고만 여길 수는 없습니다.
이와 같은 노래의 내용도 위험하지만 그런 싸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에도 아쉬움이 많습니다. 노래의 내용이야 어찌되었든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사람들에게 주든지에는 상관없이 그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그 하나로 모든 것이 용서되고 이해되는 이 물량주의적 가치 기준의 모습은 참 아쉽습니다. 젠틀맨이 나온 첫 주에 빌보드(Billboard)의 Hot 100 차트에 12위를 차지했다는 것을 보도하면서 멀지 않아 1위로 등극(?)할 것을 예상하고, 그렇게 되면 마치 전 세계의 대중음악을 우리나라가 석권이나 하는듯한 보도는 정말 아슬아슬합니다. 정말 빌보드의 1위 노래가 세계 대중음악을 주도한다고 생각하면, 그동안 매주 1위를 차지했던 곡들에 대해서도 같은 평가를 해주어야 하는데 그 동안 매주 1위를 한 곡이 어떤 곡인지에 대한 보도는커녕 이번 주 빌보드 1위곡이 어떤 곡인지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으면서 우리가 하는 1위는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보도는 민족적 이기주의로 보이기가 십상입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음악만이 아니라 문화와 스포츠계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학계에서 조차 성행해서 자기 분야의 국제대회를 한번 개최하면 그것으로 마치 우리나라가 그 분야를 세계적으로 주도하는 것처럼 하는 모도를 접할 때마다 아쉬움이 큽니다. 교계도 예외는 아니라서 어느 교단이 자기들이 속한 교단의 국제 대회를 한번 개최하면 마치 그 교단의 세계적 지도력을 움켜쥔 듯한 모습은 보기에도 참 민망합니다.
젠틀맨(Gentleman)을 따라 부르는 소리는 많아지는데 젠틀맨쉽(Gentlemanship)을 따르는 모습은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글쓴이: 이승우 목사, 워싱톤감리교회 MD
올린날: 2013년 4월 22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