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수술로 인해 예배에 나오지 못하는 교우께 전화를 했습니다. 그분이 수술을 했다는 소식도 나중에서야 들었습니다. 목회실이 바쁜 줄 알고 연락을 하지 않으셨다고 했습니다. 저희를 배려해 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목사의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죄송했습니다.
인사를 드린 다음, 수술 전에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아닙니다. 저는 아무것도 아닌데요. 저 같은 사람까지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라고 하십니다. 섭섭해서 한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들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말씀하지 마십시오. 목사한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저에게는 다 같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교우들이 적지 않습니다. 교회에서 중요한 직분을 가진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요한 일로 봉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헌금을 많이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많이 배우지 못했다는 생각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혹은 부자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이렇게 말씀하기도 하십니다. 그런 것 때문에 '목사가 나 같은 존재를 기억이나 하겠어?'라고 생각하시나 봅니다. 이런 말씀을 들을 때면, '혹시나 내가 그런 생각을 하도록 행동했나?'라는 생각에 모공이 송연해집니다.
제발 그런 생각을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 저에게는 큰 직분을 가진 분이나 처음 교회에 나오신 분이나 동일합니다. 아니, 오늘 처음 교회에 나오신 분이 더 중요합니다. 저에게는 화려한 성공을 자랑하는 교인이나 하루하루 연명하기에 버거운 교인이나 동일한 무게를 가집니다. 아니, 어렵고 힘든 교인에게 더 마음이 쏠립니다. 늘 신실하게 하나님을 섬기는 분이나 가뭄에 콩 나듯 예배에 참여하는 분이나 저에게는 동일합니다. 아니, 영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교인들을 더 많이 걱정하며 기도합니다. 그러니 제발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런 말씀도 하십니다. "우리 교회는 잘 사는 교인들이 많으니 목사님은 얼마나 좋은 것으로 대접받으시겠어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진짜 그렇게 믿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억울한 심정을 느낍니다. 그런 대접을 찾아다닐 시간도 없고, 그런 것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어렵고 힘든 교우를 찾아가는 것이 옳다고 믿습니다.
얼마 전, 어느 교우께서 "목사님은 인너 써클이 없이 모든 교인들을 똑 같이 대하려고 노력하시는 것이 보입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그렇게 노력하고는 있습니다만, 다들 그렇게 느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적어도 저의 뜻과 노력은 그렇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은 모습이 보였다면, 필시 무슨 이유가 있거나, 저의 부족함 때문일 것입니다. 부디, 저의 진심이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글쓴이: 김영봉 목사, 와싱톤한인교회 VA
올린날: 2013년 3월 18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